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에콰도르 원주민들, 이번엔 유가 인상 막을까?

입력 2021.11.15 (10:53) 수정 2021.11.15 (11: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에콰도르에서 지속적인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시위대가 가격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시위와 협상은 원주민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2019년에도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방침을 철회시키기도 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화물차 여러 대가 에콰도르 수도의 도로를 막아섰습니다.

지난달 에콰도르 곳곳의 주요 도로에서 정부의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진 건데요.

1년 넘게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시민들이 분노한 겁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월 단위로 기름값을 올려왔습니다.

이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460원에서 790원으로 58%나 올랐고, 경유는 1리터에 3백 10원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데 계속해서 기름값이 오르자 원주민 단체를 중심으로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윌리엄 아과갈로/운송노동자·시위대 : "1리터에 6백 원 가까이 돼서 운송 노동자들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앞서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원주민 단체가 유가 인상에 대한 항의 시위를 예고하자 월별 인상 정책을 폐기하고, 유가를 고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시위대는 유가를 고정하는 척하다 다시 인상할 것이라며 예정대로 시위를 강행했습니다.

[훌리오 세자르 필라룸보/원주민 단체 대표 : "운송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짓누르는 새로운 경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집결했습니다."]

지난 10일에서야 라소 대통령 정부와 원주민 단체가 있는 시위대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정부는 고정 휘발유 가격을 1리터당 790원으로, 경유값을 59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주민 단체는 휘발유는 리터당 620원을, 경유는 470원을 요구해 커다란 차이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15일간 서로 시간을 갖고 조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예르모 라소/에콰도르 대통령 : "에콰도르 국민의 번영과 위기 극복을 위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에콰도르는 2년 전에도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졌습니다.

산유국인 에콰도르는 정부의 보조금을 더해 기름을 매우 싸게 판매해 왔는데요.

유류 보조금 폐지는 전 모레노 정권이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은 후 약속한 긴축정책의 하나로, 석유 밀매 등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혼란에 결국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시위도 끝이 났는데요.

이때도 원주민 단체가 중심이 돼 시위를 이끌었습니다.

[레오니다스 이자/원주민 단체 대표/2019년 : "우리가 정부 당국은 아니지만 국민이 정한 경제 모델을 정부에 제안하는 데 기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에콰도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정치에 관여해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앞서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엔 원주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가 대통령 3명을 퇴진시켰고, 2006년엔 원주민 시위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원하는 바를 관철해 온 에콰도르 원주민들, 이번에도 기름값 인상을 막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IN] 에콰도르 원주민들, 이번엔 유가 인상 막을까?
    • 입력 2021-11-15 10:53:33
    • 수정2021-11-15 11:02:42
    지구촌뉴스
[앵커]

에콰도르에서 지속적인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시위대가 가격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시위와 협상은 원주민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2019년에도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방침을 철회시키기도 했습니다.

〈지구촌인〉입니다.

[리포트]

화물차 여러 대가 에콰도르 수도의 도로를 막아섰습니다.

지난달 에콰도르 곳곳의 주요 도로에서 정부의 유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진 건데요.

1년 넘게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시민들이 분노한 겁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월 단위로 기름값을 올려왔습니다.

이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1리터당 460원에서 790원으로 58%나 올랐고, 경유는 1리터에 3백 10원에서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은데 계속해서 기름값이 오르자 원주민 단체를 중심으로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윌리엄 아과갈로/운송노동자·시위대 : "1리터에 6백 원 가까이 돼서 운송 노동자들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앞서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은 원주민 단체가 유가 인상에 대한 항의 시위를 예고하자 월별 인상 정책을 폐기하고, 유가를 고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시위대는 유가를 고정하는 척하다 다시 인상할 것이라며 예정대로 시위를 강행했습니다.

[훌리오 세자르 필라룸보/원주민 단체 대표 : "운송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짓누르는 새로운 경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집결했습니다."]

지난 10일에서야 라소 대통령 정부와 원주민 단체가 있는 시위대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정부는 고정 휘발유 가격을 1리터당 790원으로, 경유값을 59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주민 단체는 휘발유는 리터당 620원을, 경유는 470원을 요구해 커다란 차이를 보였습니다.

앞으로 15일간 서로 시간을 갖고 조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예르모 라소/에콰도르 대통령 : "에콰도르 국민의 번영과 위기 극복을 위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에콰도르는 2년 전에도 정부의 유류 보조금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졌습니다.

산유국인 에콰도르는 정부의 보조금을 더해 기름을 매우 싸게 판매해 왔는데요.

유류 보조금 폐지는 전 모레노 정권이 국제통화기금의 지원을 받은 후 약속한 긴축정책의 하나로, 석유 밀매 등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혼란에 결국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시위도 끝이 났는데요.

이때도 원주민 단체가 중심이 돼 시위를 이끌었습니다.

[레오니다스 이자/원주민 단체 대표/2019년 : "우리가 정부 당국은 아니지만 국민이 정한 경제 모델을 정부에 제안하는 데 기여할 의무가 있습니다."]

에콰도르 인구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원주민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정치에 관여해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앞서 1990년에서 2000년 사이엔 원주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가 대통령 3명을 퇴진시켰고, 2006년엔 원주민 시위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로 원하는 바를 관철해 온 에콰도르 원주민들, 이번에도 기름값 인상을 막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