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는 누가 잡았나’…10대 무면허 사고…미궁 속으로?

입력 2021.11.15 (10:53) 수정 2021.1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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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발생했던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 현장 모습.지난해 6월 발생했던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 현장 모습.
■ 10대들의 무면허 교통사고…1명은 '식물인간'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풍암동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SUV 차량과 충돌한 사고였습니다. 승용차에 탄 5명은 모두 면허가 없는 10대였습니다. 이 가운데 4명은 경상이었지만 장 모 군은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의식을 잃은 장 군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불행한 사고의 책임은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져야 하는 상황. 야심한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10대들이 차에 탄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의식을 잃은 장 군은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수사는 차에 탄 당사자 4명의 진술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 운전자로 지목된 의식 불명 10대

그런데 이 가운데 3명이 지목한 운전자는 바로 장 군이었습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장 군이 차를 몰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 조사를 맡은 광주 서부경찰서도 이런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경찰은 장 군의 신발이 운전석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장 군을 운전자로 특정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장 군의 부모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차량은 운전석 손상이 적었던 반면 조수석은 심하게 파손돼 있었습니다. 장 군이 홀로 중상을 입은 만큼 가장 타격이 큰 쪽에 앉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민간 기관의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부모의 얘기입니다.

사고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을 비교한 사진.사고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을 비교한 사진.

부모는 경찰의 초기 수사도 지문 감식이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했고, 사고 직전 블랙박스 대화 기록에 장 군이 운전하지 않은 정황이 담겼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검찰, 결론 못 내리고 '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

경찰은 부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장 군을 도로교통법 등 위반 혐의가 있는 피의자로 입건해 9개월여 만에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상반되는 주장 속에 7개월 동안 사건을 갖고 있던 검찰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요?

통상적으로 피의자를 기소하거나 불기소하는 처분과 달리, 검찰은 '시한부 기소 중지'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한부 기소 중지는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입니다. 혐의가 '있다' 또는 '없다' 대신 '아직 모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차에 같이 탔던 일부 학생의 진술이 수사 도중 바뀌었고, 법의학 감정 등 전문가의 분석 결과마저 상반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장 군의 진술을 들을 때까지 혐의 유무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식물인간' 깨어나야 수사 재개? 부모는 "답답"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렸던 장 군의 부모는 답답한 마음입니다. 명확하게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아들이 여전히 피의자 신분으로 사고의 책임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 군이 깨어나면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지만, 의식 회복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경찰의 현장 감식 모습경찰의 현장 감식 모습
장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운전자라고 하면 처벌 등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며, "지금도 수사기관에서 감식 결과 등에 대한 설명도 없고, 증거물 행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장 군 부모는 아들의 무혐의를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수사는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년 반 가까이 수사가 진행된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 이대로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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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대는 누가 잡았나’…10대 무면허 사고…미궁 속으로?
    • 입력 2021-11-15 10:53:44
    • 수정2021-11-15 13:16:10
    취재K
지난해 6월 발생했던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 현장 모습. ■ 10대들의 무면허 교통사고…1명은 '식물인간'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풍암동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SUV 차량과 충돌한 사고였습니다. 승용차에 탄 5명은 모두 면허가 없는 10대였습니다. 이 가운데 4명은 경상이었지만 장 모 군은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의식을 잃은 장 군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불행한 사고의 책임은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져야 하는 상황. 야심한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10대들이 차에 탄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의식을 잃은 장 군은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수사는 차에 탄 당사자 4명의 진술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 운전자로 지목된 의식 불명 10대

그런데 이 가운데 3명이 지목한 운전자는 바로 장 군이었습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운전을 했지만,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장 군이 차를 몰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건 조사를 맡은 광주 서부경찰서도 이런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경찰은 장 군의 신발이 운전석에서 발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장 군을 운전자로 특정해 검찰로 사건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장 군의 부모는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고 차량은 운전석 손상이 적었던 반면 조수석은 심하게 파손돼 있었습니다. 장 군이 홀로 중상을 입은 만큼 가장 타격이 큰 쪽에 앉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민간 기관의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부모의 얘기입니다.

사고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을 비교한 사진.
부모는 경찰의 초기 수사도 지문 감식이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했고, 사고 직전 블랙박스 대화 기록에 장 군이 운전하지 않은 정황이 담겼다고도 주장했습니다.

■ 검찰, 결론 못 내리고 ' 시한부 기소 중지' 결정

경찰은 부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장 군을 도로교통법 등 위반 혐의가 있는 피의자로 입건해 9개월여 만에 사건을 검찰로 넘겼습니다.

상반되는 주장 속에 7개월 동안 사건을 갖고 있던 검찰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요?

통상적으로 피의자를 기소하거나 불기소하는 처분과 달리, 검찰은 '시한부 기소 중지'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한부 기소 중지는 새로운 진술이나 증거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입니다. 혐의가 '있다' 또는 '없다' 대신 '아직 모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차에 같이 탔던 일부 학생의 진술이 수사 도중 바뀌었고, 법의학 감정 등 전문가의 분석 결과마저 상반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장 군의 진술을 들을 때까지 혐의 유무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식물인간' 깨어나야 수사 재개? 부모는 "답답"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렸던 장 군의 부모는 답답한 마음입니다. 명확하게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 아들이 여전히 피의자 신분으로 사고의 책임을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 군이 깨어나면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지만, 의식 회복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경찰의 현장 감식 모습장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운전자라고 하면 처벌 등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며, "지금도 수사기관에서 감식 결과 등에 대한 설명도 없고, 증거물 행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장 군 부모는 아들의 무혐의를 추가로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수사는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1년 반 가까이 수사가 진행된 '10대 청소년 무면허 운전 사고', 이대로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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