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탈락’ 산은 · 메리츠 계획서 봤더니…
입력 2021.09.30 (20:18)
수정 2021.09.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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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만간사업자 공모에 제출된 산업은행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가 1조원 넘는 대형 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입니다. 화천대유는 KEB하나은행이 주도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해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성남의뜰'이 민간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KBS는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우선 다른 컨소시엄 2곳이 낸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산업은행컨소시엄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입니다.
■ 산업은행·메리츠 컨소도 AMC 설립 계획 제출
먼저, 논란이 된 자산관리회사 부분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공모지침서'를 보면 사업계획서 평가 점수는 모두 1,000점입니다. 이 가운데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이 20점입니다. 전체 점수의 2% 비중입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화천대유라는 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겠다고 했고, 나머지 두 컨소시엄은 설립과 운영 계획을 냈습니다.
먼저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증권사와 부동산 개발회사 등 모두 4곳이 출자해 자본금 5억 원짜리 AMC인 '대장동자산개발(주)'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산업은행이 9.9%, B 증권사가 19.9%, S 자산개발이 49.9%, A 부동산개발회사가 20.3% 지분을 출자합니다.
산업은행 컨소시엄이 제출한 AMC 구성 계획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S 자산개발은 공모 직전인 2015년 3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3억 원이었습니다. A 부동산개발회사는 2004년 설립됐고 자본금 5억 원에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해온 회사였습니다.
성남의뜰과 마찬가지로 전체 컨소시엄에서 AMC도 지분을 갖습니다. 9.9%입니다.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갖는 지분 비율은 1%였습니다.) AMC 운영비로 총 138억 원을 책정했고, 지분에 따른 배당 여부는 사업계획서에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도 AMC설립과 운영계획을 냈습니다. 다만 산업은행이나 성남의뜰 컨소시엄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낸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칙과 대략적인 계획, 업무의 주요 내용 등을 기술했습니다.
전체 컨소시엄에서 AMC의 지분은 19%로 계획했습니다. 세 곳 가운데 AMC지분 참여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AMC 운영비는 총 130억 원을 책정했고, 역시 지분에 따른 배당여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메리츠 컨소시엄이 제출한 AMC 설립 및 운영계획 일부
일부 언론에서는 '성남의뜰'만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를 미리 설립했고, 이때문에 공모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나머지 컨소시엄들도 자산관리회사를 계획했던 만큼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 산업은행 컨소 "1조 4천억 규모 대출의향서 접수"…메리츠 컨소도 "1조 1600억"
전체 평가 점수 가운데 분양, 공사비 절감계획 등을 평가하는 '사업계획 이행전략'은 29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금조달 계획'이 250점으로 그 다음입니다. 이 가운데 성남의뜰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금조달 계획'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산업은행컨소시엄은 총 사업비를 1조 4천177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모두 17곳에서 '대출의향서'를 받았습니다. "자본 조달의 확실성을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향서 약 1조 4100억 원 접수"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실제 대출은 9천500억 원 정도를 받겠다고 계획했고 예상금리는 3.49%로 계산했습니다.
메리츠컨소시엄은 총 대출액을 1조 1600억 원으로 계획했습니다. 대출의향서는 2곳에서 받아서 첨부했습니다. 예상금리는 2.495%로 산업은행컨소시엄보다는 낮았습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접촉한 금융사만 30곳이 넘는데, 10곳만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금 조달 규모는 1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금 조달 규모에서 두 컨소시엄이 성남의뜰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메리츠, '서판교연결 터널공사' 비용 부담 계획 추가
화천대유와 관련해 또 한가지 쟁점이 되고 있는 '사업수익배분' 항목의 점수는 1,000점 가운데 70점입니다. 사업 수익을 공사에 환원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다만 이 항목은 공원조성비 전액을 부담하는 1차 이익 배분에 동의하고, A11 블록을 임대주택 부지로 제공한다는 2차 이익배분에 동의만 하면 기본 70점이 주어집니다. 산업은행컨소시엄과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 모두 1,2차 이익 배분에 동의했으므로 만점인 70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은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이익에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이른바 '+α' 항목이라며 '서판교연결 터널공사'를 추가한 겁니다. 공사 사업수익의 총액은 1차 이익배분(공원부지) 과 2차 이익배분(임대주택부지), 서판교연결 터널공사 비용까지 모두 4천625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메리츠 컨소시엄이 ‘공사 사업수익’으로 추가한 항목과 공사 사업수익 총액
그러나 터널 비용을 공사 이익에 추가한 메리츠의 시도가 실제 점수에 반영됐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공모지침서를 보면 1,2차 이익배분 외에 공사 이익을 추가했을 때 가산점을 준다는 항목이 채점 기준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채점표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남의뜰이 두 컨소시엄에 비해 특혜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자료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평가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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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9-30 20:18:27
- 수정2021-09-30 22:30:37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가 1조원 넘는 대형 개발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입니다. 화천대유는 KEB하나은행이 주도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해 막대한 배당금을 챙겼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성남의뜰'이 민간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KBS는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우선 다른 컨소시엄 2곳이 낸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산업은행컨소시엄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입니다.
■ 산업은행·메리츠 컨소도 AMC 설립 계획 제출
먼저, 논란이 된 자산관리회사 부분입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공모지침서'를 보면 사업계획서 평가 점수는 모두 1,000점입니다. 이 가운데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이 20점입니다. 전체 점수의 2% 비중입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화천대유라는 회사에 자산관리를 맡기겠다고 했고, 나머지 두 컨소시엄은 설립과 운영 계획을 냈습니다.
먼저 산업은행 컨소시엄은 증권사와 부동산 개발회사 등 모두 4곳이 출자해 자본금 5억 원짜리 AMC인 '대장동자산개발(주)'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산업은행이 9.9%, B 증권사가 19.9%, S 자산개발이 49.9%, A 부동산개발회사가 20.3% 지분을 출자합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S 자산개발은 공모 직전인 2015년 3월 설립됐고 자본금은 3억 원이었습니다. A 부동산개발회사는 2004년 설립됐고 자본금 5억 원에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해온 회사였습니다.
성남의뜰과 마찬가지로 전체 컨소시엄에서 AMC도 지분을 갖습니다. 9.9%입니다.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갖는 지분 비율은 1%였습니다.) AMC 운영비로 총 138억 원을 책정했고, 지분에 따른 배당 여부는 사업계획서에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도 AMC설립과 운영계획을 냈습니다. 다만 산업은행이나 성남의뜰 컨소시엄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낸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칙과 대략적인 계획, 업무의 주요 내용 등을 기술했습니다.
전체 컨소시엄에서 AMC의 지분은 19%로 계획했습니다. 세 곳 가운데 AMC지분 참여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AMC 운영비는 총 130억 원을 책정했고, 역시 지분에 따른 배당여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성남의뜰'만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를 미리 설립했고, 이때문에 공모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나머지 컨소시엄들도 자산관리회사를 계획했던 만큼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입니다.
■ 산업은행 컨소 "1조 4천억 규모 대출의향서 접수"…메리츠 컨소도 "1조 1600억"
전체 평가 점수 가운데 분양, 공사비 절감계획 등을 평가하는 '사업계획 이행전략'은 290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금조달 계획'이 250점으로 그 다음입니다. 이 가운데 성남의뜰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자금조달 계획'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산업은행컨소시엄은 총 사업비를 1조 4천177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모두 17곳에서 '대출의향서'를 받았습니다. "자본 조달의 확실성을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향서 약 1조 4100억 원 접수"라는 설명을 달았습니다.
실제 대출은 9천500억 원 정도를 받겠다고 계획했고 예상금리는 3.49%로 계산했습니다.
메리츠컨소시엄은 총 대출액을 1조 1600억 원으로 계획했습니다. 대출의향서는 2곳에서 받아서 첨부했습니다. 예상금리는 2.495%로 산업은행컨소시엄보다는 낮았습니다.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접촉한 금융사만 30곳이 넘는데, 10곳만 참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금 조달 규모는 1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금 조달 규모에서 두 컨소시엄이 성남의뜰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메리츠, '서판교연결 터널공사' 비용 부담 계획 추가
화천대유와 관련해 또 한가지 쟁점이 되고 있는 '사업수익배분' 항목의 점수는 1,000점 가운데 70점입니다. 사업 수익을 공사에 환원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다만 이 항목은 공원조성비 전액을 부담하는 1차 이익 배분에 동의하고, A11 블록을 임대주택 부지로 제공한다는 2차 이익배분에 동의만 하면 기본 70점이 주어집니다. 산업은행컨소시엄과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 모두 1,2차 이익 배분에 동의했으므로 만점인 70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메리츠종합금융증권컨소시엄은 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이익에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이른바 '+α' 항목이라며 '서판교연결 터널공사'를 추가한 겁니다. 공사 사업수익의 총액은 1차 이익배분(공원부지) 과 2차 이익배분(임대주택부지), 서판교연결 터널공사 비용까지 모두 4천625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그러나 터널 비용을 공사 이익에 추가한 메리츠의 시도가 실제 점수에 반영됐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공모지침서를 보면 1,2차 이익배분 외에 공사 이익을 추가했을 때 가산점을 준다는 항목이 채점 기준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채점표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남의뜰이 두 컨소시엄에 비해 특혜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식자료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평가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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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빈 기자 chef@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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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효정 기자 che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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