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왜 테슬라가 잘나가는데 K-배터리 ‘휘청’?

입력 2021.10.25 (18:04) 수정 2021.10.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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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3분기 실적 호조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깜짝 실적 발표날,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들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지난 22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909.68달러,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도 1천조 원을 돌파했고요.

이날 실적 발표 영향인데, 테슬라가 올해 3분기에 16억 2천만 달러 순이익, 역대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배가량, 전 분기 대비 6천억 원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앵커]

비결이 뭔가요?

[기자]

초고속 성장 때문이죠.

올 3분기에 24만여 대를 인도했습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이고, 3분기까지만도 이미 지난해 전체 인도량을 넘어섰습니다.

[앵커]

와... 지금 차량용 반도체 부족하다면서요.

다른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테슬라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테슬라가 '반도체 대란' 피한 비결, 우선은 수직적 통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설명 보면, 테슬라는 전기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합니다.

이걸 TSMC나 삼성에 위탁생산을 직접 맡깁니다.

기존 완성차 회사는 차량 모델별로 서로 다른 반도체를 사용하고 납품업체도 모두 다른데 테슬라는 훨씬 단순합니다.

또 다른 비결은 혁신 IT 기업다운 탄력적 대응입니다.

반도체 부족해지니까 설계를 다시 해서 기존 반도체를 다른 반도체로 대체하고 소프트웨어로 최적화했습니다.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혁신 IT 기업의 면모도 한몫했습니다.

[앵커]

테슬라가 잘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국내 배터리주가 휘청거리는 겁니까?

[기자]

테슬라가 3분기 실적 발표한 날, 이렇게 국내 2차 전지주 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특히,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하는 LG화학, 4% 넘게 빠졌습니다.

이유는 테슬라가 앞으로 보급형 모델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인산철 배터리가 뭔가요,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기자]

기술적 설명 떼고, 한마디로 말하면 '더 싼 중국산 배터리'입니다.

인산철이 주재료인데, 이건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 용량이 낮습니다.

무게당 주행 거리가 짧다는 얘기고, 그래서 우리 업체들은 잘 안 썼습니다.

대신 싸고 흔합니다.

그래서 95%는 중국 기업이 만들고, 특히 중국업체 CATL 점유율이 1위입니다.

[앵커]

더 좋은 기술을 쓴 배터리는 아니네요.

그런데 테슬라는 왜 바꾼 거죠?

[기자]

아이폰 만드는 애플도 그렇지만, 혁신 기업들은 최신, 최고 기술과 소재가 나온다고 무조건 그걸 쓰진 않습니다.

비용과 효율을 철저히 고려해서 '과연 그 비싼 기술과 재료를 지금 당장 쓸 필요가 있냐'를 냉정하게 판단하는데, 테슬라는 '지금 기술 수준에선 저가 모델엔 싼 배터리 붙이는 게 최선'이라고 결론 낸 겁니다.

여기 결정적인 영향 준 게,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이자 희귀 금속인 코발트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코발트를 값싼 인산철로 대체할 수 있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생산 스탠다드 모델은 중국산 인산철 배터리로 교체했는데, 이게 LG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 모델 대비 20% 저렴하답니다.

게다가 주행 거리 짧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엔 중국에서 600km 이상 달리는 모델이 나올 정도로 기술적으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앵커]

와, 돌발 악재네요.

다른 글로벌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나요?

[기자]

지금 상황이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전기차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저가, 보급형 쪽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거든요.

당연히 폭스바겐, 포드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인산철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LG와 SK, 삼성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그동안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력해온 만큼,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드루 바글리노/테슬라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현지시각 20일 :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 생산 지역에 아주 가깝지 않더라도 그 대륙에서 차량의 주요 부품을 현지 조달하는 것입니다. 최종 조립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공정을 공급업체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앵커]

그럼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기자]

일단 우리 배터리 3사도 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해야 할 겁니다.

영 못할 건 아닌데, 역시 생산 공정, 설비 일부를 바꿔야 할 테니 시간과 비용이 들겠죠?

다만 여전히 보급형 모델은 인산철로 가도, 결국, 고급 모델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는 리튬이온으로 가지 않겠냐 기대는 이렇습니다.

[앵커]

결국, 전기차 배터리도 품질, 안전성,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되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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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왜 테슬라가 잘나가는데 K-배터리 ‘휘청’?
    • 입력 2021-10-25 18:04:55
    • 수정2021-10-25 18:27:15
    통합뉴스룸ET
[앵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3분기 실적 호조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 깜짝 실적 발표날, 국내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들은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지난 22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909.68달러,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도 1천조 원을 돌파했고요.

이날 실적 발표 영향인데, 테슬라가 올해 3분기에 16억 2천만 달러 순이익, 역대 최고 실적을 냈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5배가량, 전 분기 대비 6천억 원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앵커]

비결이 뭔가요?

[기자]

초고속 성장 때문이죠.

올 3분기에 24만여 대를 인도했습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이고, 3분기까지만도 이미 지난해 전체 인도량을 넘어섰습니다.

[앵커]

와... 지금 차량용 반도체 부족하다면서요.

다른 업체들은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는데, 테슬라는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거죠?

[기자]

테슬라가 '반도체 대란' 피한 비결, 우선은 수직적 통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설명 보면, 테슬라는 전기차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설계합니다.

이걸 TSMC나 삼성에 위탁생산을 직접 맡깁니다.

기존 완성차 회사는 차량 모델별로 서로 다른 반도체를 사용하고 납품업체도 모두 다른데 테슬라는 훨씬 단순합니다.

또 다른 비결은 혁신 IT 기업다운 탄력적 대응입니다.

반도체 부족해지니까 설계를 다시 해서 기존 반도체를 다른 반도체로 대체하고 소프트웨어로 최적화했습니다.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혁신 IT 기업의 면모도 한몫했습니다.

[앵커]

테슬라가 잘하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국내 배터리주가 휘청거리는 겁니까?

[기자]

테슬라가 3분기 실적 발표한 날, 이렇게 국내 2차 전지주 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특히,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하는 LG화학, 4% 넘게 빠졌습니다.

이유는 테슬라가 앞으로 보급형 모델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꾸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인산철 배터리가 뭔가요,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기자]

기술적 설명 떼고, 한마디로 말하면 '더 싼 중국산 배터리'입니다.

인산철이 주재료인데, 이건 단위 무게당 에너지 저장 용량이 낮습니다.

무게당 주행 거리가 짧다는 얘기고, 그래서 우리 업체들은 잘 안 썼습니다.

대신 싸고 흔합니다.

그래서 95%는 중국 기업이 만들고, 특히 중국업체 CATL 점유율이 1위입니다.

[앵커]

더 좋은 기술을 쓴 배터리는 아니네요.

그런데 테슬라는 왜 바꾼 거죠?

[기자]

아이폰 만드는 애플도 그렇지만, 혁신 기업들은 최신, 최고 기술과 소재가 나온다고 무조건 그걸 쓰진 않습니다.

비용과 효율을 철저히 고려해서 '과연 그 비싼 기술과 재료를 지금 당장 쓸 필요가 있냐'를 냉정하게 판단하는데, 테슬라는 '지금 기술 수준에선 저가 모델엔 싼 배터리 붙이는 게 최선'이라고 결론 낸 겁니다.

여기 결정적인 영향 준 게,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이자 희귀 금속인 코발트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코발트를 값싼 인산철로 대체할 수 있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생산 스탠다드 모델은 중국산 인산철 배터리로 교체했는데, 이게 LG 배터리가 탑재된 롱레인지 모델 대비 20% 저렴하답니다.

게다가 주행 거리 짧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엔 중국에서 600km 이상 달리는 모델이 나올 정도로 기술적으로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앵커]

와, 돌발 악재네요.

다른 글로벌 회사들은 어떻게 대응하나요?

[기자]

지금 상황이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전기차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저가, 보급형 쪽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거든요.

당연히 폭스바겐, 포드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인산철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LG와 SK, 삼성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그동안 리튬이온 배터리에 주력해온 만큼,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드루 바글리노/테슬라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현지시각 20일 : "우리의 목표는 자동차 생산 지역에 아주 가깝지 않더라도 그 대륙에서 차량의 주요 부품을 현지 조달하는 것입니다. 최종 조립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공정을 공급업체와 함께하고자 합니다."]

[앵커]

그럼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기자]

일단 우리 배터리 3사도 인산철 배터리 생산을 해야 할 겁니다.

영 못할 건 아닌데, 역시 생산 공정, 설비 일부를 바꿔야 할 테니 시간과 비용이 들겠죠?

다만 여전히 보급형 모델은 인산철로 가도, 결국, 고급 모델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는 리튬이온으로 가지 않겠냐 기대는 이렇습니다.

[앵커]

결국, 전기차 배터리도 품질, 안전성,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되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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