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스마트폰 좀비)는 민폐” 과학적으로 확인됐다…올해의 ‘이그 노벨상’ 수상
입력 2021.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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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 끼친다…과학적으로 증명
최근 들어 서양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들 때문일까요? '좀비'는 우리에게도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죠. 그래서 일상어나 신조어에 '좀비'라는 단어가 종종 들어가곤 합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길을 걷는 모습이 '좀비' 같다는 데서 생겨난 신조어 '스마트폰 좀비', 이 단어를 더 줄인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좀비)도 그중 하나인데요.
이 '스몸비'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라카미 히사시 교토공예섬유대 조교수 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보행자들이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합니다.
보행자 54명을 27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폭 3m, 길이 10m의 직선 통로를 스쳐 지나가듯이 걷도록 하는실험을 했더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가 섞인 그룹에서 이동 속도가 전반적으로 더 늦어졌습니다.
앞선 3명이 스마트폰으로 계산 문제를 풀면서 걷도록 했더니, 그 3명 말고도 다른 보행자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건데요.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움직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집단의 보행 속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언뜻 봐도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과'인데, 이 연구는 올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평소 '스몸비'들이 무척 거슬렸지만 어떻게 지적해야 할 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공로일까요?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스몸비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비롯해 여러 연구들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무리를 형성해 움직이는 로봇 개발이나 동물의 행동을 분석하는 연구에 응용할 수 있고, 미래의 자동차나 인파 이동의 정체, 사고 방지 등에 관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보도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인 듯도 한데, 이그노벨상은 이렇게 시대를 반영하고 미래를 변화시킬 기발한 관점들을 제시하며 점점 더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 뭐지?
이 연구가 받은 '이그 노벨상'은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 되는”(that cannot, or should not, be reproduced) 독특하고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대해 주어지는 상입니다.
199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사 '기발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이키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시상 부문에는 평화·물리학·문학·생물학·의학·수학·경제학이 있지만, 매년 조금씩 바뀝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으로, '이그 노벨(Ig Nobel)'은 '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 '노블(noble)'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 불명예스러운'을 뜻하는 '이그노블(ignoble)'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하지만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해 시상에도 참여하며, 일부 논문 심사도 맡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을 때 상을 주는데, 이전 수상 목록을 보면 특히 평화상 부문 등에서 대상을 비꼬기 위해 수여하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한국인으로는,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 코오롱의 권혁호가 환경보호상을 받았고 2000년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97년 3만 6천 쌍까지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문선명 교주가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 이장림 목사가 세계 종말을 예측해 수학상을, 2017년 커피잔을 들고 다닐 때 커피를 쏟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한지원이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고 나옵니다.
호기심 가득한 신기한 연구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노벨상의 아류'가 아니냐, 우습게만 여기면 안 됩니다.
1995년 이그 노벨상 영양학상은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 속 커피 원두로 만든 루악 커피를 발견한 존 마르티네스(John Martinez)에게 갔고요.
2000년 이그 노벨상 물리학상은 개구리가 반자성을 띤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이메헌 대학 물리학과 안드레 가임이 수상했는데,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 그래핀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습니다.
■ 올해의 '이그 노벨상' 수상작들은?
올해 수상 대상 가운데 외신에 가장 많이 보도된 건, 바로 이 사진입니다.
9일(현지 시간) A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로 31회를 맞은 이그노벨상 수상작 가운데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이송하는 것이 코뿔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이송할 경우 동물의 심장과 폐 기능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코뿔소 12마리를 크레인에 매단 뒤 물리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그 밖에 턱수염이 주먹질로부터 연약한 얼굴 뼈를 보호하는데 미치는 영향, 잠수함에서 효과적으로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방법, 앞서 소개한 '스몸비' 연구 등이 올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사전 녹화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수상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조립해야 하는 인쇄물로 된 트로피와 가짜 10조 달러 짐바브웨 지폐를 상금으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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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몸비(스마트폰 좀비)는 민폐” 과학적으로 확인됐다…올해의 ‘이그 노벨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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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14 07:00:20
■ '스몸비(스마트폰 좀비)'가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 끼친다…과학적으로 증명
최근 들어 서양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들 때문일까요? '좀비'는 우리에게도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죠. 그래서 일상어나 신조어에 '좀비'라는 단어가 종종 들어가곤 합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길을 걷는 모습이 '좀비' 같다는 데서 생겨난 신조어 '스마트폰 좀비', 이 단어를 더 줄인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좀비)도 그중 하나인데요.
이 '스몸비'가, 사람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실제로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라카미 히사시 교토공예섬유대 조교수 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보행자들이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합니다.
보행자 54명을 27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폭 3m, 길이 10m의 직선 통로를 스쳐 지나가듯이 걷도록 하는실험을 했더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보행자가 섞인 그룹에서 이동 속도가 전반적으로 더 늦어졌습니다.
앞선 3명이 스마트폰으로 계산 문제를 풀면서 걷도록 했더니, 그 3명 말고도 다른 보행자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건데요. 이들이 주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움직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집단의 보행 속도가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언뜻 봐도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과'인데, 이 연구는 올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평소 '스몸비'들이 무척 거슬렸지만 어떻게 지적해야 할 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속시원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공로일까요?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스몸비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비롯해 여러 연구들에 응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무리를 형성해 움직이는 로봇 개발이나 동물의 행동을 분석하는 연구에 응용할 수 있고, 미래의 자동차나 인파 이동의 정체, 사고 방지 등에 관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보도했습니다.
'꿈보다 해몽'인 듯도 한데, 이그노벨상은 이렇게 시대를 반영하고 미래를 변화시킬 기발한 관점들을 제시하며 점점 더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 뭐지?
이 연구가 받은 '이그 노벨상'은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 되는”(that cannot, or should not, be reproduced) 독특하고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대해 주어지는 상입니다.
199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사 '기발한 연구 연감(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이키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시상 부문에는 평화·물리학·문학·생물학·의학·수학·경제학이 있지만, 매년 조금씩 바뀝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상으로, '이그 노벨(Ig Nobel)'은 '고상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 '노블(noble)'의 반대말로 '품위 없는, 불명예스러운'을 뜻하는 '이그노블(ignoble)'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하지만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해 시상에도 참여하며, 일부 논문 심사도 맡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은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을 때 상을 주는데, 이전 수상 목록을 보면 특히 평화상 부문 등에서 대상을 비꼬기 위해 수여하는 경우도 눈에 띕니다.
한국인으로는,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 코오롱의 권혁호가 환경보호상을 받았고 2000년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97년 3만 6천 쌍까지 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문선명 교주가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 이장림 목사가 세계 종말을 예측해 수학상을, 2017년 커피잔을 들고 다닐 때 커피를 쏟는 현상에 대해 연구한 한지원이 유체역학상을 수상했다고 나옵니다.
호기심 가득한 신기한 연구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노벨상의 아류'가 아니냐, 우습게만 여기면 안 됩니다.
1995년 이그 노벨상 영양학상은 사향 고양이의 배설물 속 커피 원두로 만든 루악 커피를 발견한 존 마르티네스(John Martinez)에게 갔고요.
2000년 이그 노벨상 물리학상은 개구리가 반자성을 띤다는 사실을 발견한 나이메헌 대학 물리학과 안드레 가임이 수상했는데,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 그래핀에 대한 연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았습니다.
■ 올해의 '이그 노벨상' 수상작들은?
올해 수상 대상 가운데 외신에 가장 많이 보도된 건, 바로 이 사진입니다.
9일(현지 시간) AP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로 31회를 맞은 이그노벨상 수상작 가운데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이송하는 것이 코뿔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코넬대학교 연구진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이송할 경우 동물의 심장과 폐 기능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코뿔소 12마리를 크레인에 매단 뒤 물리적 반응을 측정했습니다.
그 밖에 턱수염이 주먹질로부터 연약한 얼굴 뼈를 보호하는데 미치는 영향, 잠수함에서 효과적으로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방법, 앞서 소개한 '스몸비' 연구 등이 올해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은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라인 사전 녹화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수상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조립해야 하는 인쇄물로 된 트로피와 가짜 10조 달러 짐바브웨 지폐를 상금으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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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란 기자 ran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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