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그대로 배출되는 모습
지난 2월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배출되는 모습
갯바위에 잔뜩 낀 누런 부유물과 심한 악취가 진동하는 추자도 해안가.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바다로 그대로 방류되는 장면이다.
지난 2월 천혜의 섬 추자도와 우도 등 제주도 도서 지역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고 있다는 KBS 보도 이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지 8개월이 흘렀다.
상하수도본부는 그동안 예비비 10억 2,000만 원을 투입해 10년 이상 노후화된 추자도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5곳의 장비를 교체하고 시설 개선에 나섰다.
KBS가 이달 초 추자도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전보다 악취가 확연히 줄었고, 수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런 부유물로 뒤덮였던 하추자도 석두청산 해안가 갯바위는 본 모습을 찾았고, 그 위로 삿갓조개들이 터를 잡고 서식하고 있었다.
지난 4일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 방류수가 배출되는 해안가. 누런 부유물로 뒤덮인 갯바위는 본 모습을 찾았고, 그 위로 삿갓조개들이 터를 잡아 서식하고 있다.
지난 4일 추자도 신양리 하수처리시설 방류수가 배출되는 해안가. 누런 부유물로 뒤덮인 갯바위는 본 모습을 찾았고, 그 위로 삿갓조개들이 터를 잡아 서식하고 있다.
추자도에서 만난 김순종 추자도 신양1리 이장은 "시설이 개선된 뒤 이전보다 확실히 냄새가 덜하다"고 말했다.
황충남 신양2리 이장은 "예전에는 악취 때문에 민원이 많았는데, 시설이 개선되면서 민원도 줄고 주민들도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질 기준 충족했지만, 과제도 산적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지난달 15일 추자도 5개 하수처리시설의 방류 수질을 분석한 결과, 6개 항목 모두 기준치를 충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추자도에는 신양리를 비롯해 영흥리, 대서리, 묵리, 예초리 등 5개 마을에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수질 기준 6개 항목을 모두 충족한 적이 거의 없다.
김태종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은 "하수처리장 침전물 준설과 노후기계 설비를 교체해 수질이 정상 처리되고 있고, 악취도 저감됐다"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추자도 신양리 소규모하수처리시설. 하수(왼쪽)가 시설로 들어오면 미생물 처리 등을 거쳐 정화된 뒤 바다로 방류된다. 오른쪽이 바다에 배출되는 방류수.
하지만 개선이 완전히 이뤄진 건 아니다. 여전히 불명수(원인을 알 수 없는 물)와 바닷물 등이 유입되면서 하수를 처리하는 미생물이 죽거나 유실돼 기준치를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대행업체가 일주일에 1~2번씩 직접 섬에 들어가 수질을 검사하고, 기계 오작동 등을 확인하고 있어 현장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뒤따르고 있다.
현재 추자도와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에는 현지인 1명이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종 하수도부장은 "장기대책으로 실시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섬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자동화할 계획"이라며 "더 나아가 추자도 하수처리시설 5곳을 운영하는 대신, 시설 용량이 큰 2곳의 하수처리시설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제주도 광역하수도 정비 기본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오수 콸콸' 우도…내년엔 개선될까
우도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도에는 오봉중앙동과 천진리, 하고수동, 산호사, 서광리, 조일리 등 6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는데, 지난 3년(2018~2020) 동안 이곳에서 557회에 걸쳐 이뤄진 방류수 수질검사에서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위반한 건수가 93%인 522건으로 나타났다.
2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건수는 453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5건이었다. 늘어난 관광객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에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홍선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시설과장은 "우도에 올해 3월부터 5,300만 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기계설비에 대한 교체를 완료했다"며 "특히 우도면 하수처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비양동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준공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도 비양동에는 하루 45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하수처리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상하수도본부는 2018년부터 167억 원을 투입해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우도면 상당량의 하수는 이곳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수 관로 개선도 시급하다. 홍선길 하수시설과장은 "과거 매립된 콘크리트로 만든 관이 오·폐수에서 나오는 가스 등으로 부식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며 "PVC 파이프, PE 파이프 등 성능이 좋은 관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 각기 다른 하수처리 공법…효율화 논의 필요
현재 추자도와 우도 등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의 처리 공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막분리 활성 오니 공법, 접촉 산화 공법, IC-SBR, H-SBR, 토양피복형 공법, OAM 공법 등 하수처리 방식이 시설마다 달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서귀포지역 소규모하수처리시설을 위탁 관리하고 있는 TSK워터 노명규 부장은 "하수시설을 설치할 때마다 공법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슷한 지역에서도 전혀 다른 공법이 사용되고 있어 현장 관리자들이 손을 못 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추자도에 있는 5개 하수처리시설 가운데 2곳만 공법이 같고, 나머지는 3곳은 모두 각기 다른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은 섬 안에서 4개의 전혀 다른 방식의 하수처리시설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명규 부장은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공법 선정 단계부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자도 영흥리 소규모하수처리시설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방류수
■ 제주 섬 지역 하수처리시설 원격관리 시범사업 선정
한편 제주도는 최근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통합원격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추자도와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 도내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14개소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사람이 직접 가지 않아도 감시와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명규 부장은 "산소를 공급하는 송풍기가 꺼져 하수를 정화하는 미생물이 죽거나, 침수방지 펌프가 고장 나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 오·폐수가 바다에 유입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원격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런 문제를 실시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자도 영흥리 소규모하수처리시설 실시간 작동 여부 등을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모습
현재 추자도에서는 영흥리 소규모하수처리시설 1곳만 원격으로 관리되고 있다. 담당 관리자가 휴대폰 등으로 기계 오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번 원격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7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홍선길 하수시설과장은 "이번 사업은 내년부터 설계가 들어가 2023년 시공을 완료하고, 2024년부터 운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규모하수처리시설 개선을 위해 예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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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화되지 않은 오수 ‘콸콸’…멍드는 제주바다 옛 모습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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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0 16:09:12
갯바위에 잔뜩 낀 누런 부유물과 심한 악취가 진동하는 추자도 해안가.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바다로 그대로 방류되는 장면이다.
지난 2월 천혜의 섬 추자도와 우도 등 제주도 도서 지역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로 무단 배출되고 있다는 KBS 보도 이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지 8개월이 흘렀다.
상하수도본부는 그동안 예비비 10억 2,000만 원을 투입해 10년 이상 노후화된 추자도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5곳의 장비를 교체하고 시설 개선에 나섰다.
KBS가 이달 초 추자도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전보다 악취가 확연히 줄었고, 수질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런 부유물로 뒤덮였던 하추자도 석두청산 해안가 갯바위는 본 모습을 찾았고, 그 위로 삿갓조개들이 터를 잡고 서식하고 있었다.
추자도에서 만난 김순종 추자도 신양1리 이장은 "시설이 개선된 뒤 이전보다 확실히 냄새가 덜하다"고 말했다.
황충남 신양2리 이장은 "예전에는 악취 때문에 민원이 많았는데, 시설이 개선되면서 민원도 줄고 주민들도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질 기준 충족했지만, 과제도 산적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지난달 15일 추자도 5개 하수처리시설의 방류 수질을 분석한 결과, 6개 항목 모두 기준치를 충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추자도에는 신양리를 비롯해 영흥리, 대서리, 묵리, 예초리 등 5개 마을에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수질 기준 6개 항목을 모두 충족한 적이 거의 없다.
김태종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은 "하수처리장 침전물 준설과 노후기계 설비를 교체해 수질이 정상 처리되고 있고, 악취도 저감됐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선이 완전히 이뤄진 건 아니다. 여전히 불명수(원인을 알 수 없는 물)와 바닷물 등이 유입되면서 하수를 처리하는 미생물이 죽거나 유실돼 기준치를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리대행업체가 일주일에 1~2번씩 직접 섬에 들어가 수질을 검사하고, 기계 오작동 등을 확인하고 있어 현장대응이 어렵다는 한계도 뒤따르고 있다.
현재 추자도와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에는 현지인 1명이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관리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태종 하수도부장은 "장기대책으로 실시간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섬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자동화할 계획"이라며 "더 나아가 추자도 하수처리시설 5곳을 운영하는 대신, 시설 용량이 큰 2곳의 하수처리시설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제주도 광역하수도 정비 기본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오수 콸콸' 우도…내년엔 개선될까
우도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도에는 오봉중앙동과 천진리, 하고수동, 산호사, 서광리, 조일리 등 6개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있는데, 지난 3년(2018~2020) 동안 이곳에서 557회에 걸쳐 이뤄진 방류수 수질검사에서 1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위반한 건수가 93%인 522건으로 나타났다.
2개 항목 이상 기준치를 초과한 건수는 453건, 6개 항목을 모두 초과한 건수도 45건이었다. 늘어난 관광객과 시설 노후화 등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오·폐수가 수년째 바다에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홍선길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시설과장은 "우도에 올해 3월부터 5,300만 원을 투입해 노후화된 기계설비에 대한 교체를 완료했다"며 "특히 우도면 하수처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비양동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준공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도 비양동에는 하루 45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하수처리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상하수도본부는 2018년부터 167억 원을 투입해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우도면 상당량의 하수는 이곳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수 관로 개선도 시급하다. 홍선길 하수시설과장은 "과거 매립된 콘크리트로 만든 관이 오·폐수에서 나오는 가스 등으로 부식되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다"며 "PVC 파이프, PE 파이프 등 성능이 좋은 관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국비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 각기 다른 하수처리 공법…효율화 논의 필요
현재 추자도와 우도 등 도서 지역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의 처리 공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막분리 활성 오니 공법, 접촉 산화 공법, IC-SBR, H-SBR, 토양피복형 공법, OAM 공법 등 하수처리 방식이 시설마다 달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 서귀포지역 소규모하수처리시설을 위탁 관리하고 있는 TSK워터 노명규 부장은 "하수시설을 설치할 때마다 공법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슷한 지역에서도 전혀 다른 공법이 사용되고 있어 현장 관리자들이 손을 못 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추자도에 있는 5개 하수처리시설 가운데 2곳만 공법이 같고, 나머지는 3곳은 모두 각기 다른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은 섬 안에서 4개의 전혀 다른 방식의 하수처리시설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명규 부장은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공법 선정 단계부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주 섬 지역 하수처리시설 원격관리 시범사업 선정
한편 제주도는 최근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통합원격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추자도와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등 도내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14개소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골자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사람이 직접 가지 않아도 감시와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 대응과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명규 부장은 "산소를 공급하는 송풍기가 꺼져 하수를 정화하는 미생물이 죽거나, 침수방지 펌프가 고장 나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 오·폐수가 바다에 유입되는 경우들이 있다"며 "원격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런 문제를 실시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자도에서는 영흥리 소규모하수처리시설 1곳만 원격으로 관리되고 있다. 담당 관리자가 휴대폰 등으로 기계 오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번 원격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해 7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홍선길 하수시설과장은 "이번 사업은 내년부터 설계가 들어가 2023년 시공을 완료하고, 2024년부터 운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규모하수처리시설 개선을 위해 예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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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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