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차량 승하차 공간…학교 ‘밖’ VS 학교 ‘안’

입력 2021.09.15 (19:13) 수정 2021.09.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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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달 21일부터는 이른바 '민식이법'에 따라 학교나 유치원 인근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모든 차량의 주정차가 금지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 태우거나 내려주는 학부모 차량을 위한 주정차 공간이 따로 필요한데요,

유치원이나 학교 밖에 만들 것이냐, 안에 만들 것이냐를 놓고 관계 기관 간 협의가 늦어져 학부모들의 혼란이 큽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종시의 한 유치원 앞.

학부모 차량이 몰리며 도로가 꽉 막혔습니다.

도로와 맞닿은 유치원의 주차장이 좁아 생기는 일입니다.

[김보경/학부모 : "무인단속카메라가 돌아서 마음이 더 조급해가지고 아이를 잘 찾을 수 없고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유치원. 이중 주차하는 등원 차량이 많습니다.

[김자연/세종시교육청 정책기획과 : "(41개) 대부분의 유치원이 이렇게 부지가 좁고 승하차할 공간이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다음 달 21일부턴,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주정차하는 모든 차량은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과 자치단체는 학교나 유치원 안에 별도의 주차 공간 마련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성봉/세종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위 : "일반도로에 차가 쭉 주정차하는 것을 막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교육청은, 도로 관리 주체 기관인 경찰이 책임을 떠넘긴다는 입장입니다.

세종시는 특히, 놀이터를 겸한 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이런 유치원이나 학교 부지를 좁게 만든 게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 안에 별도의 승하차 공간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신설 학교는 앞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정차 공간을 만들 계획이지만, 기존 학교들은 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앵커]

이어서 세종시의 통학차량 승하차 문제를 취재한 최선중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세종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부지가 좁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애초에 왜 이렇게 유치원과 학교를 좁게 지은 건가요?

[기자]

세종에서 어린이 보호 구역이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모두 92개입니다.

이 학교 부지를 정할 때 행복청, 세종시, LH, 교육청이 참여했는데요.

행복청은 BRT 구간 설계 당시 어디에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지을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LH는 목 좋은 곳에 상가를 분양하는데 열중했습니다.

세종시는 비교적 공원 조성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행복청과 LH가 만든 것을 이관받는 입장이다 보니 학교부지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선 순위에 밀리다보니 유치원과 학교 부지가 좁아지거나 외곽으로 밀리는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특히 학교를 넓게 지으면 학교 주변 200미터 반경이 정화구역이라고 해서 상업행위가 제한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교육청은 넉넉한 면적을 요구했지만, 주변에 어린이 놀이터를 겸한 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최소 면적을 할당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와서 학교 안에 별도의 주정차 공간을 만들라는 요구인데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제가 인근의 청주시나 경기도, 인천, 파주시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학교나 유치원을 지을 때부터 넓은 면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5부제로 승용차 주차를 최대한 줄이고 별도의 통학차량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었고요.

그런데 학교 밖에 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곳은 지자체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 회차로를 만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앵커]

다른 지역은 학교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있단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세종시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학교 특성에 맞게 해야 할 텐데, 접점을 찾기 위해 세종교육청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 지나고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현재로선 유치원의 경우 41개 단설 유치원 전체가 내부에 공간이 없단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부 초등학교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걸로 검토되고 있고요.

인근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주차장을 이용하는 안도 나왔는데 유치원 등원 시간이 중고등학교는 공부하는 시간이어서 소음 문제가 있어 쉽지 않고요.

유치원과 인근학교 울타리를 없애 동선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학교 '안' 설치가 가능한 곳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행복청과 LH에서 학교 안에 통학차량 승하차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땅을 더 공급하겠단 이야기도 있던데요.

[기자]

네, 지금의 5,6 생활권 지역, 그러니까 합강동이나 해밀동 한별리 지역에 새로 짓는 학교에는 330제곱미터의 여유 부지를 공급하겠단 제안을 LH가 한 상태인데요.

공짜로 주는 건 아니고요,

3.3제곱미터에 50~60만원씩 원가 이하로 주겠단 제안인데요.

그런데 이게 외부 도로와 안전하게 연결되는게 관건이거든요.

이걸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면서 땅을 주는 건 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대신 전문용어로 '쿨데삭'이라고 하던데 막힌 도로이면서 끝에서 회차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야 더 효율적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당장 문제는 신설학교가 아니라 기존의 좁은 학교 인데, 교육청이 일부이긴 하지만 학교 안에 설치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면 한발 물러난 건데, 세종시나 경찰서도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오늘 경찰서에 가니까 예외규정에 대한 말을 했는데요.

부득이한 경우 차량 종류와 주정차 시간, 장소를 미리 경찰청장에게 승인받으면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말 그대로 예외규정입니다.

이 예외가 많아지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거죠.

따라서 학교 안에 통학차량 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곳은 주변에 회차로를 만든다든지, 도로와 인접한 녹지공간을 활용해 어린이 구역 밖에 합법적인 통학차량 승하차구역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보이고요.

강화된 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게 이제 한달 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서둘러 조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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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학차량 승하차 공간…학교 ‘밖’ VS 학교 ‘안’
    • 입력 2021-09-15 19:13:39
    • 수정2021-09-15 20:10:53
    뉴스7(대전)
[앵커]

다음 달 21일부터는 이른바 '민식이법'에 따라 학교나 유치원 인근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모든 차량의 주정차가 금지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 태우거나 내려주는 학부모 차량을 위한 주정차 공간이 따로 필요한데요,

유치원이나 학교 밖에 만들 것이냐, 안에 만들 것이냐를 놓고 관계 기관 간 협의가 늦어져 학부모들의 혼란이 큽니다.

최선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종시의 한 유치원 앞.

학부모 차량이 몰리며 도로가 꽉 막혔습니다.

도로와 맞닿은 유치원의 주차장이 좁아 생기는 일입니다.

[김보경/학부모 : "무인단속카메라가 돌아서 마음이 더 조급해가지고 아이를 잘 찾을 수 없고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유치원. 이중 주차하는 등원 차량이 많습니다.

[김자연/세종시교육청 정책기획과 : "(41개) 대부분의 유치원이 이렇게 부지가 좁고 승하차할 공간이 없는 형편입니다."]

그런데 다음 달 21일부턴,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주정차하는 모든 차량은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과 자치단체는 학교나 유치원 안에 별도의 주차 공간 마련할 것을 교육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성봉/세종경찰서 경비교통과 경위 : "일반도로에 차가 쭉 주정차하는 것을 막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교육청은, 도로 관리 주체 기관인 경찰이 책임을 떠넘긴다는 입장입니다.

세종시는 특히, 놀이터를 겸한 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이런 유치원이나 학교 부지를 좁게 만든 게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유치원이나 학교 안에 별도의 승하차 공간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신설 학교는 앞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정차 공간을 만들 계획이지만, 기존 학교들은 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선중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앵커]

이어서 세종시의 통학차량 승하차 문제를 취재한 최선중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세종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부지가 좁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애초에 왜 이렇게 유치원과 학교를 좁게 지은 건가요?

[기자]

세종에서 어린이 보호 구역이 있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모두 92개입니다.

이 학교 부지를 정할 때 행복청, 세종시, LH, 교육청이 참여했는데요.

행복청은 BRT 구간 설계 당시 어디에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지을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LH는 목 좋은 곳에 상가를 분양하는데 열중했습니다.

세종시는 비교적 공원 조성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행복청과 LH가 만든 것을 이관받는 입장이다 보니 학교부지엔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우선 순위에 밀리다보니 유치원과 학교 부지가 좁아지거나 외곽으로 밀리는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특히 학교를 넓게 지으면 학교 주변 200미터 반경이 정화구역이라고 해서 상업행위가 제한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교육청은 넉넉한 면적을 요구했지만, 주변에 어린이 놀이터를 겸한 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최소 면적을 할당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제 와서 학교 안에 별도의 주정차 공간을 만들라는 요구인데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제가 인근의 청주시나 경기도, 인천, 파주시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학교나 유치원을 지을 때부터 넓은 면적으로 지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없습니다.

선생님들이 5부제로 승용차 주차를 최대한 줄이고 별도의 통학차량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었고요.

그런데 학교 밖에 이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곳은 지자체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 회차로를 만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앵커]

다른 지역은 학교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있단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세종시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학교 특성에 맞게 해야 할 텐데, 접점을 찾기 위해 세종교육청이 전수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추석 명절 지나고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현재로선 유치원의 경우 41개 단설 유치원 전체가 내부에 공간이 없단 결론이 나왔습니다.

일부 초등학교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걸로 검토되고 있고요.

인근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주차장을 이용하는 안도 나왔는데 유치원 등원 시간이 중고등학교는 공부하는 시간이어서 소음 문제가 있어 쉽지 않고요.

유치원과 인근학교 울타리를 없애 동선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학교 '안' 설치가 가능한 곳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앵커]

행복청과 LH에서 학교 안에 통학차량 승하차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땅을 더 공급하겠단 이야기도 있던데요.

[기자]

네, 지금의 5,6 생활권 지역, 그러니까 합강동이나 해밀동 한별리 지역에 새로 짓는 학교에는 330제곱미터의 여유 부지를 공급하겠단 제안을 LH가 한 상태인데요.

공짜로 주는 건 아니고요,

3.3제곱미터에 50~60만원씩 원가 이하로 주겠단 제안인데요.

그런데 이게 외부 도로와 안전하게 연결되는게 관건이거든요.

이걸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면서 땅을 주는 건 큰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대신 전문용어로 '쿨데삭'이라고 하던데 막힌 도로이면서 끝에서 회차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야 더 효율적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당장 문제는 신설학교가 아니라 기존의 좁은 학교 인데, 교육청이 일부이긴 하지만 학교 안에 설치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면 한발 물러난 건데, 세종시나 경찰서도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오늘 경찰서에 가니까 예외규정에 대한 말을 했는데요.

부득이한 경우 차량 종류와 주정차 시간, 장소를 미리 경찰청장에게 승인받으면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말 그대로 예외규정입니다.

이 예외가 많아지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거죠.

따라서 학교 안에 통학차량 공간을 마련할 수 없는 곳은 주변에 회차로를 만든다든지, 도로와 인접한 녹지공간을 활용해 어린이 구역 밖에 합법적인 통학차량 승하차구역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해보이고요.

강화된 법이 효력을 발생하는 게 이제 한달 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서둘러 조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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