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욕설에 몸통 가격’…인권위, 육군 행보관에 징계 권고

부대 내 병사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육군 행정보급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행정보급관은 지난 2019년 12월 해당 부대에 온 뒤부터 지난 8월 진정서가 접수될 때까지 1년 8개월 동안 병사들에게 폭언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병사들의 팔이나 가슴, 등, 배 등 맞아도 확인이 어려운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때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물병이나 결재판도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몇 가지 조사 내용을 보면, 해당 행보관은 소초 근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행정병으로 온 병사에게 모욕감을 줬습니다.

"저 ○○는 복무 기피 끼가 보여서 내가 사람 ○○ 만들려고 데려온 거야, 너는 열심히 하는 것은 필요 없고 잘해라, 못하면 소초로 다시 쫓아낼 거니까"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총기 실셈이 맞지 않으면 병사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욕설을 했고, 다른 간부가 코로나19 예방지침을 어기고 자가격리 상태의 병사에게 창고 정리를 시키거나, 행정 업무를 맡겨도 이를 막지 않은 거로 드러났습니다.

■ "욕설 안 들은 날이 없어…자괴감 들고 자기혐오 빠져"

인권위에 진술한 피해자는 모두 3명입니다. 이들은 행보관에게서 욕설을 안 들은 날이 없을 정도라고 진술했습니다.

"행보관이 하루 한 마디 이상 행정병들에게 욕을 했고, 장난으로 하는 것도 있었지만 화나서 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지속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들으니 자괴감도 들고 위축되며 한편으로 자기혐오에까지 빠지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정인과 피해자들은 이 행보관의 욕설과 관련해 부대의 모든 간부가 다 알고 있었는데, 아무도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않아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이전에 있던 행정병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이미 전역해 별도의 조치를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장난으로 그랬다…'마음의 소리' 누락, 고의 아냐"

해당 행정보급관은 장난이든 아니든 욕을 수시로 하는 습관이 있고, 장난으로 행정병들의 팔, 등, 가슴 등을 가격하기도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화가 나면 폭언을 하거나 주변 물품을 집어 던진 사실도 인정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이 뉘우치고 반성을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군 내부 진정 제도인 '마음의 소리'를 누락한 것에 대해서는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부대의 상급 지휘관들은 가끔 행정반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목격했지만, 폭행 등에 대해선 몰랐다고 인권위에 진술했습니다.

■ "군대 내 고질적 악습…'마음의 소리'도 개선돼야"

인권위는 육군 A 사단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온 행정보급관에 대해 '징계'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또 장병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해당 부대 중대장에 대해선 '서면경고'를, 자가격리 상태의 피해자에게 업무를 시킨 간부 1명에겐 '주의' 조치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폭언과 폭행이 오랜 기간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발생한 점 등을 볼 때 '지위를 이용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상급 지휘관들 역시 장병들의 인권침해가 있었을 때 추가 피해를 막으려는 조치를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부대가 일주일 간격으로 병사들에게 받아 보는 '마음의 소리' 제도가 제대로 운용됐더라면, 폭언이나 폭행 등의 악습이 장기간 지속 되기 어려웠을 거라고도 판단했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 같은 폭언과 폭행은 군대 내 고질적인 악습"이라며 유사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