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16년 메르켈 시대와 작별하는 독일

입력 2021.09.24 (10:50) 수정 2021.09.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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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말 총선을 끝으로 메르켈 총리가 16년 장기 집권을 끝냅니다.

메르켈 시대 동안 독일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메르켈 리더십'이 숱한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는 평가입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독일의 한 과자점.

메르켈 총리 얼굴을 본뜬 한정수량 과자가 출시됐습니다.

떠나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을 표현한 건데요.

[토마스 주베르/과자점 주인 : "과자는 최대 2년 동안 보관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메르켈 총리 임기를 2년 더 연장한 거죠."]

독일은 이번 주말(26일) 총선을 끝으로 지난 16년 동안 독일을 이끈 메르켈 총리와 작별합니다.

물리학 박사였던 메르켈은 90년대 정치에 입문해 2005년 첫 여성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16년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요.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독일의 신조어 '메르켈스러움'으로 설명됩니다.

본래 '우유부단하다'는 뜻의 풍자였던 이 단어는 최근 '신중하다', '상황을 잘 관리한다'는 뜻으로 바뀌었는데요.

임기 동안 닥친 여러 위기를 넘어오며 빛난 메르켈의 리더십 덕분입니다.

[쿠엔세/베를린 시민 : "메르켈 총리 최대 업적은 안정의 리더십이죠. 위기를 안정적으로 대처하며 혼란을 막았고,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메르켈스러운 리더십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많은 업적 중 하나는 탈원전입니다.

2009년 재선을 준비하며 중도 보수를 끌어안기 위해 당의 입장과 반대되는 '탈원전'을 과감히 공약했는데요.

결국 원전을 모두 폐쇄하는 결정을 이뤄냈고,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11년 : "독일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모두 폐쇄할 것입니다."]

2015년 난민 포용 정책은 메르켈의 리더십을 더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시리아 내전 장기화와 아프가니스탄 혼란 등으로 13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자 독일은 이 중 3분의 일, 47만여 명을 수용했습니다.

유럽 내 최대 규모였는데요.

많은 독일인의 반대에도 이후 3년에 걸쳐 140만 명의 난민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메르켈 총리는 지지율이 뚝 떨어지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유권자를 설득해 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15년 : "독일은 강한 나라입니다. 난민 포용 정책의 동기는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메르켈스러움은 빛났습니다.

지난해 3월 팬데믹이 선언될 당시 12분간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요.

과학도로서 상황과 대안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무리 없이 고강도 봉쇄 정책을 이끌어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20년 : "이러한 제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설정됩니다. 민주주의에서 결코 가볍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지만, 현재로선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메르켈의 모든 업적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숱한 위기와 재난에도 불구하고 번영과 함께 국민의 삶은 안정됐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도 굳건해졌기 때문인데요.

[맥스/독일인 : "메르켈은 신뢰받는 총리이며, 침착함으로 대표됩니다. 안정은 메르켈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만프레드 하스/독일인 : "메르켈 총리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조금 걱정됩니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맞아야 할 독일.

성장을 위한 변화와 더 과감한 기후 위기 대책을 이끌 새 리더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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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4 10:50:21
    • 수정2021-09-24 11: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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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주말 총선을 끝으로 메르켈 총리가 16년 장기 집권을 끝냅니다.

메르켈 시대 동안 독일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겸비한 '메르켈 리더십'이 숱한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는 평가입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독일의 한 과자점.

메르켈 총리 얼굴을 본뜬 한정수량 과자가 출시됐습니다.

떠나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감사와 아쉬움을 표현한 건데요.

[토마스 주베르/과자점 주인 : "과자는 최대 2년 동안 보관이 가능해요. 그러니까 메르켈 총리 임기를 2년 더 연장한 거죠."]

독일은 이번 주말(26일) 총선을 끝으로 지난 16년 동안 독일을 이끈 메르켈 총리와 작별합니다.

물리학 박사였던 메르켈은 90년대 정치에 입문해 2005년 첫 여성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16년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요.

이를 가능하게 한 건 독일의 신조어 '메르켈스러움'으로 설명됩니다.

본래 '우유부단하다'는 뜻의 풍자였던 이 단어는 최근 '신중하다', '상황을 잘 관리한다'는 뜻으로 바뀌었는데요.

임기 동안 닥친 여러 위기를 넘어오며 빛난 메르켈의 리더십 덕분입니다.

[쿠엔세/베를린 시민 : "메르켈 총리 최대 업적은 안정의 리더십이죠. 위기를 안정적으로 대처하며 혼란을 막았고,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메르켈스러운 리더십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많은 업적 중 하나는 탈원전입니다.

2009년 재선을 준비하며 중도 보수를 끌어안기 위해 당의 입장과 반대되는 '탈원전'을 과감히 공약했는데요.

결국 원전을 모두 폐쇄하는 결정을 이뤄냈고,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11년 : "독일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모두 폐쇄할 것입니다."]

2015년 난민 포용 정책은 메르켈의 리더십을 더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시리아 내전 장기화와 아프가니스탄 혼란 등으로 13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자 독일은 이 중 3분의 일, 47만여 명을 수용했습니다.

유럽 내 최대 규모였는데요.

많은 독일인의 반대에도 이후 3년에 걸쳐 140만 명의 난민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메르켈 총리는 지지율이 뚝 떨어지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기며 유권자를 설득해 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15년 : "독일은 강한 나라입니다. 난민 포용 정책의 동기는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메르켈스러움은 빛났습니다.

지난해 3월 팬데믹이 선언될 당시 12분간 대국민 연설을 했는데요.

과학도로서 상황과 대안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무리 없이 고강도 봉쇄 정책을 이끌어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2020년 : "이러한 제한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설정됩니다. 민주주의에서 결코 가볍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지만, 현재로선 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메르켈의 모든 업적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독일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숱한 위기와 재난에도 불구하고 번영과 함께 국민의 삶은 안정됐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도 굳건해졌기 때문인데요.

[맥스/독일인 : "메르켈은 신뢰받는 총리이며, 침착함으로 대표됩니다. 안정은 메르켈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합니다."]

[만프레드 하스/독일인 : "메르켈 총리가 떠난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조금 걱정됩니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맞아야 할 독일.

성장을 위한 변화와 더 과감한 기후 위기 대책을 이끌 새 리더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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