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지옥 같았다”…쿠팡, 직장 내 괴롭힘 첫 인정

입력 2021.11.09 (21:23) 수정 2021.11.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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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때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쿠팡에서 심야 노동과 과로사 문제가 불거져 비판 여론이 들끓더니 이번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게 또 확인됐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백정엽 씨가 지난 2월 노조 SNS에 올린 글입니다.

교육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상사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백 씨는 말합니다.

[백정엽/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 "근무시간에 와서 업무 지적을 하면서 '조끼는 언제 입을 거냐', '총대 잘 멘다며?' 이런 식으로 조롱하고…"]

그 뒤로, 원래 자신의 일이 아니었던 야외 차량 유도 업무에 배치됐다는 게 백 씨의 주장입니다.

수시로 잘못을 지적받고, 그걸 인정하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했다고도 했습니다.

[백정엽/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 "화장실을 갔다 오는 중간에 사원과 잠깐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근무지 이탈이라고 저한테 하는 거예요. 매일 출근하는 게 정말 지옥 같았어요."]

회사에 신고했지만, 담당자 한 명이 한 차례 조사 뒤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국 백 씨는 고용노동부 문을 두드렸고, 아홉 달 만에 괴롭힘을 인정받았습니다.

정부가 쿠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조 활동과 관련해 업무 지적을 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란 겁니다.

또 앞으로 괴롭힘은 담당자 한 명이 아닌 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라고도 지도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근로자가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관계확인서) 남용을 방지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공식적인 채널이 됐으면 좋겠다…"]

쿠팡은 관리자 한 명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괴롭힘이 인정된 것이라며, 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김현석

“조퇴할 때도 사실확인서 작성”…쿠팡 혁신 성장의 ‘그늘’

[앵커]

이 문제는 좀 더 자세히 짚어봐야겠습니다.

김지숙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번에 쿠팡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된 과정이 이례적이라고 하던데.. 어떤 점에서 그렇죠?

[기자]

앞서 전해드렸지만, 쿠팡 사측이 먼저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럴 경우 보통은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재조사를 권고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고용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서 '이건 직장내 괴롭힘이다', 결론을 내린 겁니다.

[앵커]

쿠팡의 자체 조사를 고용부가 신뢰하지 못 한 걸로 보이는데 그동안 쿠팡에서 여러가지 노동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겠죠?

[기자]

저희가 이 사안을 자세히 보도해드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고 장덕준 씨가 과로사로 숨졌죠.

그 뒤로 심야노동, 휴대전화 반입금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논란이 됐었고요.

이런 노동환경을 풀어보자고 올해 6월에 노조가 생겼습니다.

이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또 발생한 겁니다.

[앵커]

일하는 환경을 바꿔보자는데 그걸 괴롭힘으로 대응한 셈인데 특히 눈에 띄는 게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한 부분입니다.

이게 뭡니까?

[기자]

쿠팡 측에 확인해보니까, 관리자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쓰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상사가 업무 잘못을 지적하고, 노동자에게 스스로 '내가 어떤 잘못을 했다', 이렇게 확인서를 쓰도록 한다는 겁니다.

계약직인 노동자들 입장에선 혹시 나중에 계약 연장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할 수에 없겠죠.

[앵커]

고용청은 이 사실관계확인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팡 측은 이 확인서를 인사 평가엔 쓰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더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압박감을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남발하지 말라고 고용청이 권고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안에 대해서 쿠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그러나 실제 개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번에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은 직원이 여전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히려 노조의 '기업 괴롭힘'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노동청이 15일까지 개선 조치를 하라고 한 만큼 그때까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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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이 지옥 같았다”…쿠팡, 직장 내 괴롭힘 첫 인정
    • 입력 2021-11-09 21:23:09
    • 수정2021-11-09 22:07:28
    뉴스 9
[앵커]

한 때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쿠팡에서 심야 노동과 과로사 문제가 불거져 비판 여론이 들끓더니 이번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게 또 확인됐습니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백정엽 씨가 지난 2월 노조 SNS에 올린 글입니다.

교육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때부터 상사의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백 씨는 말합니다.

[백정엽/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 "근무시간에 와서 업무 지적을 하면서 '조끼는 언제 입을 거냐', '총대 잘 멘다며?' 이런 식으로 조롱하고…"]

그 뒤로, 원래 자신의 일이 아니었던 야외 차량 유도 업무에 배치됐다는 게 백 씨의 주장입니다.

수시로 잘못을 지적받고, 그걸 인정하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했다고도 했습니다.

[백정엽/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 "화장실을 갔다 오는 중간에 사원과 잠깐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근무지 이탈이라고 저한테 하는 거예요. 매일 출근하는 게 정말 지옥 같았어요."]

회사에 신고했지만, 담당자 한 명이 한 차례 조사 뒤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국 백 씨는 고용노동부 문을 두드렸고, 아홉 달 만에 괴롭힘을 인정받았습니다.

정부가 쿠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조 활동과 관련해 업무 지적을 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란 겁니다.

또 앞으로 괴롭힘은 담당자 한 명이 아닌 위원회를 꾸려 조사하라고도 지도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 "근로자가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관계확인서) 남용을 방지하거나 아니면 조금 더 공식적인 채널이 됐으면 좋겠다…"]

쿠팡은 관리자 한 명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괴롭힘이 인정된 것이라며, 조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김근환/그래픽:김현석

“조퇴할 때도 사실확인서 작성”…쿠팡 혁신 성장의 ‘그늘’

[앵커]

이 문제는 좀 더 자세히 짚어봐야겠습니다.

김지숙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번에 쿠팡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된 과정이 이례적이라고 하던데.. 어떤 점에서 그렇죠?

[기자]

앞서 전해드렸지만, 쿠팡 사측이 먼저 '직장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럴 경우 보통은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재조사를 권고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고용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서 '이건 직장내 괴롭힘이다', 결론을 내린 겁니다.

[앵커]

쿠팡의 자체 조사를 고용부가 신뢰하지 못 한 걸로 보이는데 그동안 쿠팡에서 여러가지 노동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겠죠?

[기자]

저희가 이 사안을 자세히 보도해드리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고 장덕준 씨가 과로사로 숨졌죠.

그 뒤로 심야노동, 휴대전화 반입금지 같은 문제들이 계속 논란이 됐었고요.

이런 노동환경을 풀어보자고 올해 6월에 노조가 생겼습니다.

이 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또 발생한 겁니다.

[앵커]

일하는 환경을 바꿔보자는데 그걸 괴롭힘으로 대응한 셈인데 특히 눈에 띄는 게 '사실관계확인서'를 쓰게 한 부분입니다.

이게 뭡니까?

[기자]

쿠팡 측에 확인해보니까, 관리자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쓰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상사가 업무 잘못을 지적하고, 노동자에게 스스로 '내가 어떤 잘못을 했다', 이렇게 확인서를 쓰도록 한다는 겁니다.

계약직인 노동자들 입장에선 혹시 나중에 계약 연장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할 수에 없겠죠.

[앵커]

고용청은 이 사실관계확인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쿠팡 측은 이 확인서를 인사 평가엔 쓰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더라도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압박감을 느낀다는 거죠.

그래서 남발하지 말라고 고용청이 권고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안에 대해서 쿠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그러나 실제 개선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번에 괴롭힘 피해를 인정받은 직원이 여전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자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히려 노조의 '기업 괴롭힘'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노동청이 15일까지 개선 조치를 하라고 한 만큼 그때까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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