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선대 후광 벗어나는 김정은…10년 만에 ‘수령’ 호칭

입력 2021.11.06 (08:00) 수정 2021.11.0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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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집권 10년을 맞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수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락되던 호칭이었습니다.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보이지만,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 주민들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성사될 수 있을까요?

북한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전시된 무기들 뒤로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보입니다.

군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내걸렸지만, 선대 지도자들 사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지난 1월 8차 당대회였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정중한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하였습니다."]

5년 전 7차 당대회에선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회의장 정중앙에 내걸렸지만, 8차 당대회 때는 노동당 마크로 대체됐습니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각종 공식 회의 석상에서도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적 통치 권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입니다.

[차덕철/통일부 부대변인/10월 29일 :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수반으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선대 수준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북한에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에 이어, 김 위원장도 집권 10년 만에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 체계를 구축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육성/1974년 : "우리는 최고의 강령인 온 사회 김일성주의화를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되며, 혁명 위업의 조국적 승리를 위해서 적극 힘써 몸 바쳐 투쟁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권 초기만 해도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따라했던 김 위원장.

2017년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엔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한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언급해 왔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우리 식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 나가며..."]

올해 집권 10년 차에 들어서는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선대의 역사로 돌렸습니다.

아버지 시대의 '선군 정치'도 삭제하고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이른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0일 :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 제일주의 정치를 사회주의 기본 정치 방식으로 정식화하였습니다."]

아직 북한 당국 회의나 매체 등에서 '김정은주의'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강조해 온 통치 담론을 집대성한 내용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정은 주의는 기존의 김일성-김정일 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그리고 우리국가제일주의 등을 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김일성-김정일 주의에 김정은의 통치 담론만을 합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김일성-김정일 주의에는 선군사상이 포함돼 있는데 김정은은 집권 이후 선군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고 갔습니다."]

결국 김정은주의는 핵 무력 강국을 추구하면서도 선대의 통치 사상을 부분적으로 수정해 민생을 중시하는 내용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선대의 후광을 지우려는 북한의 노력은 김정은 위원장 호칭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 김 위원장을 '수령'으로 칭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이 김정은 체계를 정립하고 우상화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의 지난달 22일 자 논설입니다.

김 위원장을 세 번이나 수령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위대한 어버이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인민의 영광 끝없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현대 조선의 수령들"이라는 식으로 통칭해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혁명의 최고 뇌수,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으로서 수령의 지위를 차지하고, 인민대중의 혁명 위업,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락된 호칭이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장군님'으로 불렸고, 사후에야 '선대 수령'이란 호칭이 주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수령' 호칭은 통치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그만큼 자신을 할아버지 반열에 올리겠다는 것. 그건 김정은주의와 마찬가지 두 개가 같이 간다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버지 김정일 때와는 분명히 비교되는 거죠. 권력을 강화하고 자신감을 느끼고 홀로서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볼 여지가 있죠."]

지난달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화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연주에 나선 지휘자가 김 위원장의 얼굴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쿠바의 체 게바라나 베트남의 호찌민처럼 티셔츠에 얼굴이 등장하는 상징적 인물들을 모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월 김 위원장 위인전 성격의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자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을 '지구를 뒤흔든 세기적 만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차에 맞춘 치적 앞세우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정은의 지위가, 내부 위상이 김일성과 비슷한 반열에까지 오르면서 김정은 주의라는 독자적인 사상, 이런 것이 김정은의 위대성을 내부적으로 선전하는 데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김정은주의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북한의 내부 움직임은 심각한 경제난과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수령 결사옹위' 정신 등을 강조해 주민 결속을 의도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지금 북한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돌파하겠다, 그런 의도도 그 안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백두혈통 만경대 가문에서부터 시작해서 빨치산 전통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전통을 잘못하면 단절하는 모습도 그 안에 김정은주의가 잘못하면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럼 전체적으로 오히려 자신의 지지기반 정통성이 해쳐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임기 말 평화 불씨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방문을 다시 제안했는데요.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근위대 호위를 받으며 교황청 안으로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남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라면서 "초청장을 보내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철조망을 녹여 만든 평화의 십자가도 교황에게 선물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0월 29일 :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교황은 3년 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초청하면 무조건 가겠다며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도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교황이 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교황 방북 논의는 멈춰 버렸습니다.

이번엔 교황 방북이 성사될 수 있을지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 주민들 대부분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 그리고 코로나 치료제가 북한에 들어가기 전까진 교황의 방북 초청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남북 산림 협력을 통해 대화 재개의 계기를 만들어 보겠단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0월 29일 : "(산림복원 협력은) 접경 지역의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나갈 것입니다."]

총회에 참석한 최일 주영 북한대사 등 북측 관계자 2명은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끝까지 들었지만, 남북 간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37살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로 수령에 등극하며 집권 10년 차 절대 권력 굳히기에 들어갔습니다.

선대와 차별화한 '김정은주의'가 북한 경제난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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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6 08:00:26
    • 수정2021-11-06 08: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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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집권 10년을 맞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에선 김정은 위원장을 '수령'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락되던 호칭이었습니다.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보이지만, 경제난이 심각한 북한 주민들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성사될 수 있을까요?

북한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

전시된 무기들 뒤로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보입니다.

군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까지 내걸렸지만, 선대 지도자들 사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지난 1월 8차 당대회였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김정은 동지를 조선노동당 총비서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정중한 제의를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하였습니다."]

5년 전 7차 당대회에선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이 회의장 정중앙에 내걸렸지만, 8차 당대회 때는 노동당 마크로 대체됐습니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각종 공식 회의 석상에서도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독자적 통치 권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입니다.

[차덕철/통일부 부대변인/10월 29일 :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수반으로 지칭하면서 사실상 선대 수준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북한에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에 이어, 김 위원장도 집권 10년 만에 독자적인 사상과 이념 체계를 구축한 걸로 보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육성/1974년 : "우리는 최고의 강령인 온 사회 김일성주의화를 튼튼히 틀어쥐고 나가야 되며, 혁명 위업의 조국적 승리를 위해서 적극 힘써 몸 바쳐 투쟁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권 초기만 해도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따라했던 김 위원장.

2017년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엔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한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언급해 왔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우리 식으로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힘 있게 다그쳐 나가며..."]

올해 집권 10년 차에 들어서는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선대의 역사로 돌렸습니다.

아버지 시대의 '선군 정치'도 삭제하고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는 이른바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0일 : "혁명 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 제일주의 정치를 사회주의 기본 정치 방식으로 정식화하였습니다."]

아직 북한 당국 회의나 매체 등에서 '김정은주의'가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강조해 온 통치 담론을 집대성한 내용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정은 주의는 기존의 김일성-김정일 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그리고 우리국가제일주의 등을 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김일성-김정일 주의에 김정은의 통치 담론만을 합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김일성-김정일 주의에는 선군사상이 포함돼 있는데 김정은은 집권 이후 선군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고 갔습니다."]

결국 김정은주의는 핵 무력 강국을 추구하면서도 선대의 통치 사상을 부분적으로 수정해 민생을 중시하는 내용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선대의 후광을 지우려는 북한의 노력은 김정은 위원장 호칭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 김 위원장을 '수령'으로 칭하기도 했는데요.

북한이 김정은 체계를 정립하고 우상화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의 지난달 22일 자 논설입니다.

김 위원장을 세 번이나 수령이라고 불렀습니다.

[조선중앙TV/10월 22일 : "위대한 어버이를 수령으로 높이 모신 인민의 영광 끝없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을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현대 조선의 수령들"이라는 식으로 통칭해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혁명의 최고 뇌수, 영도의 중심, 단결의 중심으로서 수령의 지위를 차지하고, 인민대중의 혁명 위업,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북한에서 수령은 신격화된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락된 호칭이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장군님'으로 불렸고, 사후에야 '선대 수령'이란 호칭이 주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수령' 호칭은 통치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그만큼 자신을 할아버지 반열에 올리겠다는 것. 그건 김정은주의와 마찬가지 두 개가 같이 간다라고 생각되거든요. 아버지 김정일 때와는 분명히 비교되는 거죠. 권력을 강화하고 자신감을 느끼고 홀로서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볼 여지가 있죠."]

지난달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국방발전전람회 화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연주에 나선 지휘자가 김 위원장의 얼굴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쿠바의 체 게바라나 베트남의 호찌민처럼 티셔츠에 얼굴이 등장하는 상징적 인물들을 모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월 김 위원장 위인전 성격의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자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판문점 회동을 '지구를 뒤흔든 세기적 만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10년 차에 맞춘 치적 앞세우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김정은의 지위가, 내부 위상이 김일성과 비슷한 반열에까지 오르면서 김정은 주의라는 독자적인 사상, 이런 것이 김정은의 위대성을 내부적으로 선전하는 데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김정은주의를 체계화하는 작업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북한의 내부 움직임은 심각한 경제난과 연결 지어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수령 결사옹위' 정신 등을 강조해 주민 결속을 의도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지금 북한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돌파하겠다, 그런 의도도 그 안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백두혈통 만경대 가문에서부터 시작해서 빨치산 전통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전통을 잘못하면 단절하는 모습도 그 안에 김정은주의가 잘못하면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거든요. 그럼 전체적으로 오히려 자신의 지지기반 정통성이 해쳐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임기 말 평화 불씨를 살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방문을 다시 제안했는데요.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습니다.

근위대 호위를 받으며 교황청 안으로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남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라면서 "초청장을 보내주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 철조망을 녹여 만든 평화의 십자가도 교황에게 선물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0월 29일 : "다음에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교황은 3년 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초청하면 무조건 가겠다며 방북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도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선 교황이 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교황 방북 논의는 멈춰 버렸습니다.

이번엔 교황 방북이 성사될 수 있을지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 "북한 주민들 대부분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 그리고 코로나 치료제가 북한에 들어가기 전까진 교황의 방북 초청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남북 산림 협력을 통해 대화 재개의 계기를 만들어 보겠단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10월 29일 : "(산림복원 협력은) 접경 지역의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해나갈 것입니다."]

총회에 참석한 최일 주영 북한대사 등 북측 관계자 2명은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끝까지 들었지만, 남북 간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37살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로 수령에 등극하며 집권 10년 차 절대 권력 굳히기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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