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얼굴 드러낸 아프간 여성들 “우리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입력 2021.09.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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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어렵게 연락이 닿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Gulafroz EbteKar) 씨가 강조한 말입니다.
에브테카르 씨는 인터뷰 내내 "전혀 안전하지 않다, 숨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국제사회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을 드러낸 인터뷰를 한 이유입니다.
■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에브테카르 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전 정부에서 경찰 고위직을 지냈습니다. 여성으로는 최초였습니다.
그녀는 국가 안보 분야에서 일했는데,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권, 교육 분야에 관심을 쏟았고, 여성들이 올바른 사회적 지위를 얻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여성 인권 구제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 경찰이 4천 명에 이르렀고, 여성들과 관련된 가정 문제 만 2천여 건을 해결했으며, 많은 범죄자들을 법정에 보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했습니다.
경찰 외에 정부기관·군대· 의회· 지자체 등 아프가니스탄 모든 곳에 여성이 진출해 있었고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 "카불 공항 비극은 모두의 이야기"…"탈레반, 옷차림도 감시"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前)정부에서 일한 고위직 여성은 탈레반의 이념과 맞지 않았고 탈레반은 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습니다.
두려움에 탈출을 위해 달려간 카불공항에서는 이미 난리통이 벌어졌고, 공포와 혼란만이 가득했습니다.
남편과 여동생 등 가족들이 모두 경찰이었던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 머물렀습니다.
닷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탈레반이 통제하는 게이트에서는 구타를 당했습니다.
결국 누구도 받아주지 않아 탈출은 실패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공항에 같이 있던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의 비극적인 장면들은 표현하기도 미안합니다. 그 곳의 여성과 아이들을 보았는데 정말 상상도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4차례나 거처를 옮겨야 했고, 이제 시장을 비롯해 어디에도 외출할 수 없습니다.
"과거 정부와 일했던 여성들은 목숨이 위태롭고 대부분 숨어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들은 시장에 가지 않으며 여성들을 위한 장소는 없습니다. 옷차림도 탈레반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여성 인권이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국민들은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안정적이지 않고 갑자기 악몽처럼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안보, 경제, 위기, 사회 모든 분야가 매우 어렵고 위급합니다. 희망은 제로입니다. 이 곳에는 법이 없습니다."
' 탈레반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강조합니다.
"나는 그들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무기를 갖고 있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 여론전 능숙해진 탈레반 vs 숨어 지내는 아프간 여성들
20년 전,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탈레반은 오늘날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여론전에도 능해져 SNS를 통해 메시지를 뿌리며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도 받고 대답합니다.
또 세계 각국의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이야기는 듣기 힘듭니다. 탈레반에 반대하는 사람들, 탄압받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집 안으로 숨었습니다.
탈레반이 SNS 흔적을 쫓는다는 이야기가 돌자 SNS를 사용하던 이들은 얼른 흔적을 지웠습니다.
전(前)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모두 태워버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목숨을 걸만큼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 용기 내는 아프간 여성들…"국제 사회 관심과 도움 절실"
에브테카르 씨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9월 2일 헤라트에서 여성 50여 명이 여성들의 교육과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수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등 4개 주에서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많은 수의 여성은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숨어지내지 않겠다는 결의만은 확실했습니다.
이들은 새로 구성되는 내각에 여성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성들은 지켜보는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 후퇴는 없다고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지만, 결국 탈레반은 여성들을 난폭하게 구타하고 최루탄을 쏘며 경고 사격을 해 해산시켰습니다.
탈레반은 재집권 이후 끊임없이 '여성 인권 존중'을 강조하며 달라졌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교육당국은 아프간 사립대를 다니는 여성 대학생들에게 전신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니캅'을 입도록 명령했습니다.
또 9월 7일 발표된 내각 명단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 등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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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얼굴 드러낸 아프간 여성들 “우리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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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08 10:27:41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어렵게 연락이 닿은 아프가니스탄 여성 굴라프로즈 에브테카르(Gulafroz EbteKar) 씨가 강조한 말입니다.
에브테카르 씨는 인터뷰 내내 "전혀 안전하지 않다, 숨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국제사회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얼굴을 드러낸 인터뷰를 한 이유입니다.
■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에브테카르 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전 정부에서 경찰 고위직을 지냈습니다. 여성으로는 최초였습니다.
그녀는 국가 안보 분야에서 일했는데,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권, 교육 분야에 관심을 쏟았고, 여성들이 올바른 사회적 지위를 얻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여성 인권 구제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여성 경찰이 4천 명에 이르렀고, 여성들과 관련된 가정 문제 만 2천여 건을 해결했으며, 많은 범죄자들을 법정에 보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했습니다.
경찰 외에 정부기관·군대· 의회· 지자체 등 아프가니스탄 모든 곳에 여성이 진출해 있었고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 "카불 공항 비극은 모두의 이야기"…"탈레반, 옷차림도 감시"
하지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前)정부에서 일한 고위직 여성은 탈레반의 이념과 맞지 않았고 탈레반은 이들을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습니다.
두려움에 탈출을 위해 달려간 카불공항에서는 이미 난리통이 벌어졌고, 공포와 혼란만이 가득했습니다.
남편과 여동생 등 가족들이 모두 경찰이었던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 머물렀습니다.
닷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탈레반이 통제하는 게이트에서는 구타를 당했습니다.
결국 누구도 받아주지 않아 탈출은 실패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공항에 같이 있던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의 비극적인 장면들은 표현하기도 미안합니다. 그 곳의 여성과 아이들을 보았는데 정말 상상도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4차례나 거처를 옮겨야 했고, 이제 시장을 비롯해 어디에도 외출할 수 없습니다.
"과거 정부와 일했던 여성들은 목숨이 위태롭고 대부분 숨어 있습니다. 오늘날 여성들은 시장에 가지 않으며 여성들을 위한 장소는 없습니다. 옷차림도 탈레반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여성 인권이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며, 국민들은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안정적이지 않고 갑자기 악몽처럼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안보, 경제, 위기, 사회 모든 분야가 매우 어렵고 위급합니다. 희망은 제로입니다. 이 곳에는 법이 없습니다."
' 탈레반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강조합니다.
"나는 그들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무기를 갖고 있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 여론전 능숙해진 탈레반 vs 숨어 지내는 아프간 여성들
20년 전,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던 탈레반은 오늘날 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여론전에도 능해져 SNS를 통해 메시지를 뿌리며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도 받고 대답합니다.
또 세계 각국의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이야기는 듣기 힘듭니다. 탈레반에 반대하는 사람들, 탄압받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집 안으로 숨었습니다.
탈레반이 SNS 흔적을 쫓는다는 이야기가 돌자 SNS를 사용하던 이들은 얼른 흔적을 지웠습니다.
전(前) 아프가니스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 칼리다 포팔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SNS와 신분증을 없애고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모두 태워버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목숨을 걸만큼 용기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 용기 내는 아프간 여성들…"국제 사회 관심과 도움 절실"
에브테카르 씨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더 많은 여성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9월 2일 헤라트에서 여성 50여 명이 여성들의 교육과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수도 카불과 마자르-이-샤리프 등 4개 주에서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도 했습니다. 많은 수의 여성은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숨어지내지 않겠다는 결의만은 확실했습니다.
이들은 새로 구성되는 내각에 여성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여성들은 지켜보는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 후퇴는 없다고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지만, 결국 탈레반은 여성들을 난폭하게 구타하고 최루탄을 쏘며 경고 사격을 해 해산시켰습니다.
탈레반은 재집권 이후 끊임없이 '여성 인권 존중'을 강조하며 달라졌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교육당국은 아프간 사립대를 다니는 여성 대학생들에게 전신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니캅'을 입도록 명령했습니다.
또 9월 7일 발표된 내각 명단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 등 실질적인 변화는 여전히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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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경 기자 s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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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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