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무기 과시 안 한 심야 열병식…“내부 결집용”

입력 2021.09.11 (07:50) 수정 2021.09.1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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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을 기념해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고도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도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대신 방역부대와 경찰, 예비군 중심의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등시켰던 박정천을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키는 깜짝 인사도 단행했는데요.

먼저 준비된 화면 보시고 전문가와 함께 북한의 행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환하게 불을 밝힌 평양 김일성 광장.

북한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이 시작됩니다.

상공에는 낙하산병들이 대형 인공기를 흔들며 화려한 강하 기교를 뽐내고, 전투기들은 축포를 쏘며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김정은 동지께서 광장 주석단에 나오십니다."]

회색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살이 빠진 모습으로 열병식에 참석했습니다.

행진 대열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원 조직비서는 흰색 원수복을 입은 채 열병식을 주도해 북한의 핵심 실세임을 다시금 증명했습니다.

지난 1월 열병식까지는 리병철 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맡았던 역할입니다.

[조용원/北 노동당 조직비서 : "동지들 안녕하십니까. (비서 동지 안녕하십니까.) 공화국 창건절을 축하합니다."]

이번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 등 신형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토바이와 함께 구형 재래식 포가 장착된 트랙터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인민군대와의 협동작전은 물론 독자적인 군사 행동도 자립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자신심이 넘쳐 있는 분계연선지구의 농업 근로자들!"]

행진은 기존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군이 주도했습니다.

평시에는 농민이나 근로자로 일하다가 전시에 투입되는 예비군 성격의 조직입니다.

우리의 경찰 격인 사회안전군과 방독면을 쓴 비상방역 조직, 그리고 소방대도 노농적위군과 함께 광장을 누볐습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그런 민간인들조차도 전시에는 충분히 전력으로 쓸 수 있다 라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큼 병영사회인지 보여주는 조직이에요. 20년 된 무기체계건 30년 된 무기 체계건 낡은 것들이라도 다 끌어 모아서 그걸로도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 북한의 절박한 모습이랄까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은 시간과 규모 면에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됐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대남, 대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북한이 소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열병식이 끝나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한복을 갖춰 입은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김정은 위원장도 연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화답합니다.

북한의 통상적인 열병식이 아닌 축제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공산주의 붉은 노을이 타오를 인민의 이상 사회를 반드시 이 땅에 일떠세울 것입니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은 지난달 말부터 위성사진 등으로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열병식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열병식은 매우 급박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이번 열병식은 대외용 무력시위 성격이라기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해 개최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일환/北 노동당 비서/9월 9일 :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인민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튼튼히 수호할 것이며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 식대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직접적인 대미 메시지는 없었지만, 미국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 IAEA 보고서가 나온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주시하는 상황.

자칫 미국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축제 형식의 열병식으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내부를 잘 챙기고 있다. 그래서 이 체제 자체는 그렇게 쉽게 국제 제재라든가 인권 관한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열병식에 앞서 군부 인선도 재정비했습니다.

방역 책임을 물어 강등됐던 박정천 총참모장이 북한 권력 서열 5인방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두 달여 만에 깜짝 승진했습니다.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인 림광일은 박정천 후임으로 총참모장에 임명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정천은 지난 6월, 비상방역 대응의 책임을 물어 리병철과 함께 강등됐습니다.

[김병기/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7월 8일 : "리병철 당 비서는 상무위원에서 탈락하고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이며, 박정천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되었으나 총참모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박정천은 두 달여 만에 리병철의 빈자리를 채우며, 북한 권력 서열 5위 안에 드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상무위원회는 북한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최룡해와 김덕훈, 조용원이 포진해 있습니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병을 전공한 김정은 위원장의 과외교사 역할을 했을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박정천/당시 군 총참모장/2020년 10월 : "열병식 준비 검열을 받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총참모장 조선인민군 원수 박정천."]

북한이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에 림광일을 앉힌 것도 주목됩니다.

림광일은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도발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입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후임자가 림광일이 됐다는 것은 이거는 굉장히 군을 좀 공세적으로 가다듬는 것이 아닌가. 군사력 강화, 군사 대비태세 강화 혹은 핵 대비태세 강화 이런 것들을 집중하지 않을까..."]

깜짝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은 우선 미국 등 주변국들의 반응을 살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새로운 전략무기를 앞세워 다시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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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1 07:50:10
    • 수정2021-09-11 08: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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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창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이 정권 수립 73주년을 기념해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고도 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도 등장하지 않았는데요.

대신 방역부대와 경찰, 예비군 중심의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등시켰던 박정천을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키는 깜짝 인사도 단행했는데요.

먼저 준비된 화면 보시고 전문가와 함께 북한의 행보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환하게 불을 밝힌 평양 김일성 광장.

북한 국무위원회연주단의 연주를 시작으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이 시작됩니다.

상공에는 낙하산병들이 대형 인공기를 흔들며 화려한 강하 기교를 뽐내고, 전투기들은 축포를 쏘며 밤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김정은 동지께서 광장 주석단에 나오십니다."]

회색 양복 차림의 김정은 위원장은 더욱 살이 빠진 모습으로 열병식에 참석했습니다.

행진 대열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 화답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았습니다.

조용원 조직비서는 흰색 원수복을 입은 채 열병식을 주도해 북한의 핵심 실세임을 다시금 증명했습니다.

지난 1월 열병식까지는 리병철 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맡았던 역할입니다.

[조용원/北 노동당 조직비서 : "동지들 안녕하십니까. (비서 동지 안녕하십니까.) 공화국 창건절을 축하합니다."]

이번 열병식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 등 신형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토바이와 함께 구형 재래식 포가 장착된 트랙터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인민군대와의 협동작전은 물론 독자적인 군사 행동도 자립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자신심이 넘쳐 있는 분계연선지구의 농업 근로자들!"]

행진은 기존 정규군 대신 노농적위군이 주도했습니다.

평시에는 농민이나 근로자로 일하다가 전시에 투입되는 예비군 성격의 조직입니다.

우리의 경찰 격인 사회안전군과 방독면을 쓴 비상방역 조직, 그리고 소방대도 노농적위군과 함께 광장을 누볐습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그런 민간인들조차도 전시에는 충분히 전력으로 쓸 수 있다 라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큼 병영사회인지 보여주는 조직이에요. 20년 된 무기체계건 30년 된 무기 체계건 낡은 것들이라도 다 끌어 모아서 그걸로도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 북한의 절박한 모습이랄까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열병식은 시간과 규모 면에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됐습니다.

관심을 모았던 대남, 대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는데요.

북한이 소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열병식이 끝나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한복을 갖춰 입은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김정은 위원장도 연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화답합니다.

북한의 통상적인 열병식이 아닌 축제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9월 9일 : "공산주의 붉은 노을이 타오를 인민의 이상 사회를 반드시 이 땅에 일떠세울 것입니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 동향은 지난달 말부터 위성사진 등으로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열병식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4개월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열병식은 매우 급박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이번 열병식은 대외용 무력시위 성격이라기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해 개최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리일환/北 노동당 비서/9월 9일 :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 인민의 존엄과 근본 이익을 튼튼히 수호할 것이며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우리 힘으로, 우리 식대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직접적인 대미 메시지는 없었지만, 미국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 IAEA 보고서가 나온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주시하는 상황.

자칫 미국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축제 형식의 열병식으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내부를 잘 챙기고 있다. 그래서 이 체제 자체는 그렇게 쉽게 국제 제재라든가 인권 관한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열병식에 앞서 군부 인선도 재정비했습니다.

방역 책임을 물어 강등됐던 박정천 총참모장이 북한 권력 서열 5인방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두 달여 만에 깜짝 승진했습니다.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인 림광일은 박정천 후임으로 총참모장에 임명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정천은 지난 6월, 비상방역 대응의 책임을 물어 리병철과 함께 강등됐습니다.

[김병기/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7월 8일 : "리병철 당 비서는 상무위원에서 탈락하고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이며, 박정천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되었으나 총참모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박정천은 두 달여 만에 리병철의 빈자리를 채우며, 북한 권력 서열 5위 안에 드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상무위원회는 북한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최룡해와 김덕훈, 조용원이 포진해 있습니다.

포병사령관 출신인 박정천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병을 전공한 김정은 위원장의 과외교사 역할을 했을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박정천/당시 군 총참모장/2020년 10월 : "열병식 준비 검열을 받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총참모장 조선인민군 원수 박정천."]

북한이 우리의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에 림광일을 앉힌 것도 주목됩니다.

림광일은 2015년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도발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입니다.

[양욱/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후임자가 림광일이 됐다는 것은 이거는 굉장히 군을 좀 공세적으로 가다듬는 것이 아닌가. 군사력 강화, 군사 대비태세 강화 혹은 핵 대비태세 강화 이런 것들을 집중하지 않을까..."]

깜짝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은 우선 미국 등 주변국들의 반응을 살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새로운 전략무기를 앞세워 다시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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