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상한 크라운해태의 ‘아트경영’…‘깻잎농사’ 의혹도
입력 2021.11.11 (07:00)
수정 2021.1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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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뚝섬, 여의도 공원에서는 조각 작품 3백여 점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크라운해태그룹의 윤영달 회장이 만든 사단법인(K-스컬쳐)이 행사를 주최했고, 크라운해태 제과는 이 행사를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 크라운해태의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실제 크라운해태의 영업과 마케팅, 유통 담당 직원들이 하루에 6명씩 돌아가면서 전시회 장소인 한강변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직원들은 조각품 관리와 관람객 안내, 조각품 설명 등의 업무를 했다고 합니다.
[연관 기사] 크라운해태 직원들, 윤영달 회장 주도 전시회 관리에 동원
크라운해태가 취재팀에 제공한 문건
■ 크라운해태제과 "직원 대부분 '아트 마케팅' TF 일원"
크라운해태제과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회사 내부 아트마케팅 담당 TF의 구성원들이 새로 설립된 K-스컬쳐 조직위에 참여했고, 이들이 이번 한강 조각 전시회에 현장 지원을 했다"
이 해명을 듣고 나면 '이런 업무만 중점적으로 하는 직원들이 있구나'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사내 아트마케팅 담당 TF' 구성원이 누구인지 확인해 봤는데요.
취재 결과 10구역은 해태 유통, 30구역은 크라운 시판과 유통 일부, 50구역은 해태 시판과 식품, 80구역은 해태연구소와 본사, 100구역은 크라운 본사와 유통 일부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니까 전시 기획 등을 주로 담당하는 직원이 아니라, 크라운과 해태제과에서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평범한' 직원들인 셈이었습니다.
크라운해태 측도 "사실상 대부분의 직원이 아트마케팅 담당 TF에 소속된 게 맞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전시회, 공연 등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크라운해태를 알리는 게 기업의 경영 전략인 이른바 '아트 마케팅'의 하나여서 유통이나 영업 사원들이 조각 전시회에 가서 일하는 것도 '업무의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노무법인 ‘해밀’ 김경식 노무사
■ "회사가 후원하는 것과 구성원 데려다 쓰는 건 별개의 문제"
보도가 나간 뒤 일부 댓글에선 '회사가 후원하는데, 직원들이 가서 일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업무 시간에 가서 일하는 건데, 사무실에서 일하든 한강에서 일하든 돈 받는 건 똑같다' 이런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노무법인 해밀의 김경식 노무사는 "사업장의 노무관리, 그 안의 적정한 범위 내에서는 당연히 시키면 일을 해야 하지만, 정해진 업무 밖의 일을 시키는 것은 근로권을 침해하는 갑질이나 일종의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시회를 후원하는 크라운해태 측이)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가서 일하는 게 홍보의 일환이다' 라고 말하지만 후원을 한다는 개념은 근로자가 가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랑은 완전히 구분해 판단해야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후원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란 겁니다.
근무시간 중이었고, 돈을 다 지급했다는 회사 측의 해명도 굉장히 단편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그 직원이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회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주영 민주노총법률원 노무사 역시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다른 회사고, 그 회사 직원은 아닌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계약 관계에 기초해 업무를 배정하려고 한다면 이에 부합하는 보수나 급여, 업무조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악공연 '관람객 할당'에 '깻잎 농사' 의혹까지...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크라운해태 측이 또 다른 공연이나 전시회에도 직원들을 동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한 직원은 "회사가 영재국악회나 창신제 등의 공연에 참석할 관람객을 할당하면,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모집해야 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역시 윤영달 회장이 관심을 갖거나 후원하고 있는 공연입니다.
이에 대해 크라운해태 측은 "3~4년 전의 일이고 슈퍼마켓 사장 등 거래처를 대상으로 홍보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블라인드’ 캡처
크라운해태의 자회사인 '아트밸리'가 소유한 경기도 양주의 장흥자연휴양림에서 직원들이 깻잎 농사를 지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 휴양림에는 농경지가 있는데, 윤 회장 측이 빈 땅을 놀게 두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한 직원은 "올해 여름 휴일 등에 이 곳을 찾아 깻잎과 쌈 채소를 직접 지어 수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확물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지만 '원치 않는 농사'였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크라운해태 측은 "직원들을 위한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운영하며, 고용된 전문 인부들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직원들은 수확 체험 활동을 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크라운해태의 '아트경영'은 회사 고유의 경영 방식입니다. 윤영달 회장은 여러 문화예술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직원들을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에 동원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KBS 취재 이후 크라운해태 측은 조각품 전시회에 직원들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소통을 늘려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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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1 07: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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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와 뚝섬, 여의도 공원에서는 조각 작품 3백여 점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크라운해태그룹의 윤영달 회장이 만든 사단법인(K-스컬쳐)이 행사를 주최했고, 크라운해태 제과는 이 행사를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시회에 크라운해태의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실제 크라운해태의 영업과 마케팅, 유통 담당 직원들이 하루에 6명씩 돌아가면서 전시회 장소인 한강변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직원들은 조각품 관리와 관람객 안내, 조각품 설명 등의 업무를 했다고 합니다.
[연관 기사] 크라운해태 직원들, 윤영달 회장 주도 전시회 관리에 동원
■ 크라운해태제과 "직원 대부분 '아트 마케팅' TF 일원"
크라운해태제과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회사 내부 아트마케팅 담당 TF의 구성원들이 새로 설립된 K-스컬쳐 조직위에 참여했고, 이들이 이번 한강 조각 전시회에 현장 지원을 했다"
이 해명을 듣고 나면 '이런 업무만 중점적으로 하는 직원들이 있구나'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 '사내 아트마케팅 담당 TF' 구성원이 누구인지 확인해 봤는데요.
취재 결과 10구역은 해태 유통, 30구역은 크라운 시판과 유통 일부, 50구역은 해태 시판과 식품, 80구역은 해태연구소와 본사, 100구역은 크라운 본사와 유통 일부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니까 전시 기획 등을 주로 담당하는 직원이 아니라, 크라운과 해태제과에서 일반적인 업무를 하는 '평범한' 직원들인 셈이었습니다.
크라운해태 측도 "사실상 대부분의 직원이 아트마케팅 담당 TF에 소속된 게 맞다"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전시회, 공연 등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크라운해태를 알리는 게 기업의 경영 전략인 이른바 '아트 마케팅'의 하나여서 유통이나 영업 사원들이 조각 전시회에 가서 일하는 것도 '업무의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 "회사가 후원하는 것과 구성원 데려다 쓰는 건 별개의 문제"
보도가 나간 뒤 일부 댓글에선 '회사가 후원하는데, 직원들이 가서 일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 '업무 시간에 가서 일하는 건데, 사무실에서 일하든 한강에서 일하든 돈 받는 건 똑같다' 이런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노무법인 해밀의 김경식 노무사는 "사업장의 노무관리, 그 안의 적정한 범위 내에서는 당연히 시키면 일을 해야 하지만, 정해진 업무 밖의 일을 시키는 것은 근로권을 침해하는 갑질이나 일종의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시회를 후원하는 크라운해태 측이) '우리 회사 직원들이 가서 일하는 게 홍보의 일환이다' 라고 말하지만 후원을 한다는 개념은 근로자가 가서 일을 한다는 개념이랑은 완전히 구분해 판단해야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후원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란 겁니다.
근무시간 중이었고, 돈을 다 지급했다는 회사 측의 해명도 굉장히 단편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그 직원이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회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박주영 민주노총법률원 노무사 역시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다른 회사고, 그 회사 직원은 아닌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계약 관계에 기초해 업무를 배정하려고 한다면 이에 부합하는 보수나 급여, 업무조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국악공연 '관람객 할당'에 '깻잎 농사' 의혹까지...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크라운해태 측이 또 다른 공연이나 전시회에도 직원들을 동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한 직원은 "회사가 영재국악회나 창신제 등의 공연에 참석할 관람객을 할당하면,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모집해야 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역시 윤영달 회장이 관심을 갖거나 후원하고 있는 공연입니다.
이에 대해 크라운해태 측은 "3~4년 전의 일이고 슈퍼마켓 사장 등 거래처를 대상으로 홍보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크라운해태의 자회사인 '아트밸리'가 소유한 경기도 양주의 장흥자연휴양림에서 직원들이 깻잎 농사를 지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 휴양림에는 농경지가 있는데, 윤 회장 측이 빈 땅을 놀게 두지 말고 농사를 지으라고 했다는 겁니다.
한 직원은 "올해 여름 휴일 등에 이 곳을 찾아 깻잎과 쌈 채소를 직접 지어 수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확물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지만 '원치 않는 농사'였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크라운해태 측은 "직원들을 위한 친환경 주말농장으로 운영하며, 고용된 전문 인부들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직원들은 수확 체험 활동을 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물론 크라운해태의 '아트경영'은 회사 고유의 경영 방식입니다. 윤영달 회장은 여러 문화예술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직원들을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에 동원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KBS 취재 이후 크라운해태 측은 조각품 전시회에 직원들 대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직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소통을 늘려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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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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