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위협에도 아프간 여성 시위 계속…“2명 총에 맞아 사망”

입력 2021.09.08 (03:04) 수정 2021.09.0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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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하면서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목숨을 건 여성들의 거리 시위는 점점 더 많은 도시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측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도 여럿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6일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는,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열렸다고, 현지 하아마통신 등이 알렸습니다. 시위 참석자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 및 일할 기회 보장과 함께, "새 정부 구성에 여성도 포함 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이달에만 4개 주에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일어난 겁니다.

탈레반의 위협에도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도 포함 시켜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이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치며 대열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카불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경고사격을 가하며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여성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또 7일 헤라트에서 벌어진 '반 탈레반' 시위에서는 탈레반의 진압으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현지 의료진은 AFP 통신에 "시위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시신들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과거 탈레반 통치 5년(1996∼2001년)간 자행된 여성에 대한 무도하고 부당한 억압을 다시 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탈레반 집권 기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와 일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눈마저 온전히 드러나지 않도록 전신을 뒤덮는 '부르카'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미성년 여성의 강제 결혼과, '명예 살인'이라는 명목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도 공공연히 이뤄졌습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국제적 우려 때문인지, 재집권 이후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특히 부르카가 아닌, 머리와 상반신만 가리고 얼굴을 드러내는 "'히잡'만 써도 여성의 교육과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4일 탈레반은 이 같은 약속을 뒤집고,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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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위협에도 아프간 여성 시위 계속…“2명 총에 맞아 사망”
    • 입력 2021-09-08 03:04:46
    • 수정2021-09-08 03:32:16
    국제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하면서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목숨을 건 여성들의 거리 시위는 점점 더 많은 도시로 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측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도 여럿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지시간으로 6일 아프간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는,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열렸다고, 현지 하아마통신 등이 알렸습니다. 시위 참석자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 및 일할 기회 보장과 함께, "새 정부 구성에 여성도 포함 시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이달에만 4개 주에서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일어난 겁니다.

탈레반의 위협에도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도 포함 시켜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이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치며 대열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카불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고 경고사격을 가하며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여성이 피를 흘리는 모습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또 7일 헤라트에서 벌어진 '반 탈레반' 시위에서는 탈레반의 진압으로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현지 의료진은 AFP 통신에 "시위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시신들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간 여성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과거 탈레반 통치 5년(1996∼2001년)간 자행된 여성에 대한 무도하고 부당한 억압을 다시 받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과거 탈레반 집권 기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와 일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눈마저 온전히 드러나지 않도록 전신을 뒤덮는 '부르카' 없이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미성년 여성의 강제 결혼과, '명예 살인'이라는 명목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도 공공연히 이뤄졌습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국제적 우려 때문인지, 재집권 이후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특히 부르카가 아닌, 머리와 상반신만 가리고 얼굴을 드러내는 "'히잡'만 써도 여성의 교육과 일할 권리를 보장받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4일 탈레반은 이 같은 약속을 뒤집고,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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