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다 날벼락?…벼락 내리쳤지만 보상은 어려워

입력 2021.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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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야외스포츠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골프. 그런데 요즘처럼 비 소식이 잦을 때면, 날씨가 궂은 날 필드에 나가도 될 지 고민스러울 수 있습니다. 벼락 피해를 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는 벼락이 내리치면서 이용객이 기절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용객은 골프장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 골프치다 벼락 내리쳐… 이용객 한때 기절

사고가 난 건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쯤. 제보자 김 씨에 따르면, 김 씨 등 일행 4명은 아침 일찍부터 골프 라운딩에 나섰습니다. 정오가 지나고서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번개가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김 씨는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져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번개가 수차례 내리쳤지만, 바로 앞 팀도 라운딩에 나가길래 일단 경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 김 씨가 촬영한 당일 골프장 경기 정보 화면 (화면 제공: 김 모 씨)제보자 김 씨가 촬영한 당일 골프장 경기 정보 화면 (화면 제공: 김 모 씨)

하지만 필드에 나가 본인 차례를 기다리던 김 씨 앞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김 씨는 "쾅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며 "3~4초가량 기절해 있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무서운 마음에 카트를 돌려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캐디도 발가락에서 전기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고, 함께 경기한 동생도 이내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며 자신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이 사실을 골프장에 알린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습니다. 평소와 달리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자, 김 씨는 제주 시내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왔지만, 그밖에 두드러진 증상은 없었습니다.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진 뒤, 한쪽 눈이 심하게 부었다는 제보자 김 모  씨                                                        (화면 제공: 김 모 씨)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진 뒤, 한쪽 눈이 심하게 부었다는 제보자 김 모 씨 (화면 제공: 김 모 씨)

하지만 다음 날부터 손과 눈 등 몸 곳곳이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붓기 시작했습니다.

■ 혈압 오르고 몸 퉁퉁 부어…종합병원 전전

예상치 못한 증상에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수차례 검사를 받은 김 씨는,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세한 신경이 망가져 검사로도 확인되지 않고, 1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게 김 씨 설명입니다.

하지만 보상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골프장 보험 규정에 자연재해와 낙뢰에 관한 내용이 없어,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겁니다.

김 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제주시의 또 다른 골프장에선 번개가 심하게 내리쳐 경기를 중단했는데, 자신이 방문한 골프장은 그런 안내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 이 골프장의 이용약관엔 '낙뢰가 예상될 때 경기를 중단하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 골프장 "벼락은 천재지변…피해 보상 어려워"

이에 해당 골프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난감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보험 처리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등 체육시설은 법정의무 보험에 들어야 하고, 이 보험에 근거해 부상 시 고객들에게 보상해드릴 수 있다"며 "하지만 보험사 측에서 벼락은 천재지변에 해당돼 보상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골프장 과실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벼락이 내리치면 필드에 울리는 사이렌이 정상 작동했다는 겁니다.

벼락이 치면 골프장 내부 관제시스템을 통해 알람이 울리게 돼 있는데, 고객들이 이 알람을 듣고 카트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김 씨 앞에 벼락이 떨어진 뒤 사이렌이 울렸던 탓에, 김 씨의 피해를 막긴 어려웠습니다.

사고 당일 날씨가 궂어, 낙뢰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었냐는 질문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벼락이 내리칠지, 안 내리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비나 눈이 많이 와 라운딩이 힘들면 아예 휴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매한 날씨엔 손님들이 선택해서 라운딩을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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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치다 날벼락?…벼락 내리쳤지만 보상은 어려워
    • 입력 2021-09-11 06:00:10
    취재K

코로나19 유행 이후 야외스포츠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골프. 그런데 요즘처럼 비 소식이 잦을 때면, 날씨가 궂은 날 필드에 나가도 될 지 고민스러울 수 있습니다. 벼락 피해를 당할 우려도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는 벼락이 내리치면서 이용객이 기절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용객은 골프장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 골프치다 벼락 내리쳐… 이용객 한때 기절

사고가 난 건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쯤. 제보자 김 씨에 따르면, 김 씨 등 일행 4명은 아침 일찍부터 골프 라운딩에 나섰습니다. 정오가 지나고서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번개가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김 씨는 "날씨가 급격히 안 좋아져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번개가 수차례 내리쳤지만, 바로 앞 팀도 라운딩에 나가길래 일단 경기를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 김 씨가 촬영한 당일 골프장 경기 정보 화면 (화면 제공: 김 모 씨)
하지만 필드에 나가 본인 차례를 기다리던 김 씨 앞에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김 씨는 "쾅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며 "3~4초가량 기절해 있었는데, 일어나자마자 무서운 마음에 카트를 돌려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캐디도 발가락에서 전기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고, 함께 경기한 동생도 이내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며 자신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이 사실을 골프장에 알린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습니다. 평소와 달리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자, 김 씨는 제주 시내 한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혈압이 평소보다 높게 나왔지만, 그밖에 두드러진 증상은 없었습니다.

바로 앞에 벼락이 떨어진 뒤, 한쪽 눈이 심하게 부었다는 제보자 김 모  씨                                                        (화면 제공: 김 모 씨)
하지만 다음 날부터 손과 눈 등 몸 곳곳이 벌에 쏘인 것처럼 퉁퉁 붓기 시작했습니다.

■ 혈압 오르고 몸 퉁퉁 부어…종합병원 전전

예상치 못한 증상에 수도권 종합병원에서 수차례 검사를 받은 김 씨는,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미세한 신경이 망가져 검사로도 확인되지 않고, 1년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게 김 씨 설명입니다.

하지만 보상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골프장 보험 규정에 자연재해와 낙뢰에 관한 내용이 없어,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겁니다.

김 씨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같은 날 제주시의 또 다른 골프장에선 번개가 심하게 내리쳐 경기를 중단했는데, 자신이 방문한 골프장은 그런 안내조차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 이 골프장의 이용약관엔 '낙뢰가 예상될 때 경기를 중단하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 골프장 "벼락은 천재지변…피해 보상 어려워"

이에 해당 골프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난감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보험 처리 자체가 어렵다는 겁니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등 체육시설은 법정의무 보험에 들어야 하고, 이 보험에 근거해 부상 시 고객들에게 보상해드릴 수 있다"며 "하지만 보험사 측에서 벼락은 천재지변에 해당돼 보상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골프장 과실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벼락이 내리치면 필드에 울리는 사이렌이 정상 작동했다는 겁니다.

벼락이 치면 골프장 내부 관제시스템을 통해 알람이 울리게 돼 있는데, 고객들이 이 알람을 듣고 카트로 대피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김 씨 앞에 벼락이 떨어진 뒤 사이렌이 울렸던 탓에, 김 씨의 피해를 막긴 어려웠습니다.

사고 당일 날씨가 궂어, 낙뢰가 예상되는 상황은 아니었냐는 질문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벼락이 내리칠지, 안 내리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비나 눈이 많이 와 라운딩이 힘들면 아예 휴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매한 날씨엔 손님들이 선택해서 라운딩을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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