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줄자 산사태 피해 25배 커졌다

입력 2021.10.17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이어진 지난해 여름,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산사태 피해 면적도 1,343ha에 달합니다. 산과 계곡에서 비에 쓸려 내려온 돌덩이와 흙더미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산사태 피해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이후 산사태 피해 면적과 인명 피해는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크게 늘어납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020년 25배나 피해면적이 늘었습니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로 사방댐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일부 산사태 취약 지역에 피해가 줄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후도 변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쏟아져 내리는 게릴라성 호우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어느 지역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장마에는 버텨내던 뒷산이 이번 장마에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 산사태 취약지 늘었는데, 사방댐 예산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산사태 취약 지역은 5,078곳이 늘어났습니다. 전국 26,484곳이 산사태에 취약하다고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취약 지역 가운데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2,220곳으로 43%에 불과합니다.

더불어 산사태 예방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는 '사방댐' 설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2016년 2,684억 원이었던 사방사업의 예산은 2020년에는 1,402억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자 2021년에는 다시 200억 원 넘게 예산이 늘어납니다.

산림청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산림청 산사태방지과는 "2011년 이후 산사태 피해가 감소했고 2015년에는 피해가 전혀 없어 예산이 구조조정 편성돼 사방사업 예산이 감소됐다"라고 했습니다. 또 "2020년 역대 최장 장마 기간 폭우 등 전국 1,343ha 산사태 피해, 인명 피해 9명(사망 기준)이 발생해 기후변화에 대비, 산사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명 피해가 나야 예산을 늘리는 식입니다.

■ '단 한 번'의 산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 '사방댐'

전문가들을 이런 방식으로는 자연재해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자연재해를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그때의 피해 정도와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상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해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 산사태"라면서 "그런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방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해에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을 뿐 앞으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어디에 몇 개의 사방댐이 필요할지를 따져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예산 줄자 산사태 피해 25배 커졌다
    • 입력 2021-10-17 07:01:17
    취재K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이어진 지난해 여름,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산사태 피해 면적도 1,343ha에 달합니다. 산과 계곡에서 비에 쓸려 내려온 돌덩이와 흙더미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산사태 피해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2011년 이후 산사태 피해 면적과 인명 피해는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크게 늘어납니다. 2016년과 비교하면 2020년 25배나 피해면적이 늘었습니다.

우면산 산사태 이후로 사방댐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일부 산사태 취약 지역에 피해가 줄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후도 변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특정 지역에 쏟아져 내리는 게릴라성 호우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어느 지역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장마에는 버텨내던 뒷산이 이번 장마에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 산사태 취약지 늘었는데, 사방댐 예산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산사태 취약 지역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산사태 취약 지역은 5,078곳이 늘어났습니다. 전국 26,484곳이 산사태에 취약하다고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취약 지역 가운데 사방댐이 설치된 곳은 2,220곳으로 43%에 불과합니다.

더불어 산사태 예방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는 '사방댐' 설치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2016년 2,684억 원이었던 사방사업의 예산은 2020년에는 1,402억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자 2021년에는 다시 200억 원 넘게 예산이 늘어납니다.

산림청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산림청 산사태방지과는 "2011년 이후 산사태 피해가 감소했고 2015년에는 피해가 전혀 없어 예산이 구조조정 편성돼 사방사업 예산이 감소됐다"라고 했습니다. 또 "2020년 역대 최장 장마 기간 폭우 등 전국 1,343ha 산사태 피해, 인명 피해 9명(사망 기준)이 발생해 기후변화에 대비, 산사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명 피해가 나야 예산을 늘리는 식입니다.

■ '단 한 번'의 산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 '사방댐'

전문가들을 이런 방식으로는 자연재해 제대로 대비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자연재해를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오랜 기간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그때의 피해 정도와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상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해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 산사태"라면서 "그런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방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해에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건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을 뿐 앞으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어디에 몇 개의 사방댐이 필요할지를 따져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