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수립일 열병식에 시선 집중…어떤 무기 선보일까?

입력 2021.09.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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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연합훈련 반발하며 통신선 끊은 北…9·9절 행사 주목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 이른바 9·9절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13개월 만에 어렵게 연결한 남북 통신선을 다시 단절했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9·9절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역대 9·9절에 핵실험이나 무력도발을 하며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16년과 2017년 9·9절에 잇따라 5·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2019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물론 매년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지난해처럼 수해 피해 복구 등에 집중하며 조용히 지나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말 '뭔가'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옵니다. 특히 열병식을 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권수립 73주년으로 5년,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이른바 '정주년'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인공위성 사진에서 열병식 준비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 北, 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 포착


지난 2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사진에는 군 병력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대열을 갖춰 집결해 있었습니다.

38노스는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 연습은 일반적으로 1~2개월 전에, 때론 더 일찍 시작된다"며 이번 사진이 "작년에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열병식 준비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도 "(북한의) '열병식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군에서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다가오는 북한 내부 일정과 연계한 열병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 준비 동향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일(9일) 새벽이나 야간에 심야 열병식이 진행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도 주한미군 정찰기 3대를 오늘(8일) 오전 최전방 일대로 출격시켜 정찰 비행을 하는 등 북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외용' 메시지는?…SLBM 등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은 왜 미사일 실험 등의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인원 집결이 필요한 열병식을 하려는 걸까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까지 봉쇄한 상황에서 말이죠.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발성 행동, 특히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일 경우에는 국제사회에 대한 파급력이 크다. 그런데 정작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기는 딱 한 종류밖에 안 된다"며 "열병식은 무기 실험이 아니라 국제기구 등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열병식을 대외 메시지 전달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ㅅ'을 공개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서 직접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땐 '북극성-5ㅅ'으로 표기된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공개했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통상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5년 단위의 '정주년'도 아닌 만큼, 열병식까지 준비하며 기념한다면 대외 메시지, 특히 북한이 원하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공개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전략무기의 공개 여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소형 전술핵 등 위협적 신무기가 새롭게 선보여질 수도 있고, 지난 1월 공개한 무기들 가운데 실험 단계였던 무기들이 개발 완료된 상태로 재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SLBM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SLBM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잠수함 시험발사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북한도 경쟁적으로 완성된 형태의 SLBM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주요 인물들의 도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월, 김정은 시대 '전략무기 개발의 상징'과도 같았던 리병철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했고, 함께 강등시켰던 박정천을 최근 상무위원에 임명했습니다.

박정천 외에도 군 총참모장에 림광일, 사회안전상에 장정남, 당 군수공업부장에는 유진을 임명하는 등 군부 고위급 인사가 대폭 단행됐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최근 북한에서 단행한 군부 인사와 지휘계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열병식 시간대도 눈길을 끄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도 심야에 개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밤에 열병식을 하면 조명으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무기들의 모습도 더 위력적으로 보여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평양 상공에서 전투기의 야간비행이 포착되면서 '야간 에어쇼'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9·9절 하루 전날인 오늘(8일)부터 각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와 경축 행사를 줄줄이 전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늘 1면에 시리아, 파키스탄, 니카라과,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축전 전문과 라오스, 팔레스타인, 베트남을 비롯해 북한 주재 외교단·무관단의 화환 전달 소식을 빼곡히 실었고, 평양 곳곳에서 열린 경축행사도 전했습니다.

북한이 대내 체제 결속은 물론 대외 메시지 발신용으로도 열병식을 활용하는 만큼, 이번에 열병식이 실제로 거행된다면 북한의 대응조치는 열병식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다음 조치의 수위도 결정되겠지요. 통신선 단절 이후 다음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 그게 이번 9·9절 열병식이 될지 한미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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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정권수립일 열병식에 시선 집중…어떤 무기 선보일까?
    • 입력 2021-09-08 19:14:42
    취재K

■ 한미 연합훈련 반발하며 통신선 끊은 北…9·9절 행사 주목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 이른바 9·9절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은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13개월 만에 어렵게 연결한 남북 통신선을 다시 단절했고,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9·9절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역대 9·9절에 핵실험이나 무력도발을 하며 자신들의 위력을 과시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16년과 2017년 9·9절에 잇따라 5·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2019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물론 매년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지난해처럼 수해 피해 복구 등에 집중하며 조용히 지나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말 '뭔가' 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옵니다. 특히 열병식을 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권수립 73주년으로 5년,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이른바 '정주년'은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인공위성 사진에서 열병식 준비로 보이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 北, 비행장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 포착


지난 2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사진에는 군 병력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대열을 갖춰 집결해 있었습니다.

38노스는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 연습은 일반적으로 1~2개월 전에, 때론 더 일찍 시작된다"며 이번 사진이 "작년에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열병식 준비를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8노스를 운영하는 스팀슨센터의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도 "(북한의) '열병식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군에서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다가오는 북한 내부 일정과 연계한 열병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 준비 동향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일(9일) 새벽이나 야간에 심야 열병식이 진행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도 주한미군 정찰기 3대를 오늘(8일) 오전 최전방 일대로 출격시켜 정찰 비행을 하는 등 북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외용' 메시지는?…SLBM 등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은 왜 미사일 실험 등의 방식이 아니라, 대규모 인원 집결이 필요한 열병식을 하려는 걸까요?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까지 봉쇄한 상황에서 말이죠.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발성 행동, 특히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일 경우에는 국제사회에 대한 파급력이 크다. 그런데 정작 실험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기는 딱 한 종류밖에 안 된다"며 "열병식은 무기 실험이 아니라 국제기구 등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보여주며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있다는 점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열병식을 대외 메시지 전달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ㅅ'을 공개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서 직접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땐 '북극성-5ㅅ'으로 표기된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공개했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통상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5년 단위의 '정주년'도 아닌 만큼, 열병식까지 준비하며 기념한다면 대외 메시지, 특히 북한이 원하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공개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전략무기의 공개 여부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한 소형 전술핵 등 위협적 신무기가 새롭게 선보여질 수도 있고, 지난 1월 공개한 무기들 가운데 실험 단계였던 무기들이 개발 완료된 상태로 재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특히 SLBM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SLBM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잠수함 시험발사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북한도 경쟁적으로 완성된 형태의 SLBM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주요 인물들의 도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월, 김정은 시대 '전략무기 개발의 상징'과도 같았던 리병철을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했고, 함께 강등시켰던 박정천을 최근 상무위원에 임명했습니다.

박정천 외에도 군 총참모장에 림광일, 사회안전상에 장정남, 당 군수공업부장에는 유진을 임명하는 등 군부 고위급 인사가 대폭 단행됐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최근 북한에서 단행한 군부 인사와 지휘계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열병식 시간대도 눈길을 끄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도 심야에 개최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밤에 열병식을 하면 조명으로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무기들의 모습도 더 위력적으로 보여지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평양 상공에서 전투기의 야간비행이 포착되면서 '야간 에어쇼'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9·9절 하루 전날인 오늘(8일)부터 각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와 경축 행사를 줄줄이 전하며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오늘 1면에 시리아, 파키스탄, 니카라과,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축전 전문과 라오스, 팔레스타인, 베트남을 비롯해 북한 주재 외교단·무관단의 화환 전달 소식을 빼곡히 실었고, 평양 곳곳에서 열린 경축행사도 전했습니다.

북한이 대내 체제 결속은 물론 대외 메시지 발신용으로도 열병식을 활용하는 만큼, 이번에 열병식이 실제로 거행된다면 북한의 대응조치는 열병식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다음 조치의 수위도 결정되겠지요. 통신선 단절 이후 다음 국면에 접어드는 계기, 그게 이번 9·9절 열병식이 될지 한미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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