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SLBM 발사’ 암초 만난 ‘종전선언’ 외교전

입력 2021.10.19 (17:44) 수정 2021.10.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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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외부에서 북핵 협의차 방문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외부에서 북핵 협의차 방문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숨가쁜 '종전선언' 외교전…미국도 "계속 논의 기대"

한국과 미국의 외교·정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워싱턴DC에서 만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특별대표와의 협의 후 "한미 간 협의의 상당 부분이 종전선언 관련 심도있는 협의에 할애됐다"며 종전선언과 관련한 "미국 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김 특별대표도 "한미 간에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미간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계속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을 나서고 있다.한국을 찾은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늘(19일) 서울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을 만난 박지원 국정원장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후 줄곧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외교전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종전선언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며 대미 설득에 주력해왔습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북핵대표 협의에서는 처음으로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지난 5일에는 정의용 외교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종전선언을 포함한 의제들을 논의했습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종전선언 등을 의제로 만났습니다.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노력도 이어져, 노규덕 본부장은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으로부터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측 인사들의 방한도 속도감 있게 진행돼왔는데,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헤인스 DNI 국장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관련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대북사안 관련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북한 "종전선언, 아파트 10층부터 짓겠다는 것"

이처럼 종전선언을 매개로 한 관련국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북한과 대화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련의 행보가 돌발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일단 북한은 오늘 종전선언 제안을 폄하하는 논평을 다시 내놨습니다. 현철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 게재한 글에서 "남조선이 종전선언 문제를 계속 들고 나오고 있다"며 "종전선언 문제는 선후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선언보다는 한미 군사훈련 등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실장은 "가령 누군가 아파트의 기초를 무시하고 10층부터 짓겠다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잘 알리라고 본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신 요인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은 오늘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감행했습니다. 올들어 8번째 미사일 발사입니다. 특히 SLBM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느 정도 '타이밍'을 고려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전선언을 두고 (한미 간) 대북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또다시 도발 행위로 규정할 경우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선언 제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화답 내용을 고려해 봤을 때 사실상 거절된 것"이라면서 "북한은 종전선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선결조건이 있다며 말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는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종전선언을 대북 비핵화 협상의 입구, 남북관계 교착의 마중물로 삼아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오는 23일, 성 김 특별대표의 서울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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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9 17:44:05
    • 수정2021-10-19 1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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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 외부에서 북핵 협의차 방문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숨가쁜 '종전선언' 외교전…미국도 "계속 논의 기대"

한국과 미국의 외교·정보 당국자들이 잇따라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8일(현지시간)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워싱턴DC에서 만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김 특별대표와의 협의 후 "한미 간 협의의 상당 부분이 종전선언 관련 심도있는 협의에 할애됐다"며 종전선언과 관련한 "미국 측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김 특별대표도 "한미 간에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해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미간 공동의 관심사에 관해 계속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늘(19일) 서울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을 만난 박지원 국정원장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후 줄곧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외교전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종전선언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며 대미 설득에 주력해왔습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가 만나, 북핵대표 협의에서는 처음으로 종전선언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지난 5일에는 정의용 외교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종전선언을 포함한 의제들을 논의했습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종전선언 등을 의제로 만났습니다.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노력도 이어져, 노규덕 본부장은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으로부터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측 인사들의 방한도 속도감 있게 진행돼왔는데,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헤인스 DNI 국장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관련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대북사안 관련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북한 "종전선언, 아파트 10층부터 짓겠다는 것"

이처럼 종전선언을 매개로 한 관련국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북한과 대화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일련의 행보가 돌발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일단 북한은 오늘 종전선언 제안을 폄하하는 논평을 다시 내놨습니다. 현철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 게재한 글에서 "남조선이 종전선언 문제를 계속 들고 나오고 있다"며 "종전선언 문제는 선후차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종전선언보다는 한미 군사훈련 등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 실장은 "가령 누군가 아파트의 기초를 무시하고 10층부터 짓겠다고 말한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나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잘 알리라고 본다"고도 비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신 요인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은 오늘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감행했습니다. 올들어 8번째 미사일 발사입니다. 특히 SLBM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느 정도 '타이밍'을 고려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전선언을 두고 (한미 간) 대북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압박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또다시 도발 행위로 규정할 경우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도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종전선언 제안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화답 내용을 고려해 봤을 때 사실상 거절된 것"이라면서 "북한은 종전선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선결조건이 있다며 말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는 요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종전선언을 대북 비핵화 협상의 입구, 남북관계 교착의 마중물로 삼아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는 이번 주말에도 이어집니다. 오는 23일, 성 김 특별대표의 서울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한미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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