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문 닫은 주유소·텅 빈 진열대…영국에 무슨 일이?

입력 2021.10.01 (10:49) 수정 2021.10.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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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에서 기름이 부족해 주유소가 문을 닫고, 생필품이 없어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어 가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 세계 5위인 영국에서 후진국형 생필품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영국 런던의 2차선 도로, 도로 한 줄이 늘어선 차량으로 꽉 막혔습니다.

긴 줄이 이어진 곳은 다름 아닌 주유소입니다.

영국에선 벌써 일주일 가까이 주유소마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 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기름이 남은 주유소엔 이처럼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운전자들이 빈 물통을 가져와 기름을 받아가는 사재기가 벌어지고, 새치기까지 이뤄지면서 기다리던 운전자들끼리 몸싸움도 빈번합니다.

심지어 한 운전자는 새치기한 차량을 흉기로 위협했고, 위협받은 차량은 남성을 차로 밀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영국 운전자 : "3일째 기름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주말 내내 기름을 얻을 수 없었고,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산유국인 영국에서 때아닌 주유 대란이 벌어진 이유는 대형 화물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약 10만 명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지난해 1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뒤 유럽 국적의 운전자들이 영국을 떠났습니다.

비자 문제 등으로 전처럼 자유롭게 일하기 어려워진 탓인데요.

2017년 약 4만 5천 명이던 유럽 국적의 대형 화물트럭 운전자는 지난해 2분기 2만 5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자쿠브 파츠카/폴란드 운전자 : "저는 브렉시트가 발표되기 직전에 영국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충분한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운전자 부족 현상은 주유소를 넘어 업계 전반의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곳곳의 슈퍼마켓 진열대는 듬성듬성 비어 가고 있는 실정인데요.

영국에선 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 영향이 겹치며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고, 매대가 텅 비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육군을 동원하고, 외국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는 3개월 임시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유럽연합 탈퇴가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뒷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디비에시 루파렐리아/영국 택시 운전자 :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100% 브렉시트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브렉시트 탓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부른 공황적 사재기와 코로나19 사태를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조지 유스티스/영국 환경장관 :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속 전 세계에서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부족, 상당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영국의 반응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에드윈 아테마/네덜란드 노동조합 : "누가 3개월짜리 영국 비자를 위해 EU에서 직장을 그만둘까요? 이건 정말 불확실한 모험입니다."]

영국 정부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발표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상황이 더 악화할 거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영국이 현재 난관을 잘 돌파하고 안온하게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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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문 닫은 주유소·텅 빈 진열대…영국에 무슨 일이?
    • 입력 2021-10-01 10:49:32
    • 수정2021-10-01 1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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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기름이 부족해 주유소가 문을 닫고, 생필품이 없어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어 가고 있습니다.

경제 규모 세계 5위인 영국에서 후진국형 생필품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영국 런던의 2차선 도로, 도로 한 줄이 늘어선 차량으로 꽉 막혔습니다.

긴 줄이 이어진 곳은 다름 아닌 주유소입니다.

영국에선 벌써 일주일 가까이 주유소마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 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기름이 남은 주유소엔 이처럼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운전자들이 빈 물통을 가져와 기름을 받아가는 사재기가 벌어지고, 새치기까지 이뤄지면서 기다리던 운전자들끼리 몸싸움도 빈번합니다.

심지어 한 운전자는 새치기한 차량을 흉기로 위협했고, 위협받은 차량은 남성을 차로 밀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영국 운전자 : "3일째 기름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주말 내내 기름을 얻을 수 없었고,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산유국인 영국에서 때아닌 주유 대란이 벌어진 이유는 대형 화물트럭 운전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약 10만 명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지난해 1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뒤 유럽 국적의 운전자들이 영국을 떠났습니다.

비자 문제 등으로 전처럼 자유롭게 일하기 어려워진 탓인데요.

2017년 약 4만 5천 명이던 유럽 국적의 대형 화물트럭 운전자는 지난해 2분기 2만 5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자쿠브 파츠카/폴란드 운전자 : "저는 브렉시트가 발표되기 직전에 영국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충분한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운전자 부족 현상은 주유소를 넘어 업계 전반의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곳곳의 슈퍼마켓 진열대는 듬성듬성 비어 가고 있는 실정인데요.

영국에선 1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 영향이 겹치며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고, 매대가 텅 비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육군을 동원하고, 외국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는 3개월 임시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유럽연합 탈퇴가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뒷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디비에시 루파렐리아/영국 택시 운전자 :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100% 브렉시트가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가 브렉시트 탓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부른 공황적 사재기와 코로나19 사태를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조지 유스티스/영국 환경장관 :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속 전 세계에서 공급망 붕괴와 노동력 부족, 상당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영국의 반응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에드윈 아테마/네덜란드 노동조합 : "누가 3개월짜리 영국 비자를 위해 EU에서 직장을 그만둘까요? 이건 정말 불확실한 모험입니다."]

영국 정부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발표를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상황이 더 악화할 거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영국이 현재 난관을 잘 돌파하고 안온하게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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