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네트워크] “일제 잔재 청산”…단죄문 세워 역사 알린다

입력 2021.09.02 (19:43) 수정 2021.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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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로 광복 76년을 맞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는 일제 잔재가 남아있죠,

일제 잔재를 청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친일의 흔적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KBS네트워크, KBS광주방송총국 김정대 기자와 대전방송총국 황정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광주천 건너에 자리잡은 낡은 방직공장.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이곳은 일제 강점기 어린 여공 수 천명이 저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김순흥/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 "(근로정신대처럼) 국내에서도 이렇게 강제동원했던 역사가 많이 있어요. 이 안에서 여공들이 기숙사라는 것도 거의 감옥 형태로 자유 행동을 할 수가 없었고…."]

나라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는 사직단이 있었던 광주공원.

일제 천황을 참배하던 신사가 세워진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공간입니다.

광복 이후 일본 신사는 시민들에 의해 헐렸지만, 일제가 만든 이 계단과 중앙광장은 아직 남아있는데요.

이 같은 역사를 잊지 않도록 계단 옆에 '단죄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광주시가 3년째 '단죄문' 설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제 잔재 시설에 대한 역사적 사실, 친일 인사의 행적 등을 소상히 적었습니다.

그동안 세운 단죄문은 17개에 달합니다.

[정전국/광주시청 민주정신선양팀장 : "현재 광주 시내 현존하는 잔재물이 뭐고, 또 친일 인사의 행적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부분을 모두 조사해서…. 올해 6곳을 대상으로 설치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로 3년치 사업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광주시는 더 많은 시민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도록 그동안 세운 단죄문을 소개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최근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를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교체했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가 일제 강점기 때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곳곳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는 예산을 마련해 모두 제거할 예정입니다.

[박재관/대전 옥계초 교사 :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다행히도 모두 동의해 주셔서 한국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를 학교 상징으로 삼았던 대전지역 20개 학교, 충남지역 120개 학교가 수종을 교체했거나 교체를 추진 중입니다.

문제는 교가입니다.

충남의 이 고등학교 교가의 작곡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입니다.

'국민총력조선연맹'에 가입해 일제의 징병과 징용을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만들며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교가 교체를 추진했지만 동문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성원기/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 "어린 시절의 추억 공유와 또 현재 재학생과의 연결 고리가 아무래도 교가이다 보니까 졸업생들의 반대가 좀 큰 편입니다."]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대전에 9개, 충남에 24개 학교에서 불리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가 비슷한 핑계를 대며 교체를 미뤄 지금까지 교체된 건 7곳에 불과합니다.

[홍경표/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 : "하루 빨리 미래 지향적인 내용으로 교가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학교 동문들도 이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76주년을 맞았지만 교육계의 일제 흔적 지우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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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네트워크] “일제 잔재 청산”…단죄문 세워 역사 알린다
    • 입력 2021-09-02 19:43:04
    • 수정2021-09-02 20:00:37
    뉴스7(제주)
[앵커]

올해로 광복 76년을 맞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는 일제 잔재가 남아있죠,

일제 잔재를 청산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친일의 흔적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KBS네트워크, KBS광주방송총국 김정대 기자와 대전방송총국 황정환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광주천 건너에 자리잡은 낡은 방직공장.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이곳은 일제 강점기 어린 여공 수 천명이 저임금을 받으며 노동을 착취당한 곳이기도 합니다.

[김순흥/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 "(근로정신대처럼) 국내에서도 이렇게 강제동원했던 역사가 많이 있어요. 이 안에서 여공들이 기숙사라는 것도 거의 감옥 형태로 자유 행동을 할 수가 없었고…."]

나라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는 사직단이 있었던 광주공원.

일제 천황을 참배하던 신사가 세워진 민족의 아픔이 서린 공간입니다.

광복 이후 일본 신사는 시민들에 의해 헐렸지만, 일제가 만든 이 계단과 중앙광장은 아직 남아있는데요.

이 같은 역사를 잊지 않도록 계단 옆에 '단죄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처럼 지역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광주시가 3년째 '단죄문' 설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제 잔재 시설에 대한 역사적 사실, 친일 인사의 행적 등을 소상히 적었습니다.

그동안 세운 단죄문은 17개에 달합니다.

[정전국/광주시청 민주정신선양팀장 : "현재 광주 시내 현존하는 잔재물이 뭐고, 또 친일 인사의 행적이 어디에 있는지. 이런 부분을 모두 조사해서…. 올해 6곳을 대상으로 설치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로 3년치 사업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광주시는 더 많은 시민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도록 그동안 세운 단죄문을 소개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 계획입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최근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를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교체했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가 일제 강점기 때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곳곳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는 예산을 마련해 모두 제거할 예정입니다.

[박재관/대전 옥계초 교사 :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다행히도 모두 동의해 주셔서 한국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를 학교 상징으로 삼았던 대전지역 20개 학교, 충남지역 120개 학교가 수종을 교체했거나 교체를 추진 중입니다.

문제는 교가입니다.

충남의 이 고등학교 교가의 작곡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입니다.

'국민총력조선연맹'에 가입해 일제의 징병과 징용을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만들며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교가 교체를 추진했지만 동문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성원기/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 "어린 시절의 추억 공유와 또 현재 재학생과의 연결 고리가 아무래도 교가이다 보니까 졸업생들의 반대가 좀 큰 편입니다."]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대전에 9개, 충남에 24개 학교에서 불리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가 비슷한 핑계를 대며 교체를 미뤄 지금까지 교체된 건 7곳에 불과합니다.

[홍경표/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 : "하루 빨리 미래 지향적인 내용으로 교가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학교 동문들도 이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76주년을 맞았지만 교육계의 일제 흔적 지우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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