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 보듬는 그림들…‘국민화가’ 박수근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입력 2021.11.10 (19:32) 수정 2021.11.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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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중섭, 김환기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박수근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립니다.

5, 60년대 고단한 일상을 견디면서도, 한국인 고유의 미감을 따스하게 담아내 국민화가의 반열에 오른 거장이죠.

역대 가장 많은 작품들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회, 정연욱 기자가 미리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앙상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두 여인.

혹독한 겨울을 맨몸으로 견디면서도, 새봄을 기다리며 생명을 품고 있는 이 나무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일상에서도 치열하게 꿈을 좇던 화가 자신의 삶을 닮았습니다.

소설가 박완서가 생전에 가까웠던 박수근을 빗대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알고 있다”고 표현한, 화가의 분신과도 같은 말년의 걸작입니다.

이보다 9년 앞선 그림에는 시골집 우물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이 등장합니다.

평안남도에서 월남한 이후 처음으로 국전에 입선하며 화단에 이름을 알린 작품입니다.

[김예진/학예연구사 : “PX의 초상화가를 하다가 전업화가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굉장히 중요한 용기를 줬던 것이 국전의 특선이라는 경험입니다.”]

박수근은 이렇게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최대한 단순한 구도와 형태로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특유의 미감은 “한국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백색과 회색의 색조”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거장 밀레를 닮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도 포기한 뒤 무명의 시간을 견뎌야 했고, 1965년, 51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뒤에야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고독한 화가.

역대 최대 규모인 170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박수근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회고전이 열립니다.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 “소장처 파악도 어렵지만 소장처를 알고난 이후에도 전시장으로 대여해서 빌려와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참 어려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마 위의 조기’와 같은 초기작뿐 아니라, 박수근이 수집한 화집, 부인 김복순 여사가 기록한 전기 등 희귀 자료들도 함께 공개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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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아픔 보듬는 그림들…‘국민화가’ 박수근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 입력 2021-11-10 19:32:08
    • 수정2021-11-10 19: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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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중섭, 김환기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박수근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립니다.

5, 60년대 고단한 일상을 견디면서도, 한국인 고유의 미감을 따스하게 담아내 국민화가의 반열에 오른 거장이죠.

역대 가장 많은 작품들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회, 정연욱 기자가 미리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앙상한 나무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두 여인.

혹독한 겨울을 맨몸으로 견디면서도, 새봄을 기다리며 생명을 품고 있는 이 나무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일상에서도 치열하게 꿈을 좇던 화가 자신의 삶을 닮았습니다.

소설가 박완서가 생전에 가까웠던 박수근을 빗대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았음을 알고 있다”고 표현한, 화가의 분신과도 같은 말년의 걸작입니다.

이보다 9년 앞선 그림에는 시골집 우물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이 등장합니다.

평안남도에서 월남한 이후 처음으로 국전에 입선하며 화단에 이름을 알린 작품입니다.

[김예진/학예연구사 : “PX의 초상화가를 하다가 전업화가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굉장히 중요한 용기를 줬던 것이 국전의 특선이라는 경험입니다.”]

박수근은 이렇게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최대한 단순한 구도와 형태로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특유의 미감은 “한국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백색과 회색의 색조”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거장 밀레를 닮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도 포기한 뒤 무명의 시간을 견뎌야 했고, 1965년, 51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뒤에야 비로소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고독한 화가.

역대 최대 규모인 170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박수근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회고전이 열립니다.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 “소장처 파악도 어렵지만 소장처를 알고난 이후에도 전시장으로 대여해서 빌려와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참 어려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마 위의 조기’와 같은 초기작뿐 아니라, 박수근이 수집한 화집, 부인 김복순 여사가 기록한 전기 등 희귀 자료들도 함께 공개됩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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