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플러스] 보호·지원의 대상이 아닌 삶…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

입력 2021.09.12 (23:09) 수정 2021.09.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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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Q플러스에서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기성 언론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언론이 편견에 갇혀 장애인을 약자로만 묘사하지는 않았는지.

장애인 보도에 고정된 틀이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 보도는 과연 무엇인지 이세중 기자가 질문합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가연 / 비마이너 기자
과거의 역사랑 지금 현재 어떻게 그래서 이 사람들이 탈시설을 해서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지까지. 그리고 어떠한 과제들이 남아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기사로 썼습니다.

지난 4월 문을 닫은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이가연 기자가 집중한 건 시설을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입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어떤 점을 좀 포인트로 잡고 취재를 했어요?

<인터뷰> 이가연 / 비마이너 기자
보통은 발달 장애인의 대리인, 후견인, 주변인, 부모, 가족을 중심으로 많이 인터뷰가 되고 그분들의 어떤 언어로써 이야기가 되는데 저는 발달 장애인 당사자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 최아람 씨의 생활을 석 달 넘게 밀착 취재한 끝에 기사를 냈습니다.

장 보는 것부터 은행 업무 등에 익숙해지기까지, 핵심은 보호가 아닌 지원.

'시설 밖 시설'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기사가 보도된 뒤에 반응도 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좀 반응들이 있었나요, 어때요?

<인터뷰>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평소에 탈시설에 대해 관심이 없던 분들이 그런 연락이 많이 왔어요. 자기도 82년생이고 같은 여성인데 이렇게 시설에서밖에 살 수 없었던 그런 것들. 그래서 되게 기사를 읽고 많이 고민이, 새로운 고민을 발견했다.

저항하고 싸우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스스로 마이너, 즉 비주류를 표방하는 장애인언론 비마이너(BeMinor).

농성장 취재에선 물론 집회의 이유도 기사에 담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기에 더 어려운 지점을 고민합니다.

<녹취>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코로나 때문에) 지역에서도 많이 옷 올라오시고 그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서

<녹취> 김태현/ 경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사무국장
옛날에는 지방에서 많이 결합들을 해주시고 그래서 힘이 많이 보탬이 됐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수도권을 위주로 이 농성을 진행을 하다 보니까 좀 과부화가 걸리기도 하고

장애인 삶을 역사에 기록한다는 생각에 주류 언론이 많이 찾는 곳은 오히려 취재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인터뷰>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
아무도 안 갈 것 같은 일정을 우선적으로 골라요. 기사가 하나라도 나갔다면 이거는 이후에 수백 명이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기록은 남으니까 이후에도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 기사는, 이 싸움은, 이 목소리는 존재하는 게 되니까.

비마이너가 바라보는 시선은 장애인 안의 소수자에게까지 닿아 있습니다.

장애인을 전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에이즈 환자가 관련법상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다양한 차별을 다룬 연속 보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인터뷰>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
장애와 맞물려있는 교집합적인 이슈들이 있거든요. 빈곤 이슈라든가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도 저희는 다루고 HIV도 약간 여러 가지 교집합이 있는 이슈고. 굉장히 급진적이고 뾰족한 요구들이 비마이너에서는 그냥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뭉툭해지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어지고 우리는 담아내는 거죠.

그럼 그동안 주류 언론이 다룬 장애인 보도는 어떤 관점일까,

주요 일간지 5곳과 지상파 방송사 3곳이 보도한 올해 장애인 관련 기사 천여 개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제목에 장애인이 포함된 기사들을 추린 뒤 빈도수가 높은 단어 10개를 꼽았습니다.
지원, 학대, 서울, 고용. 이들 단어는 기사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된 걸까요,

가장 많이 언급된 '지원'은 보조기기, 출산, 보험 등 주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서울, 고용, 교육, 일자리 역시 비슷한 맥락,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장애인 정책을 다룬 기사들입니다.

상위 키워드 중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학대, 폭행, 차별.
'학대 일삼은 장애인시설', '베란다에 가두고 두 달간 폭행' 등 끔찍한 폭력에 노출된 장애인들의 실태를 고발한 기사들입니다.

이렇게 분석해보니 장애인 보도의 공통된 특징이 보입니다.
다양한 지원 제도를 알리거나 혹은 폭력이나 차별에 놓인 장애인들을 조명하는 방식인데요,
이런 보도들도 장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릴 수 있어 의미 있어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변재원 국장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장애자가 피해자이거나 수혜자이거나. 단 한 번도 주체로서 나타난 적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계속 장애인을 좀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라볼 때 나타나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고...

기자들이 깊은 고민 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쫓거나 보도자료 위주의 기사를 쓰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아, 내가 장애 의제 중에 무엇을 취재해야겠다라기보다는 아, 뭐 이런 기관이 이거를 보냈으니까 이거를 한번 뭐 써보자라는 식의 기사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5000만 국민 중에 장애인이 260만이거든요. 그렇게 치면 사실 광역시 인구만큼의 장애인이 있는 건데 홍보 아니면 폭행 말고도 굉장히 많은 뉴스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보도가 장애인을 피해자나 돌봄의 대상으로만 다룬 것은 아닙니다.
지난 7월 EBS는 장애인 교사 부족 실태를 보도해 호평을 받았는데요,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장애인 교사의 비율이 적다는 보도는 사실은 간간이 되어 왔었어요. 그런데 이번 EBS 보도가 기존 보도랑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인터뷰> 금창호/ EBS 기자
특혜를 주는 보도를 하고자 했던 거가 아니라 그들도 이제 비장애인들과 그냥 동등한 선에서 출발을 하고 동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원인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보는 그런 부분들이 조금 그 전 보도하고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 교사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늘상 '지원자가 적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교육 당국,

이면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취재한 결과, 전국 교대와 사대의 64%가 애초에 장애인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한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보니 교사 수도 당연히 적은 겁니다.

<인터뷰> 서진석/ EBS 기자
표면적으로는 이 대학에 지원하는 장애 학생이 적다. 입학하는 학생이 적다라는 건데 거기서 왜 적은지를 한꺼풀만 더 들어가 보면 전형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거지. 이게 장애 학생이 없어서 혹은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닌 거라는 걸 일단 알게 됐고...

공적 분야에서 장애인을 뽑도록 의무화한 법이 개정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건 비장애인과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금창호/ EBS 기자
15년 동안 답보상태인 이유가 있구나라는 게 사실 가장 좀 먼저 생각이 들었었어요. 기본적으로 장애인 학생들이 대학 입시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든지, 아니면 고등교육에 진입할 수 있는 그런 기회라든지 이런 것부터 총체적으로 바꿔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 거라서...

보도 이후 교육부는 대학 평가에서 장애 학생 선발 노력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장애인 교사 당사자로서 이번 보도가 아무래도 좀 다르게 와닿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김헌용/ 서울 구룡중학교 교사(시각 장애인)
(언론 보도는) 소위 장애를 극복하고 학생들과 잘 지내고 있는가. 이런 쪽에 초점을 맞췄었던 게 일반적이었었어요. 개인의 서사 이런 부분들보다는 장애 교원을 둘러싼 대학교 입학에서부터 교직 생활까지 여러 명의 장애 교사를 등장시키면서 그 장애 교사들을 둘러싼 환경과 제도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으니까 말하자면 개인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시각을 넓혀서 그 주변까지 조명하는 그런 보도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결국 핵심은 장애라는 조건 그 자체에 주목하는 것,

<인터뷰> 김헌용/ 서울 구룡중학교 교사(시각 장애인)
장애를 가진 교사일 뿐이지 교사의 본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장애를 갖고 있어도 똑같거든요. 그런데 그 교사의 본분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들이 있는 것이죠. 장애인이 아니라 그 장애물에 조명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인권 침해 시설에서 학대 받거나 폭행당한 장애인을 취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취재가 필요합니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장애인과 함께 호흡하고 장애인의 그 목소리가 담기고 장애인의 어떤 피와 땀, 열정들이 함께 담기는 그런 뉴스들이 같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질문하는기자들Q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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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플러스] 보호·지원의 대상이 아닌 삶…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
    • 입력 2021-09-12 23:08:59
    • 수정2021-09-13 07:06:19
    질문하는 기자들Q
[앵커]

지난주 Q플러스에서는 2020 도쿄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 짚어봤는데요.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서 기성 언론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언론이 편견에 갇혀 장애인을 약자로만 묘사하지는 않았는지.

장애인 보도에 고정된 틀이 있지는 않은지.

그렇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깬 보도는 과연 무엇인지 이세중 기자가 질문합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가연 / 비마이너 기자
과거의 역사랑 지금 현재 어떻게 그래서 이 사람들이 탈시설을 해서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지까지. 그리고 어떠한 과제들이 남아있는지를 알고 싶어서 기사로 썼습니다.

지난 4월 문을 닫은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

이가연 기자가 집중한 건 시설을 나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이후의 삶입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어떤 점을 좀 포인트로 잡고 취재를 했어요?

<인터뷰> 이가연 / 비마이너 기자
보통은 발달 장애인의 대리인, 후견인, 주변인, 부모, 가족을 중심으로 많이 인터뷰가 되고 그분들의 어떤 언어로써 이야기가 되는데 저는 발달 장애인 당사자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 최아람 씨의 생활을 석 달 넘게 밀착 취재한 끝에 기사를 냈습니다.

장 보는 것부터 은행 업무 등에 익숙해지기까지, 핵심은 보호가 아닌 지원.

'시설 밖 시설'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기사가 보도된 뒤에 반응도 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좀 반응들이 있었나요, 어때요?

<인터뷰>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평소에 탈시설에 대해 관심이 없던 분들이 그런 연락이 많이 왔어요. 자기도 82년생이고 같은 여성인데 이렇게 시설에서밖에 살 수 없었던 그런 것들. 그래서 되게 기사를 읽고 많이 고민이, 새로운 고민을 발견했다.

저항하고 싸우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스스로 마이너, 즉 비주류를 표방하는 장애인언론 비마이너(BeMinor).

농성장 취재에선 물론 집회의 이유도 기사에 담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기에 더 어려운 지점을 고민합니다.

<녹취>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코로나 때문에) 지역에서도 많이 옷 올라오시고 그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서

<녹취> 김태현/ 경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사무국장
옛날에는 지방에서 많이 결합들을 해주시고 그래서 힘이 많이 보탬이 됐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수도권을 위주로 이 농성을 진행을 하다 보니까 좀 과부화가 걸리기도 하고

장애인 삶을 역사에 기록한다는 생각에 주류 언론이 많이 찾는 곳은 오히려 취재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인터뷰>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
아무도 안 갈 것 같은 일정을 우선적으로 골라요. 기사가 하나라도 나갔다면 이거는 이후에 수백 명이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이 기록은 남으니까 이후에도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 기사는, 이 싸움은, 이 목소리는 존재하는 게 되니까.

비마이너가 바라보는 시선은 장애인 안의 소수자에게까지 닿아 있습니다.

장애인을 전체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에이즈 환자가 관련법상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다양한 차별을 다룬 연속 보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인터뷰> 강혜민/ 비마이너 편집장
장애와 맞물려있는 교집합적인 이슈들이 있거든요. 빈곤 이슈라든가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도 저희는 다루고 HIV도 약간 여러 가지 교집합이 있는 이슈고. 굉장히 급진적이고 뾰족한 요구들이 비마이너에서는 그냥 하나도 훼손되지 않고 뭉툭해지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어지고 우리는 담아내는 거죠.

그럼 그동안 주류 언론이 다룬 장애인 보도는 어떤 관점일까,

주요 일간지 5곳과 지상파 방송사 3곳이 보도한 올해 장애인 관련 기사 천여 개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제목에 장애인이 포함된 기사들을 추린 뒤 빈도수가 높은 단어 10개를 꼽았습니다.
지원, 학대, 서울, 고용. 이들 단어는 기사에서 어떤 맥락으로 사용된 걸까요,

가장 많이 언급된 '지원'은 보조기기, 출산, 보험 등 주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서울, 고용, 교육, 일자리 역시 비슷한 맥락,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장애인 정책을 다룬 기사들입니다.

상위 키워드 중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학대, 폭행, 차별.
'학대 일삼은 장애인시설', '베란다에 가두고 두 달간 폭행' 등 끔찍한 폭력에 노출된 장애인들의 실태를 고발한 기사들입니다.

이렇게 분석해보니 장애인 보도의 공통된 특징이 보입니다.
다양한 지원 제도를 알리거나 혹은 폭력이나 차별에 놓인 장애인들을 조명하는 방식인데요,
이런 보도들도 장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릴 수 있어 의미 있어 보이는데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변재원 국장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장애자가 피해자이거나 수혜자이거나. 단 한 번도 주체로서 나타난 적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계속 장애인을 좀 수동적인 모습으로 바라볼 때 나타나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하고...

기자들이 깊은 고민 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쫓거나 보도자료 위주의 기사를 쓰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아, 내가 장애 의제 중에 무엇을 취재해야겠다라기보다는 아, 뭐 이런 기관이 이거를 보냈으니까 이거를 한번 뭐 써보자라는 식의 기사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5000만 국민 중에 장애인이 260만이거든요. 그렇게 치면 사실 광역시 인구만큼의 장애인이 있는 건데 홍보 아니면 폭행 말고도 굉장히 많은 뉴스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보도가 장애인을 피해자나 돌봄의 대상으로만 다룬 것은 아닙니다.
지난 7월 EBS는 장애인 교사 부족 실태를 보도해 호평을 받았는데요,
취재한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장애인 교사의 비율이 적다는 보도는 사실은 간간이 되어 왔었어요. 그런데 이번 EBS 보도가 기존 보도랑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인터뷰> 금창호/ EBS 기자
특혜를 주는 보도를 하고자 했던 거가 아니라 그들도 이제 비장애인들과 그냥 동등한 선에서 출발을 하고 동등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원인들을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보는 그런 부분들이 조금 그 전 보도하고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 교사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늘상 '지원자가 적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교육 당국,

이면에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취재한 결과, 전국 교대와 사대의 64%가 애초에 장애인 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한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보니 교사 수도 당연히 적은 겁니다.

<인터뷰> 서진석/ EBS 기자
표면적으로는 이 대학에 지원하는 장애 학생이 적다. 입학하는 학생이 적다라는 건데 거기서 왜 적은지를 한꺼풀만 더 들어가 보면 전형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적은 거지. 이게 장애 학생이 없어서 혹은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닌 거라는 걸 일단 알게 됐고...

공적 분야에서 장애인을 뽑도록 의무화한 법이 개정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변하지 않는 현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건 비장애인과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금창호/ EBS 기자
15년 동안 답보상태인 이유가 있구나라는 게 사실 가장 좀 먼저 생각이 들었었어요. 기본적으로 장애인 학생들이 대학 입시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든지, 아니면 고등교육에 진입할 수 있는 그런 기회라든지 이런 것부터 총체적으로 바꿔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 거라서...

보도 이후 교육부는 대학 평가에서 장애 학생 선발 노력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이세중 기자
장애인 교사 당사자로서 이번 보도가 아무래도 좀 다르게 와닿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김헌용/ 서울 구룡중학교 교사(시각 장애인)
(언론 보도는) 소위 장애를 극복하고 학생들과 잘 지내고 있는가. 이런 쪽에 초점을 맞췄었던 게 일반적이었었어요. 개인의 서사 이런 부분들보다는 장애 교원을 둘러싼 대학교 입학에서부터 교직 생활까지 여러 명의 장애 교사를 등장시키면서 그 장애 교사들을 둘러싼 환경과 제도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으니까 말하자면 개인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시각을 넓혀서 그 주변까지 조명하는 그런 보도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결국 핵심은 장애라는 조건 그 자체에 주목하는 것,

<인터뷰> 김헌용/ 서울 구룡중학교 교사(시각 장애인)
장애를 가진 교사일 뿐이지 교사의 본분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장애를 갖고 있어도 똑같거든요. 그런데 그 교사의 본분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들이 있는 것이죠. 장애인이 아니라 그 장애물에 조명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변재원/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
인권 침해 시설에서 학대 받거나 폭행당한 장애인을 취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취재가 필요합니다. 한 발자국 더 들어가서 장애인과 함께 호흡하고 장애인의 그 목소리가 담기고 장애인의 어떤 피와 땀, 열정들이 함께 담기는 그런 뉴스들이 같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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