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끝난 ‘테러와의 전쟁’…전쟁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지금은

입력 2021.09.10 (23:59) 수정 2021.09.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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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 테러 기억하실 겁니다.

110층 뉴욕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 등에 동시다발로 가해진 여객기 납치 테러, 희생자가 3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9.11 테러의 비극과 향후 전망을 뉴욕 특파원 연결해 짚어봅니다.

한보경 특파원, 20년 전 참혹했던 테러 현장은 많이 바뀌었죠?

[기자]

네, 비극의 현장이었던 '그라운드 제로'에는 104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가 2014년 문을 열었고, 일대에는 희생자 추모관 등이 건립됐습니다.

내일 9.11 테러 20년 행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벽 설치 등 여러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20년 테러와의 전쟁은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지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테러'로 끝이 났습니다.

아프간 철군 작업이 별 탈 없이 끝났다면 미국은 9.11 20년을 맞으면서 큰 짐을 덜었겠지만, 20년 전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겠지만, 20년이면 조금 잊혀질 법도 한데, 어제 이곳에서 만난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페르난도 폴론/미국 뉴욕시민 : "함께 해야 합니다. 고통은 잊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겠죠."]

[앵커]

미국 사회는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테러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겠죠.

[기자]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 대한 무참한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인들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가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9.11 테러 이전과 이후가 가장 극명하게 바뀐 건, 그 누구보다 '생존자'들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로드리게스씨는 당시 무역센터 건물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아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리게스씨는 아프간 철군은 지지했지만, 철군 과정은 참담했고, 남아 있는 아프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로드리게스/9.11 테러 생존자 : 아프간 철군 작업이 급하게 이뤄졌습니다.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더 준비했어야 했는데 잘 되질 않았습니다."]

[앵커]

20년 만에 전쟁에서 발을 뗐지만, 미국 내 후유증도 만만치 않죠?

[기자]

9.11 20년을 계기로 전쟁도 끝내고 새 출발을 선언했는데 도망치듯 빠져나온 굴욕적 철군 과정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4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종전 자체는 지지 여론이 높지만 진행 과정이 문제였다는 겁니다.

[앵커]

바이든 대통령은 시대가 변했으니 미국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 한데,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종전 결정엔 20년이나 중동 테러집단에 힘을 쏟는 동안 정작 진짜 위협인 중국의 부상은 방치했다는 반성, 그리고 미국의 변한 세계 전략이 녹아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입니다."}

오늘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가졌고, 중국 견제를 위한 회의도 잇따라 갖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국제사회의 맹주 자리를 유지할지가 걸린 문제라고 보는 건데, 손 놓고 온 중동이 계속 잠잠할지, 중국이 어떻게 반격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동맹국들의 시선을 어떻게 잠재울지 미국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앵커]

한보경 특파원, 그럼 테러와의 전쟁, 끝난 걸까요?

[기자]

물리적인 아프간 전쟁 그 자체는 끝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를 보면 테러로부터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IS 테러가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죠.

세계 각국 역시 이번 IS 테러를 지켜보며 테러 위협이 아직 전 세계에 여전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죠.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상처가 그 자리에 다시 돋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지한샘/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한종헌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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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0 23:59:04
    • 수정2021-09-11 0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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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 테러 기억하실 겁니다.

110층 뉴욕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 등에 동시다발로 가해진 여객기 납치 테러, 희생자가 3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9.11 테러의 비극과 향후 전망을 뉴욕 특파원 연결해 짚어봅니다.

한보경 특파원, 20년 전 참혹했던 테러 현장은 많이 바뀌었죠?

[기자]

네, 비극의 현장이었던 '그라운드 제로'에는 104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가 2014년 문을 열었고, 일대에는 희생자 추모관 등이 건립됐습니다.

내일 9.11 테러 20년 행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벽 설치 등 여러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라운드제로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20년 테러와의 전쟁은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지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테러'로 끝이 났습니다.

아프간 철군 작업이 별 탈 없이 끝났다면 미국은 9.11 20년을 맞으면서 큰 짐을 덜었겠지만, 20년 전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겠지만, 20년이면 조금 잊혀질 법도 한데, 어제 이곳에서 만난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페르난도 폴론/미국 뉴욕시민 : "함께 해야 합니다. 고통은 잊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겠죠."]

[앵커]

미국 사회는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테러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겠죠.

[기자]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 대한 무참한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인들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가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9.11 테러 이전과 이후가 가장 극명하게 바뀐 건, 그 누구보다 '생존자'들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로드리게스씨는 당시 무역센터 건물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아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리게스씨는 아프간 철군은 지지했지만, 철군 과정은 참담했고, 남아 있는 아프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로드리게스/9.11 테러 생존자 : 아프간 철군 작업이 급하게 이뤄졌습니다.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더 준비했어야 했는데 잘 되질 않았습니다."]

[앵커]

20년 만에 전쟁에서 발을 뗐지만, 미국 내 후유증도 만만치 않죠?

[기자]

9.11 20년을 계기로 전쟁도 끝내고 새 출발을 선언했는데 도망치듯 빠져나온 굴욕적 철군 과정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4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종전 자체는 지지 여론이 높지만 진행 과정이 문제였다는 겁니다.

[앵커]

바이든 대통령은 시대가 변했으니 미국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인 듯 한데,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종전 결정엔 20년이나 중동 테러집단에 힘을 쏟는 동안 정작 진짜 위협인 중국의 부상은 방치했다는 반성, 그리고 미국의 변한 세계 전략이 녹아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입니다."}

오늘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가졌고, 중국 견제를 위한 회의도 잇따라 갖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국제사회의 맹주 자리를 유지할지가 걸린 문제라고 보는 건데, 손 놓고 온 중동이 계속 잠잠할지, 중국이 어떻게 반격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동맹국들의 시선을 어떻게 잠재울지 미국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앵커]

한보경 특파원, 그럼 테러와의 전쟁, 끝난 걸까요?

[기자]

물리적인 아프간 전쟁 그 자체는 끝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를 보면 테러로부터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IS 테러가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죠.

세계 각국 역시 이번 IS 테러를 지켜보며 테러 위협이 아직 전 세계에 여전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죠.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상처가 그 자리에 다시 돋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지한샘/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한종헌 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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