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생존 수형인 국가배상 소송 사실상 패소

입력 2021.10.08 (06:52) 수정 2021.10.08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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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여 년 전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제주 4.3 수형인과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수형인 측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1월, 70여 년 만에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4.3 생존 수형인들.

그해 8월 억울한 옥살이 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은 겨우 받았지만, 평생 폭도로 낙인이 찍혀 고통받은 삶에 대한 피해 배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형인과 유가족 39명은 그해 말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지법 민사2부는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에 대한 국가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수형인들의 추가적인 배상 요구는 개별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원고 등 14명에 대해서만 국가가 1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부원휴/4·3 생존 수형인 : "(4.3 당시) 잡혀가서 졸업도 못 하고 학업도 중단하고. 이걸 인정 안 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법치 국가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강은호/4·3 생존 수형인 가족 : "(어머니가) 애를 볼 때마다 죽은 애 생각이 난다는 거예요. 그렇게 살아오셨어요. 비가 오면 그때 당시에 물 한 모금 못 먹고 굶어 죽은 애가 지금도 생각난대요."]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임재성/변호사 : "4.3사건의 역사적 의미, 사회적 의미,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느꼈던 피해 사실 인지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지 못한 판결이 아닐까."]

4.3 수형인 희생자와 유족들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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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생존 수형인 국가배상 소송 사실상 패소
    • 입력 2021-10-08 06:52:40
    • 수정2021-10-08 06:58:09
    뉴스광장 1부
[앵커]

70여 년 전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제주 4.3 수형인과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수형인 측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1월, 70여 년 만에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은 4.3 생존 수형인들.

그해 8월 억울한 옥살이 기간에 대한 형사보상은 겨우 받았지만, 평생 폭도로 낙인이 찍혀 고통받은 삶에 대한 피해 배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형인과 유가족 39명은 그해 말 국가를 상대로 100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지법 민사2부는 불법 구금과 가혹 행위에 대한 국가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수형인들의 추가적인 배상 요구는 개별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원고 등 14명에 대해서만 국가가 1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부원휴/4·3 생존 수형인 : "(4.3 당시) 잡혀가서 졸업도 못 하고 학업도 중단하고. 이걸 인정 안 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법치 국가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강은호/4·3 생존 수형인 가족 : "(어머니가) 애를 볼 때마다 죽은 애 생각이 난다는 거예요. 그렇게 살아오셨어요. 비가 오면 그때 당시에 물 한 모금 못 먹고 굶어 죽은 애가 지금도 생각난대요."]

변호인단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임재성/변호사 : "4.3사건의 역사적 의미, 사회적 의미,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느꼈던 피해 사실 인지에 대해서 전혀 파악하지 못한 판결이 아닐까."]

4.3 수형인 희생자와 유족들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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