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당신이 준 심장, 잘 뛰고 있습니다” 오수진 캐스터의 ‘두 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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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날씨 전하는 KBS 기상캐스터 오수진… 3년 전 확장성 심근병증 악화, 생사 갈림길에
-마지막을 향하던 시간 기적처럼 찾아 온 심장 이식, 뇌사자 생명 나눔 덕분에 다시 찾은 건강
-생명나눔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뇌사 장기기증 문화 확산 노력, 공로 인정받아 복지부 장관 표창받아
-오수진 "이 심장, 여전히 잘 뛰고 있습니다.앞으로도 의미있게 뛰게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로그램 : 사사건건
■ 방송시간 : 9월 24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오수진 KODA 생명나눔 홍보대사 (KBS 기상캐스터)
https://youtu.be/KFdxY00FGzE
◎범기영 오수진 KBS 기상캐스터를 오늘은 생명나눔 홍보대사, 이 자격으로 모셔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수진 네, 안녕하세요?
◎범기영 영상 봤더니 복지부 장관 상도 받으셨던데요.
▼오수진 네, 좀 쑥스럽습니다. 일단 제가 날씨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너무 생소하고 낯설고 앉아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표창을 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면서도 약간 부담감?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범기영 오늘 의상도 관련해서 의미가 있는 거죠, 색깔이?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사실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색깔이 초록색이에요. 유방암 같은 경우에는 핑크리본인데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이 색깔은 초록색이고요. 제가 그래서 이런 공식 행사 있을 때는 항상 초록색 의상을 챙겨 입고 다니는데, 이쯤 되면 뭐 걸어 다니는 생명나눔이 아닐까, 그래서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위화감이 별로 없어요. 건강해 보이긴 해서, 사실 심장이식 수술받았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저도 좀 놀랐었거든요? 어떤 병을 앓았던 건가요?
▼오수진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저도 좀 생소한 질병이었는데요.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앵커님도 말씀을 하셨지만 사내에서, 방송국 안에서 체격도 좋고 체력도 좋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건강에 약간 자부, 자신감이 좀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어느 날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가지고 응급실에 갔는데 그때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시키시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급격한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심장이 일반인의 18%밖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심장이 역할을 하지 않게 되니까 다른 장기들도 기능을 잃어갔는데 폐에는 물이 차서 숨 쉬기가 굉장히 어려웠고요. 또 신장 기능도 잃어서 투석기까지 달아야 했습니다. 당시에 저를 간호해 주시던 저희 아버지에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말 불효스러운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기억나는 한마디가, 아빠 나 그만하고 싶어, 라는 말을 아빠한테 건네고 그 뒤로 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딸이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참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또 당시에 제 곁을 지키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자네 이제 수진이 곁을 떠나도 되네, 할 정도로 희망을 잃고 계셨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셨을 정도로 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범기영 그때가 결혼 직전이었죠?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결혼하기 한 2주 전이었어요. 그래서 2주 전에 그렇게 기능이 좋아지지 않아서 입원을 하게 됐고 결국에는 결혼식을 못 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그때 그분과 결혼을 해서 잘살고 있고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식을 기다리다가, 대기하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하루에 평균적으로 6명이나 된다고 해요. 굉장히 저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의료진께서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기증자의 그 생명나눔이 저와 제 가족들에게는 사실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었죠.
◎범기영 그러니까 이식 수술을 받아서 새 삶을 얻은 입장에서는 기적인데, 그게 또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심장이기도 하니까 마음이 마냥 기쁘고 좋을 수만은 또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오수진 사실 제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심장을 이식 받아야지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냥 의식을 잃었고 일어나서 보니까 의료진과 저희 아버지가 수진이 심장 이식을 받고 새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를 해서, 그 말이 이게 무슨 말일까, 소화할 수가 없는 거예요. 뭔가 TV에서만,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이식, 심장 이식을 내가 했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병원에서 재활도 하고 하면서 슬슬 곱씹어보게 되더라고요. 이제 이 기증자가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떠나면서 나에게 준 이 보너스 같은 삶?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참 책임감도 들고 부담감도 들고 마음이 막... 살았다, 이런 마음보다 사실 죄스러운 마음이 제일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범기영 그렇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이 감사함을 어떻게 하지? 이런 부담감이 좀 들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그러니까 생일을 두 번 지내는데 두 번째 생일에는 매년 기부를 하고 계시다고.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 특별한 심장을 가지게 된 뒤부터 저는 이제 두 번째 삶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심장도 새로워졌고 마음가짐도 새로워졌으니까 정말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번째 생일에는 꼭 기부를 하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약간 하나의 의식? 세리머니 같은 것 같아요. 기증자분을 기리고 또 기증에 도움을 주신 많은 선의에 감사를 표하는 그런 최소한의 기념식 같은 것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받은 만큼 시간, 삶, 심장을 그대로 되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다면 그게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범기영 생명나눔 홍보대사, 오수진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한 분들 사연을 저희가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보겠습니다.
14년 차 경찰관 40대 홍성숙 씨 음주운전 차에 치여 [뇌사 판정] 장기기증 의사 있었던 故 홍성숙 경사 <녹취> 안치영 / 故 홍성숙 경사 남편 (아내가)다른 사람의 호흡이 돼주고, 눈이 돼주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저세상에 가더라도 여기서 같이 숨 쉬고 같이 살아 있는 게 좋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 새로운 생명 선물하고 영면 |
(지난해 4월 1일) 휘파람 잘 불던, 9살 고홍준 어린이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 못 찾고 뇌사 판정 엄마·아빠의 어려운 결정 [장기 기증] <녹취> 故 고홍준 군 어머니 (지난해 4월) 각막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그 아이가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바라보는 걸 준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심장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준이 심장이 뛰고 있는 거잖아요. (2020년 4월 6일) 심장, 폐, 간 신장 등 7명에게 생명 이어줘 (지난 4월) 故 고홍준 군 가족에게 전달된 작은 선물 심장 수혜자의 건강한 심장 초음파 영상 그리고...수혜자들에게 남긴 아버지의 당부 <녹취> 고동헌 / 故 고홍준 군 아버지 장기기증을 하면 우리 아이 심장이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그런 결정을 내린건데 절대 죄책감 그런 거 갖지 말라고 해주세요.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소중한 생명 나눔 |
◎범기영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하시는 게 기억에 남네요. 그러니까 아들은 떠났지만, 아들의 심장은 뛰고 있는 그런 거죠. 그러니까 뇌사자 장기기증은 저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장기기증하고 조금 다른가요?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만의 하나의 확률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는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건데요. 뇌의 기능이 멈춰서 죽음에 이렇게 되는데, 사실 뇌사와 식물인간에 관해서 혼동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쉽게 말씀을 드려서 뇌사 같은 경우에는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거고 식물인간은 자발 호흡이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이 마스크를 쓰고 있잖아요. 인공호흡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식물인간인 거고, 삽관이라고 하죠? 관을, 이 안으로, 폐 안으로 넣는 경우가 뇌사라고 하는데, 서울대 장기이식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월부터 뇌사는 사망으로 인정이 되고 있고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장기를 이식할 수 있습니다. CG를 보면서 설명을 해드릴게요. 먼저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로 눈에 띄게 상승하진 않았습니다. 2020년 뇌사자가 478명이고요. 장기이식으로 1,599명의 목숨, 생명을 잇게 됐는데요. 세계 PMP 지수라는 게 있어요. 세계적으로 비교를 해볼 수 있는데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이 38명, 100만 명에 38명이 장기를 기증하고 돌아가신 거고요. 스페인도 37명이나 되는데 한국의 경우 9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한국의 4~5배 정도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어렵고 그 어려운 기회를 제가 받게 되어가지고 좀 이렇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 또 어떻게 살아야지, 그런 마음도 있지만 지금 병상에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 행동 하나하나가 희망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범기영 이게 참 결심하기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만약에 뇌사에 빠진다면 장기기증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오수진 일단 온라인과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온라인도 있고 또 우편 등록도 가능합니다. 온라인의 경우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이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서 등록을 하실 수 있고요. 직접 방문의 경우에는 기증 희망자가 등록 기관, 보건소, 병원, 기증 관련 NGO를 직접 방문해서 등록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우편 같은 경우에는 문의 전화 또는 우편을 통해서 주소를 알려주시면 희망 등록 신청서와 안내서를 발송해드리거든요. 그 절차를 통해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실 수 있습니다.
◎범기영 오수진 씨는 이미 장기기증 서약하셨죠?
▼오수진 네, 했습니다. 제가 오늘 카드도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 카드가 보이시는지...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초록색이고요. 여기에 별자리가 있어요. 탄생, 삶, 장수를 나타내는 남두육성 별자리가 있는데, 기적이 되는 생명나눔을 뜻하는 이 카드가 있습니다.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시면 이 카드와 함께 신분증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도 동봉되어서 발송이 되니까요.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누군가의 삶을 되찾아줄 수 있는 결정이니까요. 그런데 기증자와 수혜자가 만나지는 못 하게 돼 있다면서요? 그래도 이제 홍보대사 자격으로 나오셨으니까 기증자분 가족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말씀하실 시간을 잠깐 드리겠습니다.
▼오수진 제가 자격이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증자와 그 가족이 이 세상에 생명을 나누고자 했던 그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심장, 잘 뛰고 있습니다. 그 어렵고 무거웠던 결정이 세상에 또 하나의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범기영 오늘 이 시간이 장기기증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좀 불러일으키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수진 홍보대사, 수고하셨습니다.
▼오수진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월요일에 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구성: 김지혜, 정리: 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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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건건] “당신이 준 심장, 잘 뛰고 있습니다” 오수진 캐스터의 ‘두 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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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26 09:00:22
■ 프로그램 : 사사건건
■ 방송시간 : 9월 24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오수진 KODA 생명나눔 홍보대사 (KBS 기상캐스터)
https://youtu.be/KFdxY00FGzE
◎범기영 오수진 KBS 기상캐스터를 오늘은 생명나눔 홍보대사, 이 자격으로 모셔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수진 네, 안녕하세요?
◎범기영 영상 봤더니 복지부 장관 상도 받으셨던데요.
▼오수진 네, 좀 쑥스럽습니다. 일단 제가 날씨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너무 생소하고 낯설고 앉아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단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되도록 노력을 하고 있는데,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표창을 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면서도 약간 부담감?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범기영 오늘 의상도 관련해서 의미가 있는 거죠, 색깔이?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사실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색깔이 초록색이에요. 유방암 같은 경우에는 핑크리본인데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이 색깔은 초록색이고요. 제가 그래서 이런 공식 행사 있을 때는 항상 초록색 의상을 챙겨 입고 다니는데, 이쯤 되면 뭐 걸어 다니는 생명나눔이 아닐까, 그래서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위화감이 별로 없어요. 건강해 보이긴 해서, 사실 심장이식 수술받았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저도 좀 놀랐었거든요? 어떤 병을 앓았던 건가요?
▼오수진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저도 좀 생소한 질병이었는데요. 진단을 받기 전에는 앵커님도 말씀을 하셨지만 사내에서, 방송국 안에서 체격도 좋고 체력도 좋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건강에 약간 자부, 자신감이 좀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어느 날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가지고 응급실에 갔는데 그때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시키시더라고요. 그때부터는 급격한 내리막길이었습니다. 심장이 일반인의 18%밖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심장이 역할을 하지 않게 되니까 다른 장기들도 기능을 잃어갔는데 폐에는 물이 차서 숨 쉬기가 굉장히 어려웠고요. 또 신장 기능도 잃어서 투석기까지 달아야 했습니다. 당시에 저를 간호해 주시던 저희 아버지에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말 불효스러운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기억나는 한마디가, 아빠 나 그만하고 싶어, 라는 말을 아빠한테 건네고 그 뒤로 의식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딸이 빛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참 지금 생각하면 너무 죄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또 당시에 제 곁을 지키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자네 이제 수진이 곁을 떠나도 되네, 할 정도로 희망을 잃고 계셨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셨을 정도로 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범기영 그때가 결혼 직전이었죠?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결혼하기 한 2주 전이었어요. 그래서 2주 전에 그렇게 기능이 좋아지지 않아서 입원을 하게 됐고 결국에는 결혼식을 못 했지만, 지금은 다행히 그때 그분과 결혼을 해서 잘살고 있고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식을 기다리다가, 대기하시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하루에 평균적으로 6명이나 된다고 해요. 굉장히 저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의료진께서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기증자의 그 생명나눔이 저와 제 가족들에게는 사실 굉장히 기적 같은 일이었죠.
◎범기영 그러니까 이식 수술을 받아서 새 삶을 얻은 입장에서는 기적인데, 그게 또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심장이기도 하니까 마음이 마냥 기쁘고 좋을 수만은 또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오수진 사실 제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심장을 이식 받아야지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냥 의식을 잃었고 일어나서 보니까 의료진과 저희 아버지가 수진이 심장 이식을 받고 새롭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얘기를 해서, 그 말이 이게 무슨 말일까, 소화할 수가 없는 거예요. 뭔가 TV에서만,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이식, 심장 이식을 내가 했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병원에서 재활도 하고 하면서 슬슬 곱씹어보게 되더라고요. 이제 이 기증자가 마지막 순간에 세상을 떠나면서 나에게 준 이 보너스 같은 삶?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참 책임감도 들고 부담감도 들고 마음이 막... 살았다, 이런 마음보다 사실 죄스러운 마음이 제일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범기영 그렇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이 감사함을 어떻게 하지? 이런 부담감이 좀 들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그러니까 생일을 두 번 지내는데 두 번째 생일에는 매년 기부를 하고 계시다고.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 특별한 심장을 가지게 된 뒤부터 저는 이제 두 번째 삶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심장도 새로워졌고 마음가짐도 새로워졌으니까 정말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번째 생일에는 꼭 기부를 하려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약간 하나의 의식? 세리머니 같은 것 같아요. 기증자분을 기리고 또 기증에 도움을 주신 많은 선의에 감사를 표하는 그런 최소한의 기념식 같은 것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받은 만큼 시간, 삶, 심장을 그대로 되돌려드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다면 그게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범기영 생명나눔 홍보대사, 오수진 씨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한 분들 사연을 저희가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보겠습니다.
14년 차 경찰관 40대 홍성숙 씨 음주운전 차에 치여 [뇌사 판정] 장기기증 의사 있었던 故 홍성숙 경사 <녹취> 안치영 / 故 홍성숙 경사 남편 (아내가)다른 사람의 호흡이 돼주고, 눈이 돼주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래서 저세상에 가더라도 여기서 같이 숨 쉬고 같이 살아 있는 게 좋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 새로운 생명 선물하고 영면 |
(지난해 4월 1일) 휘파람 잘 불던, 9살 고홍준 어린이 급성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 못 찾고 뇌사 판정 엄마·아빠의 어려운 결정 [장기 기증] <녹취> 故 고홍준 군 어머니 (지난해 4월) 각막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그 아이가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바라보는 걸 준이가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심장이 필요한 아이한테 가서 준이 심장이 뛰고 있는 거잖아요. (2020년 4월 6일) 심장, 폐, 간 신장 등 7명에게 생명 이어줘 (지난 4월) 故 고홍준 군 가족에게 전달된 작은 선물 심장 수혜자의 건강한 심장 초음파 영상 그리고...수혜자들에게 남긴 아버지의 당부 <녹취> 고동헌 / 故 고홍준 군 아버지 장기기증을 하면 우리 아이 심장이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그런 결정을 내린건데 절대 죄책감 그런 거 갖지 말라고 해주세요.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소중한 생명 나눔 |
◎범기영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하시는 게 기억에 남네요. 그러니까 아들은 떠났지만, 아들의 심장은 뛰고 있는 그런 거죠. 그러니까 뇌사자 장기기증은 저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장기기증하고 조금 다른가요?
▼오수진 네, 그렇습니다. 만의 하나의 확률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되는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건데요. 뇌의 기능이 멈춰서 죽음에 이렇게 되는데, 사실 뇌사와 식물인간에 관해서 혼동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쉽게 말씀을 드려서 뇌사 같은 경우에는 자발 호흡이 불가능한 거고 식물인간은 자발 호흡이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이 마스크를 쓰고 있잖아요. 인공호흡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식물인간인 거고, 삽관이라고 하죠? 관을, 이 안으로, 폐 안으로 넣는 경우가 뇌사라고 하는데, 서울대 장기이식센터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월부터 뇌사는 사망으로 인정이 되고 있고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장기를 이식할 수 있습니다. CG를 보면서 설명을 해드릴게요. 먼저 국내 뇌사 장기기증자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로 눈에 띄게 상승하진 않았습니다. 2020년 뇌사자가 478명이고요. 장기이식으로 1,599명의 목숨, 생명을 잇게 됐는데요. 세계 PMP 지수라는 게 있어요. 세계적으로 비교를 해볼 수 있는데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 비율을 살펴보면 미국이 38명, 100만 명에 38명이 장기를 기증하고 돌아가신 거고요. 스페인도 37명이나 되는데 한국의 경우 9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한국의 4~5배 정도가 되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어렵고 그 어려운 기회를 제가 받게 되어가지고 좀 이렇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분들께 죄송한 마음, 또 어떻게 살아야지, 그런 마음도 있지만 지금 병상에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 행동 하나하나가 희망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범기영 이게 참 결심하기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만약에 뇌사에 빠진다면 장기기증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합니까?
▼오수진 일단 온라인과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온라인도 있고 또 우편 등록도 가능합니다. 온라인의 경우 국립장기조직 혈액관리원이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서 등록을 하실 수 있고요. 직접 방문의 경우에는 기증 희망자가 등록 기관, 보건소, 병원, 기증 관련 NGO를 직접 방문해서 등록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우편 같은 경우에는 문의 전화 또는 우편을 통해서 주소를 알려주시면 희망 등록 신청서와 안내서를 발송해드리거든요. 그 절차를 통해서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실 수 있습니다.
◎범기영 오수진 씨는 이미 장기기증 서약하셨죠?
▼오수진 네, 했습니다. 제가 오늘 카드도 가지고 나왔는데요. 이 카드가 보이시는지... 생명나눔을 상징하는 초록색이고요. 여기에 별자리가 있어요. 탄생, 삶, 장수를 나타내는 남두육성 별자리가 있는데, 기적이 되는 생명나눔을 뜻하는 이 카드가 있습니다.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시면 이 카드와 함께 신분증에 부착할 수 있는 스티커도 동봉되어서 발송이 되니까요.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범기영 누군가의 삶을 되찾아줄 수 있는 결정이니까요. 그런데 기증자와 수혜자가 만나지는 못 하게 돼 있다면서요? 그래도 이제 홍보대사 자격으로 나오셨으니까 기증자분 가족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말씀하실 시간을 잠깐 드리겠습니다.
▼오수진 제가 자격이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증자와 그 가족이 이 세상에 생명을 나누고자 했던 그 의지가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으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심장, 잘 뛰고 있습니다. 그 어렵고 무거웠던 결정이 세상에 또 하나의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범기영 오늘 이 시간이 장기기증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좀 불러일으키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수진 홍보대사, 수고하셨습니다.
▼오수진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월요일에 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구성: 김지혜, 정리: 기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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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기자 mabel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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