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법] 배우자 없을 때 집에서 불륜…‘주거침입죄 무죄’

입력 2021.09.15 (19:39) 수정 2021.09.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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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배우자가 없을 때 불륜 상대의 집을 들어간 남성,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이 주거침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사건과 법 김혜민 변호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변]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씨의 집에, B씨의 남편이 없을 때 3차례 드나든 점을 이유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핵심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만 받고 집에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 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포함해 비슷한 사건의 하급심들에서도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자,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어 심리를 했고요.

최근 A씨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앵커]

여기서 궁금한 게, 실제 이번 사건처럼 바람 피우는 상대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하고 처벌까지 받는 경우가 자주 있나요?

[답변]

네, 재판을 하다보면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알고 보니 그 상대방이 집까지 왔더라 이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청구를 하는 것과 별개로 주거침입죄로 형사고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요.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간통죄가 폐지되어 불륜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이미 폐지된 간통죄를 대신하여 우회적 처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경우 수사기관도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기도 했고요.

법원도 하급심에서 유죄로 본 사건도 있고 무죄로 본 사건도 있으면서, 실무적으로 한 번쯤은 이 부분이 정리될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이번 사건도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점을 다르게 본 건가요?

[답변]

네, A씨는 1심에서 유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이렇게 결론이 전혀 다르게 된 이유는 부부의 주거공간은 부부가 모두 주거권이 있는데, 이 중 한 사람만 출입을 승낙하고 다른 사람은 반대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두고, ① 남편인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쳤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 1심의 입장이었고요.

② 아내인 B씨의 허락은 얻어 집에 평온하게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아니다는 것이 2심의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논란이 계속되자, 앞서 말한 대로 대법원은 결국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판단 근거는 뭐였나요?

[답변]

대법원은‘침입’인지 그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① 현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②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 행위는 ‘침입’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B씨가 A씨더러 들어오라고 해서 정상적으로 문 열고 집에 들어간 경우이니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집에 들어갈 때 평온하게 들어갔다면, 설령 불륜이라는 출입목적상 남편이 그 사람의 출입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정한 침입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판결이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거라면서요?

[답변]

네, 37년 만에 '주거침입' 에 대한 판단이 바꼈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1984년부터 유지해왔던 입장- 즉,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집에 없는 부부 일방의 평온을 해치게 되는, 불륜 상대의 방문은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봤던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앵커]

논란이 계속됐던 만큼 의미있는 판결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파장도 있을 것 같아요?

[답변]

문을 따고 들어가거나 창문으로 들어가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한 게 아닌데도,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하고 실제 처벌이 이뤄졌던 특이한 영역이 바로 이 불륜 상대방이 집에 출입하는 경우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주거침입죄 자체의 기준은 더 명확해졌으나, 불륜 상대방이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마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국민 법 감정 차원에서는 이제는 간통죄도 안 된다, 주거침입죄도 안 된다고 하니, 불륜 상대방이 마음 놓고 내 집에 드나들면서 간통해도 된다는 것이냐 – 라는 반감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배우자 입장에선 불륜과 관련한 형사처벌이 갖는 상징성, 응보적 차원이 분명히 있는데 이제 불륜에 대하여는 형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보완책으로 민사적으로 인정되는 위자료라도 충분히 인정되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이번 판결로 법원의 입장은 정리됐으나 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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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과 법] 배우자 없을 때 집에서 불륜…‘주거침입죄 무죄’
    • 입력 2021-09-15 19:39:55
    • 수정2021-09-15 20:02:21
    뉴스7(광주)
[앵커]

배우자가 없을 때 불륜 상대의 집을 들어간 남성,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이 주거침입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사건과 법 김혜민 변호사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답변]

A씨는 내연관계에 있던 유부녀 B씨의 집에, B씨의 남편이 없을 때 3차례 드나든 점을 이유로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되었는데요.

핵심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동의만 받고 집에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 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포함해 비슷한 사건의 하급심들에서도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자, 지난 6월 공개변론까지 열어 심리를 했고요.

최근 A씨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앵커]

여기서 궁금한 게, 실제 이번 사건처럼 바람 피우는 상대를 주거침입죄로 고소하고 처벌까지 받는 경우가 자주 있나요?

[답변]

네, 재판을 하다보면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는데 알고 보니 그 상대방이 집까지 왔더라 이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위자료청구를 하는 것과 별개로 주거침입죄로 형사고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요.

이는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간통죄가 폐지되어 불륜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주거침입죄가 이미 폐지된 간통죄를 대신하여 우회적 처벌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거침입죄로 고소할 경우 수사기관도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기도 했고요.

법원도 하급심에서 유죄로 본 사건도 있고 무죄로 본 사건도 있으면서, 실무적으로 한 번쯤은 이 부분이 정리될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결국, 이번 사건도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어떤 점을 다르게 본 건가요?

[답변]

네, A씨는 1심에서 유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이렇게 결론이 전혀 다르게 된 이유는 부부의 주거공간은 부부가 모두 주거권이 있는데, 이 중 한 사람만 출입을 승낙하고 다른 사람은 반대할 것이 명백한 경우를 두고, ① 남편인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쳤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 1심의 입장이었고요.

② 아내인 B씨의 허락은 얻어 집에 평온하게 들어갔으니 주거침입죄가 아니다는 것이 2심의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논란이 계속되자, 앞서 말한 대로 대법원은 결국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판단 근거는 뭐였나요?

[답변]

대법원은‘침입’인지 그 행위에 주목했습니다.

① 현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②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집에 들어간 경우, 그 행위는 ‘침입’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B씨가 A씨더러 들어오라고 해서 정상적으로 문 열고 집에 들어간 경우이니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집에 들어갈 때 평온하게 들어갔다면, 설령 불륜이라는 출입목적상 남편이 그 사람의 출입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정한 침입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판결이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거라면서요?

[답변]

네, 37년 만에 '주거침입' 에 대한 판단이 바꼈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1984년부터 유지해왔던 입장- 즉, 공동생활을 하는 전원이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집에 없는 부부 일방의 평온을 해치게 되는, 불륜 상대의 방문은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봤던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입니다.

[앵커]

논란이 계속됐던 만큼 의미있는 판결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파장도 있을 것 같아요?

[답변]

문을 따고 들어가거나 창문으로 들어가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한 게 아닌데도, 주거침입죄로 고소를 하고 실제 처벌이 이뤄졌던 특이한 영역이 바로 이 불륜 상대방이 집에 출입하는 경우였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주거침입죄 자체의 기준은 더 명확해졌으나, 불륜 상대방이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마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국민 법 감정 차원에서는 이제는 간통죄도 안 된다, 주거침입죄도 안 된다고 하니, 불륜 상대방이 마음 놓고 내 집에 드나들면서 간통해도 된다는 것이냐 – 라는 반감이 들 수 있다고 봅니다.

배우자 입장에선 불륜과 관련한 형사처벌이 갖는 상징성, 응보적 차원이 분명히 있는데 이제 불륜에 대하여는 형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보완책으로 민사적으로 인정되는 위자료라도 충분히 인정되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이번 판결로 법원의 입장은 정리됐으나 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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