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설 직후 머리 맞댄 韓美…대북 메시지는?

입력 2021.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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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통신)

■ 南엔 '통신선 복원', 美엔 '적대시 정책' 이야기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한과 미국에 각각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어제(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남측에는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단서를 달면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측에는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 김 위원장은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한국 특파원 대상 약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한국 특파원 대상 약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정은 연설 직후 머리 맞댄 韓美 북핵수석…"모든 사안 논의 가능"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당일 오후에는 한·미 북핵수석이 만났습니다. 양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엔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① "북한 문제, 한미공조 빈틈없이"

양측은 우선 북한 문제에 있어 한미공조가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두 달 동안 (한미 북핵대표가) 네 번 대면협의를 가졌다"면서 "이런 긴밀한 한미 간의 소통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빈틈없는 한미공조에 대한 양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함에 따라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② "北과 모든 사안 논의"…제재 문제 포함 시사

일단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만 하면, 북한과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노 본부장은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ㆍ미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 즉 대북제재 문제도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만 하면 의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s)' 안에는 대북제재 논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 완화는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한다면 북측이 원하는 관심사, 즉 제재문제까지도 논의는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③ "인도적 지원은 언제든 준비"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만큼은 늘 준비가 돼있다고 했습니다.

김 특별대표는 "우리는 인도주의적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 뒤 김 특별대표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8월에는 한미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인도 지원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진 바 있습니다.

제재 완화와는 달리 인도적 지원만큼은 조건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④ "종전선언은 협의 중"

노 본부장은 그제 자카르타로 출국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김 대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을 공개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한 건데요.

이런 가운데 이뤄진 한·미 협의에서 양측은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까지만 언급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 관련 우리 측 구상을 미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미측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김 대표는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을 선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우리는 이 구상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⑤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 없다"

김 대표는"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다시 적대시 정책 철회를 미국에 요구한 가운데 재차 '적대적 의도'는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과 양자 및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며 다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 북미, 팽팽한 기싸움 시작?


북미협상 교착과 탐색전은 장기화되는 양상입니다.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과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양측이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은 공세할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쉽게 대화의 문을 열진 않을 것이고, 당분간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때 미국도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이 경제난을 얼마나 버틸지가 협상 재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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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연설 직후 머리 맞댄 韓美…대북 메시지는?
    • 입력 2021-10-01 07:00:52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통신)
■ 南엔 '통신선 복원', 美엔 '적대시 정책' 이야기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한과 미국에 각각 메시지를 내놓았다고 어제(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남측에는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단서를 달면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측에는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 김 위원장은 "새 미 행정부의 출현 이후 지난 8개월 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한국 특파원 대상 약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정은 연설 직후 머리 맞댄 韓美 북핵수석…"모든 사안 논의 가능"

김 위원장의 연설 내용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당일 오후에는 한·미 북핵수석이 만났습니다. 양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엔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고,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습니다.

① "북한 문제, 한미공조 빈틈없이"

양측은 우선 북한 문제에 있어 한미공조가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두 달 동안 (한미 북핵대표가) 네 번 대면협의를 가졌다"면서 "이런 긴밀한 한미 간의 소통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빈틈없는 한미공조에 대한 양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함에 따라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② "北과 모든 사안 논의"…제재 문제 포함 시사

일단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만 하면, 북한과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내놨습니다.

노 본부장은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ㆍ미 공동의 대북 인도적 협력,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 등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대북 관여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 즉 대북제재 문제도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만 하면 의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의미 있는 신뢰 구축 조치(CBM:confidence building measures)' 안에는 대북제재 논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북제재 완화는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한다면 북측이 원하는 관심사, 즉 제재문제까지도 논의는 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③ "인도적 지원은 언제든 준비"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만큼은 늘 준비가 돼있다고 했습니다.

김 특별대표는 "우리는 인도주의적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 뒤 김 특별대표는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8월에는 한미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를 통해 인도 지원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진 바 있습니다.

제재 완화와는 달리 인도적 지원만큼은 조건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④ "종전선언은 협의 중"

노 본부장은 그제 자카르타로 출국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을 김 대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북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을 공개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한 건데요.

이런 가운데 이뤄진 한·미 협의에서 양측은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까지만 언급했습니다.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 관련 우리 측 구상을 미측에 상세히 설명했고 미측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고, 김 대표는 "노 본부장은 종전선언을 선언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구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우리는 이 구상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⑤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 없다"

김 대표는"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다시 적대시 정책 철회를 미국에 요구한 가운데 재차 '적대적 의도'는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과 양자 및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며 다시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지난달 2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출처: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 북미, 팽팽한 기싸움 시작?


북미협상 교착과 탐색전은 장기화되는 양상입니다.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과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북한의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양측이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은 공세할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쉽게 대화의 문을 열진 않을 것이고, 당분간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를 고려했을 때 미국도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이 경제난을 얼마나 버틸지가 협상 재개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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