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엘리베이터 갇히고 촛불 켜고…시진핑이 전기 끊은 속사정?

입력 2021.09.29 (18:05) 수정 2021.09.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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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포스코는 물론 애플이나 테슬라도 전력난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에어컨 '빵빵' 트는 여름도 다 지났는데, 전력난이라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그 얘기에 앞서, 사진 한 장 먼저 보실까요.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요즘 고개를 들어 우리 하늘을 보면 이렇게 푸르고, 공기도 깨끗합니다.

[앵커]

맞아요. 미세먼지도, 황사도 없어서 정말 가을다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기자]

전부다 이것 때문이다, 할 수는 없지만, 미세먼지, 황사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한반도의 북서쪽, 중국 대륙에, 중공업과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 지금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광둥성에선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정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요.

장쑤성에선 철강이나 화학 업종 공장들 아예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포스코가 있습니다. 벌써 2주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우리 기업뿐 아니라 테슬라, 애플 등 해외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곳도 멈춰선 상태입니다.

[앵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표면적으론 중국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중국 지방 정부들이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지난 21일/유엔총회 화상연설 :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 안에 감축에 들어가서 2060년 이전에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 것입니다."]

중국 전체 31개 성 가운데 20개에 이르는, 사실상 전역에서 에너지 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물론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영향도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은 이미지 퍼트릴 기회라 맑은 하늘 만든단 거죠.

표면적으론 그렇습니다.

[앵커]

그럼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기승전 '미·중 분쟁'입니다.

시장 상황부터 보면요, 중국 전력의 약 60%가 '석탄' 발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석탄 가격이 급등했어요.

지난해 초만 해도, 톤당 2백 달러 수준이던 석탄 가격이 이달 들어 430달러를 넘었습니다.

[첸 첸/에너지산업 분석가 : "올해 중국 내 석탄 생산은 4.9% 늘어난 반면, 석탄 수입은 15% 줄었고 수요는 10% 늘었습니다. 수요와 공급 간 차이가 6% 정도 납니다."]

[앵커]

이게 미·중 분쟁 때문이라고요?

[기자]

지금 중국과 호주 사이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중국은 지금 우리나라한테 '사드 보복'하던 때처럼, 석탄뿐 아니라 호주산 와인, 바닷가재, 소고기 등에 대해 전방위 무역보복을 가하고 있거든요?

발단은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인데, 이후 홍콩 민주화 시위, 화웨이 등 민감한 이슈로 사사건건 얽히며 갈등이 커졌습니다.

미·중 분쟁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미국 등 서방의 편을 들었던 겁니다.

이게 괘씸해서 석탄 수입을 끊은, 전력원의 30%를 포기해버린 건데, 항복할 줄 알았던 호주는 유럽·일본 수요가 늘면서 타격이 크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장기화됐고, 이제 되려 중국이 골치 아파진 겁니다.

[앵커]

중국의 '자충수'가 됐다는 얘긴데, 지금이라도 관계 정상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러기엔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최근에 미국과 영국이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하기로 하면서 안보동맹을 맺었습니다.

'중국' 언급만 안 했지, '중국 견제'위한 조치거든요.

자존심 센 중국 입장에서 허리 숙이기 더 쉽지 않고, 반대로 호주는 더 든든해졌죠.

그러니 중국 주민들 고통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도로는 가로등은 물론 신호등마저 꺼져버렸고, 건물 안에선 간신히 양초에 의지해 움직입니다.

최근엔 사전 안내도 없이 전기 공급이 끊어지며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잦은 단전에 수십 층에 달하는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여름은 어떻게 버텨도, 이제 겨울이거든요? 중국 겨울 춥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아니라 전력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악의 전력난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앵커]

이번 전력난 파장, 또 우리 기업들 경영도 걱정되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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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29 18:05:07
    • 수정2021-09-30 11:13:18
    통합뉴스룸ET
[앵커]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포스코는 물론 애플이나 테슬라도 전력난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에어컨 '빵빵' 트는 여름도 다 지났는데, 전력난이라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그 얘기에 앞서, 사진 한 장 먼저 보실까요.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지만, 요즘 고개를 들어 우리 하늘을 보면 이렇게 푸르고, 공기도 깨끗합니다.

[앵커]

맞아요. 미세먼지도, 황사도 없어서 정말 가을다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기자]

전부다 이것 때문이다, 할 수는 없지만, 미세먼지, 황사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한반도의 북서쪽, 중국 대륙에, 중공업과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이 지금 전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광둥성에선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정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요.

장쑤성에선 철강이나 화학 업종 공장들 아예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여기에 포스코가 있습니다. 벌써 2주째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우리 기업뿐 아니라 테슬라, 애플 등 해외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곳도 멈춰선 상태입니다.

[앵커]

'세계의 공장' 중국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표면적으론 중국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중국 지방 정부들이 전력 공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지난 21일/유엔총회 화상연설 :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 안에 감축에 들어가서 2060년 이전에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 것입니다."]

중국 전체 31개 성 가운데 20개에 이르는, 사실상 전역에서 에너지 제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물론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영향도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은 이미지 퍼트릴 기회라 맑은 하늘 만든단 거죠.

표면적으론 그렇습니다.

[앵커]

그럼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기승전 '미·중 분쟁'입니다.

시장 상황부터 보면요, 중국 전력의 약 60%가 '석탄' 발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석탄 가격이 급등했어요.

지난해 초만 해도, 톤당 2백 달러 수준이던 석탄 가격이 이달 들어 430달러를 넘었습니다.

[첸 첸/에너지산업 분석가 : "올해 중국 내 석탄 생산은 4.9% 늘어난 반면, 석탄 수입은 15% 줄었고 수요는 10% 늘었습니다. 수요와 공급 간 차이가 6% 정도 납니다."]

[앵커]

이게 미·중 분쟁 때문이라고요?

[기자]

지금 중국과 호주 사이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중국은 지금 우리나라한테 '사드 보복'하던 때처럼, 석탄뿐 아니라 호주산 와인, 바닷가재, 소고기 등에 대해 전방위 무역보복을 가하고 있거든요?

발단은 지난해 4월, 호주가 코로나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했기 때문인데, 이후 홍콩 민주화 시위, 화웨이 등 민감한 이슈로 사사건건 얽히며 갈등이 커졌습니다.

미·중 분쟁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미국 등 서방의 편을 들었던 겁니다.

이게 괘씸해서 석탄 수입을 끊은, 전력원의 30%를 포기해버린 건데, 항복할 줄 알았던 호주는 유럽·일본 수요가 늘면서 타격이 크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장기화됐고, 이제 되려 중국이 골치 아파진 겁니다.

[앵커]

중국의 '자충수'가 됐다는 얘긴데, 지금이라도 관계 정상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러기엔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최근에 미국과 영국이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하기로 하면서 안보동맹을 맺었습니다.

'중국' 언급만 안 했지, '중국 견제'위한 조치거든요.

자존심 센 중국 입장에서 허리 숙이기 더 쉽지 않고, 반대로 호주는 더 든든해졌죠.

그러니 중국 주민들 고통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도로는 가로등은 물론 신호등마저 꺼져버렸고, 건물 안에선 간신히 양초에 의지해 움직입니다.

최근엔 사전 안내도 없이 전기 공급이 끊어지며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요.

잦은 단전에 수십 층에 달하는 계단을 매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여름은 어떻게 버텨도, 이제 겨울이거든요? 중국 겨울 춥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아니라 전력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악의 전력난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앵커]

이번 전력난 파장, 또 우리 기업들 경영도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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