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도 먹었다”…과외 여학생, 노예생활 10년 고백

입력 2021.10.05 (21:29) 수정 2021.10.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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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의 심리를 지배하고, 세뇌하는 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을 10년 넘게 '가스라이팅'하면서 학대해 온 과외교습소 원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취재진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인 이 모 씨가 한 과외교습소 원장을 만난 건 중학생 때인 2003년이었습니다.

대학과 전공까지 원장의 말에 따라 결정할 정도로 원장은 이 씨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모 씨/'가스라이팅' 피해자/음성변조 : "(저 스스로) 제 성격이 마음에 안 들고 저도 고치고 싶고 달라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내가 도와주겠으니까 앞으로 잘 따라올 수 있겠냐'고…"]

이 씨는 대학 진학 뒤 원장 집에서 과외교사를 하는 10년 동안 완전히 세뇌당했습니다.

빨래와 청소까지 도맡았습니다.

월급을 받기는커녕 부모로부터 받은 학비 수천만 원도 뺏겼습니다.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한다며 한겨울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8시간 동안 벌 서고, 원장의 인분을 먹는 등 엽기적인 학대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 모 씨/'가스라이팅' 피해자 : "되게 말을 잘하거든요. '이런 것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고 네가 달라지고 깨우친다면서 인분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겠냐'면서…"]

1심 법원은 명백한 '가스라이팅' 범죄라고 판시하며 해당 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은희/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면 그 냄새를 잘 모르죠. 밖에 나오면 아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그 상황 속에서는 심리적으로 세뇌돼 있다 보니까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든다면 일종의 세뇌행위, '가스라이팅'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며, 다수의 사람에게 상황을 공개해 범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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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분도 먹었다”…과외 여학생, 노예생활 10년 고백
    • 입력 2021-10-05 21:29:19
    • 수정2021-10-05 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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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의 심리를 지배하고, 세뇌하는 걸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죠.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을 10년 넘게 '가스라이팅'하면서 학대해 온 과외교습소 원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취재진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윤경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대 여성인 이 모 씨가 한 과외교습소 원장을 만난 건 중학생 때인 2003년이었습니다.

대학과 전공까지 원장의 말에 따라 결정할 정도로 원장은 이 씨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모 씨/'가스라이팅' 피해자/음성변조 : "(저 스스로) 제 성격이 마음에 안 들고 저도 고치고 싶고 달라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내가 도와주겠으니까 앞으로 잘 따라올 수 있겠냐'고…"]

이 씨는 대학 진학 뒤 원장 집에서 과외교사를 하는 10년 동안 완전히 세뇌당했습니다.

빨래와 청소까지 도맡았습니다.

월급을 받기는커녕 부모로부터 받은 학비 수천만 원도 뺏겼습니다.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한다며 한겨울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8시간 동안 벌 서고, 원장의 인분을 먹는 등 엽기적인 학대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이 모 씨/'가스라이팅' 피해자 : "되게 말을 잘하거든요. '이런 것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고 네가 달라지고 깨우친다면서 인분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겠냐'면서…"]

1심 법원은 명백한 '가스라이팅' 범죄라고 판시하며 해당 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은희/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면 그 냄새를 잘 모르죠. 밖에 나오면 아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그 상황 속에서는 심리적으로 세뇌돼 있다 보니까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든다면 일종의 세뇌행위, '가스라이팅'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며, 다수의 사람에게 상황을 공개해 범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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