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예술로 재해석한 ‘분단’…‘DMZ 극장’

입력 2021.09.11 (08:19) 수정 2021.09.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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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쪽으로 2킬로미터, 북쪽으로 2킬로미터 사이에는 비무장지대가 설치돼 있는데요.

네.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비무장지대 주변 남측 지역에는 모두 13곳의 전망대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 전망대들을 모두 탐방한 작가들이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고요?

[답변]

네. ‘DMZ 극장’이라는 이름의 전시회인데요.

미술 작품과 연극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앵커]

최전방에서 바라본 분단 현실, 어떨지 궁금한데요.

[답변]

네. 작가들은 강화평화전망대부터 고성통일전망대까지 13곳의 전망대를 5년 동안 탐방했다고 하는데요.

각 전망대에 얽힌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전시회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DMZ는 어떤 모습인지 지금부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궁궐과 한옥에 둘러싸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DMZ 극장’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김지현/‘DMZ 극장’ 배우 : "안보 관광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역사의 아픈 현장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DMZ 이야기를 경험하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여행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과 북으로 나뉜 전시장.

양쪽 벽에 설치된 철조망들이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말해줍니다.

[김지현/‘DMZ 극장’ 배우 : "처음엔 50m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놓은 것이 전부였던 허술한 경계의 양쪽으로 폭 2km의 DMZ가 설정되고 그 안에 철책선을 치고 초소를 지으면서 지금의 DMZ 지역이 형성된 것입니다."]

DMZ를 따라 세워진 전망대들이 이번 창작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연두 작가는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는 DMZ의 풍경을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연두/‘DMZ 극장’ 작가 : "실제로 동부전선의 끝인 고성에서부터 서부전선의 끝인 백령도까지의 갇혀 있는 공간 속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DMZ에 와있네라고 하는 지점을 공감대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DMZ 극장은 13개의 전망대를 따라서 DMZ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냈는데요.

전시회 제목처럼 한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DMZ 극장’은 일반 전시회와 다르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연극 연출가인 수르야 씨가 배우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수르야/‘DMZ 극장’ 연출 : "전망대가 극장같이 보이니까 우리 한번 연극처럼 보이는 장면을 올려보자 공연을 올렸을 때만 이 프로젝트는 완성이 될 거 같아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드디어 시작된 연극 공연.

DMZ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모닥불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듭니다.

["봤어? (응?) 말. (말? 어디?) 저기. 저기 안개가 자욱한 날에 말 한 마리가 등에 포탄을 잔뜩 싣고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하더라고."]

한국전쟁 당시 경기도 연천 지역 전투에서 활약을 펼쳤던 군마 ‘레클리스’를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풀어냈는데요.

DMZ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레클리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끝나고 난 뒤에 미국까지 가서 훈장까지 받고 잘 살다가 죽었는데 언젠가부터 여기 나타난다는 거야. 그냥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자꾸 남쪽을 바라본다는 거야. 남쪽을."]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이동하던 강원도 철원군의 민들레 벌판.

피난민들의 아픔이 담긴 구전설화를 공연에 담았습니다.

["먼 들에 가지 마라. 터지면 큰일 난다. 먼 들에 가지 마라. 터지면 큰일 난다. 먼 들."]

지뢰 사고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지뢰를 밟은 한 전쟁고아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들판에서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았습니다.

[김선혜/‘DMZ 극장’ 배우 : "전쟁고아를 통해서 멸공 OP 전망대를 표현했는데 지뢰를 밟고 그 자리에서 멈추거든요. 멈춘 상태에서 다른 배우들이 할머니로 변화시켜주는 그런 과정들이 매력적이었던 거 같아요."]

북한에 사는 한 남자가 남한에서 흘러온 페트병을 줍습니다.

["병사리(막자갈)인가 싶어서 봤는데 이게 엄청 가벼운 거야."]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듯 페트병에 의지해 강을 건너 월남을 시도하는데요.

사람은 목숨을 걸고 힘겹게 탈출하지만, 두루미는 자유롭게 남과 북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수르야/‘DMZ 극장’ 연출 : "두루미를 이 작품의 정신으로 삼아서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이는 얘기들을 함께 태워 간다고 해야하나 그런 존재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두 작가가 꿈꾸는 한반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정연두 작가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2017년부터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까지 13곳의 전망대를 탐방했다고 합니다.

특히, 처음 전망대를 찾았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연두/‘DMZ 극장’ 작가 : "자연밖에 없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삼엄함과 동시에 거기에 얽혀 있는 수많은 지뢰와 얘기들과 설화를 보면서 너무나 큰 주제기 때문에 (관객들이) 각자 가진 DMZ에 대한 생각들을 입혀주시길 바랐습니다."]

각 전망대에서도 공연을 진행했던 정연두 작가와 수르야 연출가.

미지의 공간인 DMZ가 관객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대운/관람객 : "저도 무대에서 (배우들과)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가 경계를 짓는 건 우리 마음이라는 것을 느꼈던 거 같아요.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먹으면 이 경계도 허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해 봤어요."]

고요해 보이지만, 전쟁의 긴장감이 공존하는 곳.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DMZ는 점점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고 있는데요.

전쟁과 분단의 상징을 넘어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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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예술로 재해석한 ‘분단’…‘DMZ 극장’
    • 입력 2021-09-11 08:19:19
    • 수정2021-09-11 08: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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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쪽으로 2킬로미터, 북쪽으로 2킬로미터 사이에는 비무장지대가 설치돼 있는데요.

네. 동쪽 끝부터 서쪽 끝까지 비무장지대 주변 남측 지역에는 모두 13곳의 전망대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 전망대들을 모두 탐방한 작가들이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고요?

[답변]

네. ‘DMZ 극장’이라는 이름의 전시회인데요.

미술 작품과 연극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앵커]

최전방에서 바라본 분단 현실, 어떨지 궁금한데요.

[답변]

네. 작가들은 강화평화전망대부터 고성통일전망대까지 13곳의 전망대를 5년 동안 탐방했다고 하는데요.

각 전망대에 얽힌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전시회에 녹여냈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DMZ는 어떤 모습인지 지금부터 함께 만나러 가보시죠!

[리포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궁궐과 한옥에 둘러싸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DMZ 극장’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김지현/‘DMZ 극장’ 배우 : "안보 관광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역사의 아픈 현장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DMZ 이야기를 경험하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여행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과 북으로 나뉜 전시장.

양쪽 벽에 설치된 철조망들이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말해줍니다.

[김지현/‘DMZ 극장’ 배우 : "처음엔 50m 간격으로 말뚝을 박아 놓은 것이 전부였던 허술한 경계의 양쪽으로 폭 2km의 DMZ가 설정되고 그 안에 철책선을 치고 초소를 지으면서 지금의 DMZ 지역이 형성된 것입니다."]

DMZ를 따라 세워진 전망대들이 이번 창작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연두 작가는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는 DMZ의 풍경을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연두/‘DMZ 극장’ 작가 : "실제로 동부전선의 끝인 고성에서부터 서부전선의 끝인 백령도까지의 갇혀 있는 공간 속을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DMZ에 와있네라고 하는 지점을 공감대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DMZ 극장은 13개의 전망대를 따라서 DMZ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냈는데요.

전시회 제목처럼 한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DMZ 극장’은 일반 전시회와 다르게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연극 연출가인 수르야 씨가 배우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습니다.

[수르야/‘DMZ 극장’ 연출 : "전망대가 극장같이 보이니까 우리 한번 연극처럼 보이는 장면을 올려보자 공연을 올렸을 때만 이 프로젝트는 완성이 될 거 같아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드디어 시작된 연극 공연.

DMZ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모닥불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듭니다.

["봤어? (응?) 말. (말? 어디?) 저기. 저기 안개가 자욱한 날에 말 한 마리가 등에 포탄을 잔뜩 싣고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하더라고."]

한국전쟁 당시 경기도 연천 지역 전투에서 활약을 펼쳤던 군마 ‘레클리스’를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풀어냈는데요.

DMZ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레클리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끝나고 난 뒤에 미국까지 가서 훈장까지 받고 잘 살다가 죽었는데 언젠가부터 여기 나타난다는 거야. 그냥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자꾸 남쪽을 바라본다는 거야. 남쪽을."]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이동하던 강원도 철원군의 민들레 벌판.

피난민들의 아픔이 담긴 구전설화를 공연에 담았습니다.

["먼 들에 가지 마라. 터지면 큰일 난다. 먼 들에 가지 마라. 터지면 큰일 난다. 먼 들."]

지뢰 사고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지뢰를 밟은 한 전쟁고아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이 들판에서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았습니다.

[김선혜/‘DMZ 극장’ 배우 : "전쟁고아를 통해서 멸공 OP 전망대를 표현했는데 지뢰를 밟고 그 자리에서 멈추거든요. 멈춘 상태에서 다른 배우들이 할머니로 변화시켜주는 그런 과정들이 매력적이었던 거 같아요."]

북한에 사는 한 남자가 남한에서 흘러온 페트병을 줍습니다.

["병사리(막자갈)인가 싶어서 봤는데 이게 엄청 가벼운 거야."]

마치 구명조끼를 입은 듯 페트병에 의지해 강을 건너 월남을 시도하는데요.

사람은 목숨을 걸고 힘겹게 탈출하지만, 두루미는 자유롭게 남과 북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수르야/‘DMZ 극장’ 연출 : "두루미를 이 작품의 정신으로 삼아서 언제든 자유롭게 움직이는 얘기들을 함께 태워 간다고 해야하나 그런 존재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두 작가가 꿈꾸는 한반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정연두 작가는 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 2017년부터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까지 13곳의 전망대를 탐방했다고 합니다.

특히, 처음 전망대를 찾았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정연두/‘DMZ 극장’ 작가 : "자연밖에 없는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삼엄함과 동시에 거기에 얽혀 있는 수많은 지뢰와 얘기들과 설화를 보면서 너무나 큰 주제기 때문에 (관객들이) 각자 가진 DMZ에 대한 생각들을 입혀주시길 바랐습니다."]

각 전망대에서도 공연을 진행했던 정연두 작가와 수르야 연출가.

미지의 공간인 DMZ가 관객들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대운/관람객 : "저도 무대에서 (배우들과)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가 경계를 짓는 건 우리 마음이라는 것을 느꼈던 거 같아요.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먹으면 이 경계도 허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해 봤어요."]

고요해 보이지만, 전쟁의 긴장감이 공존하는 곳.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DMZ는 점점 기억 속에서 멀어져가고 있는데요.

전쟁과 분단의 상징을 넘어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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