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자정이 가까웠던 그 밤, 그 바다는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요. 어둠 섞인 파도가 밀려오던 인천 월미도의 한 해변. 남자는 일렁이는 물살에 발을 내어주고, 하염없이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생과 사 그 경계에서, 삶을 포기하는 한 걸음을 수없이 망설이는 듯, 그렇게 1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 바다에 우두커니 서 있던 30대 남성…맨발로 다가선 경찰이 건넨 한 마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건 인천중부경찰서 하인천지구대 김대건 경장과 고승욱 순경이었습니다. 두 경찰은 남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이제 그만 나오라고, 삶으로 돌아오라고요. 하지만 남자에게는 들리지 않았죠. 밀물 때가 다가오며 바닷물은 빠르게 차올랐고, 어둠은 더 짙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김대건 경장은 신발과 장비를 벗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남자는 위태로웠습니다. 어둠을 향해 서 있었지만 그 정적이, 미동도 없는 망설임이 생의 끈을 더 강하게 잡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김대건 경장은 힘겹게 한마디 말을 꺼냈습니다.
김대건 경장 : 많이 힘드시죠. 남자 : 살고 싶지 않아요… 김대건 경장 : 그래도 우리 일단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네? |
■ "우리 일단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김대건 경장의 말에 남자는 서서히 마음을 열었습니다. 남자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등 뒤를 받쳐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남자를 두 경찰은 지구대로 데려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진정이 된 듯 돌아간 남자는 이후 짧지만, 마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힘든 순간은 있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순간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삶의 어느 지점에도, 유일한 길은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여러 갈림길이고 선택의 연속이니까요. '포기'만이 보이는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 겁니다. '딱 하루만 일단 더 살아보자'는 길도 분명 있을 겁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제공: 인천경찰청)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래도 우리 일단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
- 입력 2021-09-14 14:35:46
지난 2일 자정이 가까웠던 그 밤, 그 바다는 남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요. 어둠 섞인 파도가 밀려오던 인천 월미도의 한 해변. 남자는 일렁이는 물살에 발을 내어주고, 하염없이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생과 사 그 경계에서, 삶을 포기하는 한 걸음을 수없이 망설이는 듯, 그렇게 1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 바다에 우두커니 서 있던 30대 남성…맨발로 다가선 경찰이 건넨 한 마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건 인천중부경찰서 하인천지구대 김대건 경장과 고승욱 순경이었습니다. 두 경찰은 남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이제 그만 나오라고, 삶으로 돌아오라고요. 하지만 남자에게는 들리지 않았죠. 밀물 때가 다가오며 바닷물은 빠르게 차올랐고, 어둠은 더 짙게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김대건 경장은 신발과 장비를 벗고 바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남자는 위태로웠습니다. 어둠을 향해 서 있었지만 그 정적이, 미동도 없는 망설임이 생의 끈을 더 강하게 잡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김대건 경장은 힘겹게 한마디 말을 꺼냈습니다.
김대건 경장 : 많이 힘드시죠. 남자 : 살고 싶지 않아요… 김대건 경장 : 그래도 우리 일단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네? |
■ "우리 일단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살아봐요."
김대건 경장의 말에 남자는 서서히 마음을 열었습니다. 남자의 팔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등 뒤를 받쳐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남자를 두 경찰은 지구대로 데려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진정이 된 듯 돌아간 남자는 이후 짧지만, 마음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의 힘든 순간은 있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순간도 있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삶의 어느 지점에도, 유일한 길은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여러 갈림길이고 선택의 연속이니까요. '포기'만이 보이는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을 겁니다. '딱 하루만 일단 더 살아보자'는 길도 분명 있을 겁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상제공: 인천경찰청)
-
-
허솔지 기자 solji26@kbs.co.kr
허솔지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