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나라 UAE의 도전 ‘인공강우’

입력 2021.10.09 (22:04) 수정 2021.10.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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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나라 중의 하나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최근 인공 강우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만 200 건 넘게 진행했는데, 수자원 확보 뿐만 아니라, 대기질 개선,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UAE의 구상입니다.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굵은 빗방울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바뀝니다.

달리는 차들 사이로 금세 도로를 따라 물이 흐릅니다.

비가 내리자 SNS에는 환호 섞인 반응들이 대거 올라왔습니다.

비가 쏟아진 곳이 다름 아닌 비 구경이 힘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였기 때문입니다.

[오마르 알 하산/두바이 주민 : "우리는 비를 기다립니다. 기온도 내려가고, 공기도 맑아집니다. 앞으로 몇달 안에 비가 내리기를 바랍니다."]

아랍 에미리트는 다른 중동 국가처럼 만성 물부족 국갑니다.

여름에는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데, 지난 6월에는 최고 기온이 52도에 육박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식혀줄 비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토의 90%는 이같은 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나마 겨울이 낫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비가 오는 날이 턱없이 부족해 연평균 강우량은 100mm에 불과합니다.

상황은 이런데,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물부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는 일찍부터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수자원 확보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물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두 종류의 수자원이 있습니다. 담수화와 비입니다."]

바다와 접해 있다보니 가장 많은 부분은 바닷물의 담수화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향후 15년 안에 담수화 비중을 절반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담수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것인데, 그 대체 방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로 인공 강우입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2000년 초반부터 과학을 기반으로 인공강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강우가 아랍에미리트에 적합한 지 아닌지를 과학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는 모두 9개가 진행중입니다.

UAE는 이를 위해 1,5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인공강우 프로젝트는 '구름씨 뿌리기'로 불립니다.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 내부에 입자, 즉 씨를 뿌리는 원리로 진행됩니다.

하늘에 구름이 발견되면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이 비행기에는 모두 48개의 장치가 달려 있고 이 장치 속에 구름씨라고 불리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물질이 구름에 뿌려지는 순간, 구름 속 빗방울이 모이면서 무게가 무거워져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인공강우입니다.

구름씨의 물질은 기존 화학물질과는 달리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다는 게 UAE 기상센터의 설명입니다 .

이를 위한 특수 항공기는 모두 5대,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는 모두 10명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구름에 가까이 갈지, 어느 정도의 씨앗 물질을 뿌릴지 상공에서 즉각적으로 결정해야 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마이클 안스티스/조종사 :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상황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폭풍 주변을 날아가는데, 그 폭풍이 줄지어 있을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850여 차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만 2백회가 넘었습니다

한 번 출동하면 3시간여 운항하는데, 아랍에미리트 전 지역을 도맡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안스티스/조종사 : "한 달에 10번 출동하기도 하고 20번 출동하기도 합니다. UAE 전 지역을 갈 수 있습니다. 국토 가운데 있는 알아인 지역에 기지가 있기 때문에 어디든 한 시간 내에 가능합니다."]

지상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60개 이상의 기상 관측 레이더로 정확한 날씨를 예측합니다.

[암나 알 자비/지상팀 :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건 기상예측입니다. 기상캐스터는 구름의 위치와 어떤 구름인지 구름 종류를 예측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멀리 예측할 수 있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드론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속 전자기를 활용하는 원리입니다.

인공강우는 대기질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나라 전역에 비를 강화할 수 있을지, 최대한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실험을 하는 이유이고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물 고민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공률이 30% 전후인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은 고민거리입니다.

또한 이 기술에 대한 부작용이 아직 완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주변국가의 수분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UAE기상센터는 구름 내부에 있는 수분을 이용해 물의 양이 증가하도록 하는 것일 뿐 다른 국가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전 세계적인 가뭄문제 해결과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지 관심입니다.

두바이에서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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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막의 나라 UAE의 도전 ‘인공강우’
    • 입력 2021-10-09 22:04:36
    • 수정2021-10-09 22:20:5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나라 중의 하나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가 최근 인공 강우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만 200 건 넘게 진행했는데, 수자원 확보 뿐만 아니라, 대기질 개선,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까지도 가능하다는 게 UAE의 구상입니다.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굵은 빗방울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바뀝니다.

달리는 차들 사이로 금세 도로를 따라 물이 흐릅니다.

비가 내리자 SNS에는 환호 섞인 반응들이 대거 올라왔습니다.

비가 쏟아진 곳이 다름 아닌 비 구경이 힘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였기 때문입니다.

[오마르 알 하산/두바이 주민 : "우리는 비를 기다립니다. 기온도 내려가고, 공기도 맑아집니다. 앞으로 몇달 안에 비가 내리기를 바랍니다."]

아랍 에미리트는 다른 중동 국가처럼 만성 물부족 국갑니다.

여름에는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나드는데, 지난 6월에는 최고 기온이 52도에 육박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식혀줄 비는 거의 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토의 90%는 이같은 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나마 겨울이 낫지만 다른 국가에 비하면 비가 오는 날이 턱없이 부족해 연평균 강우량은 100mm에 불과합니다.

상황은 이런데,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물부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랍에미리트는 일찍부터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수자원 확보 방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물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두 종류의 수자원이 있습니다. 담수화와 비입니다."]

바다와 접해 있다보니 가장 많은 부분은 바닷물의 담수화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향후 15년 안에 담수화 비중을 절반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담수 생산에 쓰이는 에너지와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것인데, 그 대체 방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로 인공 강우입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2000년 초반부터 과학을 기반으로 인공강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공강우가 아랍에미리트에 적합한 지 아닌지를 과학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는 모두 9개가 진행중입니다.

UAE는 이를 위해 1,500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인공강우 프로젝트는 '구름씨 뿌리기'로 불립니다.

항공기를 이용해 구름 내부에 입자, 즉 씨를 뿌리는 원리로 진행됩니다.

하늘에 구름이 발견되면 비행기가 날아갑니다.

이 비행기에는 모두 48개의 장치가 달려 있고 이 장치 속에 구름씨라고 불리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물질이 구름에 뿌려지는 순간, 구름 속 빗방울이 모이면서 무게가 무거워져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게 바로 인공강우입니다.

구름씨의 물질은 기존 화학물질과는 달리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다는 게 UAE 기상센터의 설명입니다 .

이를 위한 특수 항공기는 모두 5대,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는 모두 10명에 가깝습니다

얼마나 구름에 가까이 갈지, 어느 정도의 씨앗 물질을 뿌릴지 상공에서 즉각적으로 결정해야 되기 때문에 이들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마이클 안스티스/조종사 :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상황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폭풍 주변을 날아가는데, 그 폭풍이 줄지어 있을 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850여 차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만 2백회가 넘었습니다

한 번 출동하면 3시간여 운항하는데, 아랍에미리트 전 지역을 도맡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안스티스/조종사 : "한 달에 10번 출동하기도 하고 20번 출동하기도 합니다. UAE 전 지역을 갈 수 있습니다. 국토 가운데 있는 알아인 지역에 기지가 있기 때문에 어디든 한 시간 내에 가능합니다."]

지상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60개 이상의 기상 관측 레이더로 정확한 날씨를 예측합니다.

[암나 알 자비/지상팀 :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건 기상예측입니다. 기상캐스터는 구름의 위치와 어떤 구름인지 구름 종류를 예측합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더 멀리 예측할 수 있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드론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름 속 전자기를 활용하는 원리입니다.

인공강우는 대기질 개선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는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오마르 아메드 알 야지디/UAE 기상센터 :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나라 전역에 비를 강화할 수 있을지, 최대한으로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실험을 하는 이유이고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물 고민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성공률이 30% 전후인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은 고민거리입니다.

또한 이 기술에 대한 부작용이 아직 완전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주변국가의 수분을 끌어다 쓰는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UAE기상센터는 구름 내부에 있는 수분을 이용해 물의 양이 증가하도록 하는 것일 뿐 다른 국가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전 세계적인 가뭄문제 해결과 더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지 관심입니다.

두바이에서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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