[지구촌 IN] ‘진실의 눈’ CCTV가 밝힌 은폐된 범행

입력 2021.08.30 (10:49) 수정 2021.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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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과 이란에서 은폐됐던 공권력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진실을 감추고 범죄 사실을 부인하던 이들을 자백하게 한 건, 바로 CCTV 영상인데요.

CCTV가 밝힌 은폐된 범행의 전말, <지구촌인>에서 함께 보시죠.

[리포트]

경찰이 마약 매매 용의자를 경찰서 안으로 끌고 옵니다.

곧이어 서장과 경찰관 여럿이 들어오더니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 봉지를 씌우고,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자 손을 뒤로 묶어버립니다.

잠시 후 당황한 듯한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데요.

마약 매매 혐의로 붙잡혀 온 24살 지라퐁 타나팟 씨는 이날 경찰서에서 숨졌습니다.

서장은 곧바로 CCTV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범행은 은폐되는 듯 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범행에 가담한 경찰관들이 체포됐습니다.

범행을 은폐한 괴로움을 견디다 못한 한 경찰관이 친구 변호사에게 CCTV 영상을 보냈고, SNS를 통해서도 공유한 겁니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고, 경찰은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수왓 얀호숙/태국 경찰청장 :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경찰을 대표해 사과드립니다. 반드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런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마약매매 용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고문이, 석방을 조건으로 뇌물액수를 협상하는 과정이었단 겁니다.

혐의자가 처음 제시한 3,500만 원가량의 뇌물 액수가 적다며, 서장이 직접 2배의 금액을 요구하는 고문을 했던 겁니다.

[무앙 경찰서장 :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 있어. 어서 대답해. 아니면 고문을 더 받고 싶나?"]

게다가 사인을 '약물 과다'로 조작하고, 가족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태국 경찰의 심각한 부정부패가 낱낱이 드러난 겁니다.

하지만 체포된 경찰들은 서장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체포된 경찰관의 동료 : "어떤 경찰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그런 강요를 당했어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윗사람의 명령이니까요."]

얼마 전 이란은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교도소의 CCTV 영상이 유출돼 발칵 뒤집혔습니다.

교도관이 수감자를 막무가내로 구타하고, 의식을 잃은 수감자를 질질 끌고 갑니다.

또 수감자가 맨손으로 화장실 거울을 깨 자해하는가 하면, 수감자 앞에서 교도관들이 주먹질하며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 CCTV 영상은 지난달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빈 교도소는 그동안 수감자 고문 등 인권 침해 의혹을 받아왔지만, 이란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해왔습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CCTV 영상이 확산하자 더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졌는데요.

이란 교정국장은 SNS를 통해 매우 이례적인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사법당국은 교도소 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모하마드 모사덱/이란 법무부 장관 : "현재 사건 조사 중으로,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곧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벌어진 범행도 이제는 은폐할 수 없습니다.

소리 없이 지켜보는 CCTV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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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30 10:49:14
    • 수정2021-08-30 11:00:58
    지구촌뉴스
[앵커]

태국과 이란에서 은폐됐던 공권력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진실을 감추고 범죄 사실을 부인하던 이들을 자백하게 한 건, 바로 CCTV 영상인데요.

CCTV가 밝힌 은폐된 범행의 전말, <지구촌인>에서 함께 보시죠.

[리포트]

경찰이 마약 매매 용의자를 경찰서 안으로 끌고 옵니다.

곧이어 서장과 경찰관 여럿이 들어오더니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 봉지를 씌우고,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자 손을 뒤로 묶어버립니다.

잠시 후 당황한 듯한 경찰들의 모습이 보이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데요.

마약 매매 혐의로 붙잡혀 온 24살 지라퐁 타나팟 씨는 이날 경찰서에서 숨졌습니다.

서장은 곧바로 CCTV 영상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그렇게 범행은 은폐되는 듯 했는데요.

하지만 며칠 뒤, 범행에 가담한 경찰관들이 체포됐습니다.

범행을 은폐한 괴로움을 견디다 못한 한 경찰관이 친구 변호사에게 CCTV 영상을 보냈고, SNS를 통해서도 공유한 겁니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고, 경찰은 신속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수왓 얀호숙/태국 경찰청장 :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경찰을 대표해 사과드립니다. 반드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런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마약매매 용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고문이, 석방을 조건으로 뇌물액수를 협상하는 과정이었단 겁니다.

혐의자가 처음 제시한 3,500만 원가량의 뇌물 액수가 적다며, 서장이 직접 2배의 금액을 요구하는 고문을 했던 겁니다.

[무앙 경찰서장 : "나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 있어. 어서 대답해. 아니면 고문을 더 받고 싶나?"]

게다가 사인을 '약물 과다'로 조작하고, 가족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태국 경찰의 심각한 부정부패가 낱낱이 드러난 겁니다.

하지만 체포된 경찰들은 서장의 지시에 따른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체포된 경찰관의 동료 : "어떤 경찰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그런 강요를 당했어도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윗사람의 명령이니까요."]

얼마 전 이란은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교도소의 CCTV 영상이 유출돼 발칵 뒤집혔습니다.

교도관이 수감자를 막무가내로 구타하고, 의식을 잃은 수감자를 질질 끌고 갑니다.

또 수감자가 맨손으로 화장실 거울을 깨 자해하는가 하면, 수감자 앞에서 교도관들이 주먹질하며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 CCTV 영상은 지난달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빈 교도소는 그동안 수감자 고문 등 인권 침해 의혹을 받아왔지만, 이란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해왔습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CCTV 영상이 확산하자 더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졌는데요.

이란 교정국장은 SNS를 통해 매우 이례적인 공식 사과문을 올렸고, 사법당국은 교도소 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약속했습니다.

[모하마드 모사덱/이란 법무부 장관 : "현재 사건 조사 중으로,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곧 발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벌어진 범행도 이제는 은폐할 수 없습니다.

소리 없이 지켜보는 CCTV가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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