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행사를 차린 강 모 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남편을 포함한 직원 5명을 두고 일했다. 2019년에는 5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1월에도 월 매출이 3,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1월 말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2월부터 여행 취소가 줄을 이었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남편은 택배 일에 나섰다. 나머지 직원 4명 가운데 2명은 무급 휴직으로 돌렸고, 2명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갈 거로 예상하고,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여행사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여 무인 빨래방을 차렸다. 하지만 빨래방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수익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사무실 월세와 생활비 등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용만 1,000만 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벌써 1억 원가량의 빚을 졌다.
강 씨에게 자영업자 피해 지원금을 얼마나, 몇 번이나 받았냐고 묻자 "2번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많아야 한 번에 300만~400만 원 정도 받았을 텐데, 한 달 고정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니 정확한 기억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 달부터 손실보상이 시작되면 이런 적은 금액도 못 받게 된다는 점이다.
손실보상 대상이 되는 행정조치를 규정하는 소상공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영업장소 내 집합을 금지하는 조치'와 '기존 영업시간 중 일부 시간 동안 영업장소 내 집합을 금지하는 조치'가 보상 대상이다.
쉽게 말해 아예 가게 문을 닫게 하는 '집합금지'와 특정 시간대 영업을 못 하게 하는 '집합제한'만 그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얘기다. 개정안은 지난주 금요일(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행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집합금지나 집합제한을 받은 업종은 아니다. 각종 행사 취소로 매출이 줄어든 꽃집 등도 여행업과 비슷한 처지다.
이런 업종들은 '경영 위기 업종'으로 분류돼 그동안 피해 지원금을 받았지만, 소상공인법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지급될 손실보상금은 받지 못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집합)금지와 제한, 행정적인 조치에
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 차원은 논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외 나머지 조치들도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작은 매장에서 테이블 간 거리두기, (헬스장) 샤워실 운영금지, 숙박업의 투숙객 제한 등 업종에 따라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없는 인원제한 및 영업행태 제한의 경우도 반드시 손실 보상의 범위에 포함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은 이 외에도 여러 논란거리를 가지고 있다. 손실을 매출액으로 볼 것인가, 영업이익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보상 대상과 규모가 달라지는데, 아직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았다.
산정된 손실의 몇 %까지 보상할 것인지도 결정 전이다. 월 100만 원의 손실이 났다고 하면 60만 원만 보상할지 70만 원만 보상할지, 아니면 100만 원 다 보상할지 아직은 모른다.
이 쟁점들은 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관련 부처 고위공무원과 전문가, 소상공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8일 열릴 예정이고, 여기에서 보상 세부 방안을 결정하면 다음 달 말부터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올해 7~9월 손실을 산정해서 올해 안에 보상하고, 10~12월 손실은 내년에 보상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올해 석 달 치 보상 예산으로는 1조 원이 확보돼 있다. 정부는 당초 6,000억 원을 편성했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국회 심의 과정에서 4,000억 원을 늘렸다.
재확산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 1조 원으로 보상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데, 정부는 부족하면 예비비를 끌어와서라도 산정된 보상금은 다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1년 반 넘게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차량 시위에 나서는 등 이제는 정말 한계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실보상제 세부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게 결정될 경우 상당한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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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금’은 줬지만 ‘보상금’은 없다?… 논란의 ‘자영업 손실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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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20 09:00:14
2006년 여행사를 차린 강 모 씨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남편을 포함한 직원 5명을 두고 일했다. 2019년에는 5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1월에도 월 매출이 3,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1월 말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2월부터 여행 취소가 줄을 이었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남편은 택배 일에 나섰다. 나머지 직원 4명 가운데 2명은 무급 휴직으로 돌렸고, 2명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갈 거로 예상하고, 나름의 대비책을 세웠다. 지난해 4월 여행사 사무실을 절반으로 줄여 무인 빨래방을 차렸다. 하지만 빨래방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수익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사무실 월세와 생활비 등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용만 1,000만 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벌써 1억 원가량의 빚을 졌다.
강 씨에게 자영업자 피해 지원금을 얼마나, 몇 번이나 받았냐고 묻자 "2번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많아야 한 번에 300만~400만 원 정도 받았을 텐데, 한 달 고정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니 정확한 기억도 없는 것이다.
문제는 다음 달부터 손실보상이 시작되면 이런 적은 금액도 못 받게 된다는 점이다.
손실보상 대상이 되는 행정조치를 규정하는 소상공인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영업장소 내 집합을 금지하는 조치'와 '기존 영업시간 중 일부 시간 동안 영업장소 내 집합을 금지하는 조치'가 보상 대상이다.
쉽게 말해 아예 가게 문을 닫게 하는 '집합금지'와 특정 시간대 영업을 못 하게 하는 '집합제한'만 그 피해를 보상해준다는 얘기다. 개정안은 지난주 금요일(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여행업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집합금지나 집합제한을 받은 업종은 아니다. 각종 행사 취소로 매출이 줄어든 꽃집 등도 여행업과 비슷한 처지다.
이런 업종들은 '경영 위기 업종'으로 분류돼 그동안 피해 지원금을 받았지만, 소상공인법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다음 달부터 지급될 손실보상금은 받지 못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집합)금지와 제한, 행정적인 조치에
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 차원은 논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집합금지와 집합제한 외 나머지 조치들도 보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김기홍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작은 매장에서 테이블 간 거리두기, (헬스장) 샤워실 운영금지, 숙박업의 투숙객 제한 등 업종에 따라 사실상 집합금지와 다름없는 인원제한 및 영업행태 제한의 경우도 반드시 손실 보상의 범위에 포함 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은 이 외에도 여러 논란거리를 가지고 있다. 손실을 매출액으로 볼 것인가, 영업이익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보상 대상과 규모가 달라지는데, 아직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았다.
산정된 손실의 몇 %까지 보상할 것인지도 결정 전이다. 월 100만 원의 손실이 났다고 하면 60만 원만 보상할지 70만 원만 보상할지, 아니면 100만 원 다 보상할지 아직은 모른다.
이 쟁점들은 법에 따라 만들어지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위원회는 관련 부처 고위공무원과 전문가, 소상공인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다.
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8일 열릴 예정이고, 여기에서 보상 세부 방안을 결정하면 다음 달 말부터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올해 7~9월 손실을 산정해서 올해 안에 보상하고, 10~12월 손실은 내년에 보상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올해 석 달 치 보상 예산으로는 1조 원이 확보돼 있다. 정부는 당초 6,000억 원을 편성했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국회 심의 과정에서 4,000억 원을 늘렸다.
재확산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 1조 원으로 보상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데, 정부는 부족하면 예비비를 끌어와서라도 산정된 보상금은 다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1년 반 넘게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차량 시위에 나서는 등 이제는 정말 한계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실보상제 세부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게 결정될 경우 상당한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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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태 기자 highf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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