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해외선물]① “실제 거래 없고, 손실 커지도록 유도”…‘불법해외선물거래’ 업체·BJ 돈 번 비결?
입력 2021.11.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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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벌어? 60억을?" "60억? 6억이라며."
"그놈들도 모르는 게 있어" "너 증권회사 다닌다더니 주식을 한 거야?"
"주식은 그렇게 크지 않고…. 선물을 했어"
"선물? 선물로 그 돈을 써?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 여자 생겼냐?"
"그런 선물이 아니고…. 그런 게 있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입니다. '쌍문동이 낳고 기른 천재,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에 빛나는 조상우(박해수, 이정재 친구 역)는 60억 원의 빚을 지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전재산인 6억도 아니고, 그 10배나 되는 60억 원을 날렸을 만큼 위험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생소한 선물에 투자했다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선물투자는 주식, 유가, 금 같은 상품의 물건값을 미리 정해 놓고 일정 시점에 사고파는 약정 거래입니다.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간에 대규모 이익과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초고위험상품에 속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선물 거래를 하기 전에는 사전 교육과 모의거래를 하도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선물거래는 아직까지 특별한 제약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는 '해외 선물'을 검색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전하는 미등록 업체의 실시간 방송을 수백 건 이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자체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해외 선물 거래를 하는 건 불법입니다.
■ "손실 복구 맛집" "매일 수익 "…그런데 실제 거래는 없었다
불법 해외선물 거래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은 실시간 시황과 수익률 화면을 띄워놓고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웬만해선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해외 선물 거래에서 대부분 BJ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걸까?
경찰에 적발된 업체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사결과를 보면 회원들이 '투자금'으로 입금한 돈을 실제 거래에 투자하지 않고 BJ와 업체가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실제 거래 시세 정보와 연동되는 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돌려 회원들이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뿐, 진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결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인줄 알고 있지만, 업체와 모집책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손실을 유도하는 3가지 방법…손절 유도·HTS 중단·계정 폐쇄
그러면 업체는 어떻게 투자자의 손실을 유도할까요? 경찰 수사결과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그 실마리가 풀립니다.
일단 지수변동 폭이 큰 선물 거래의 특성상 손실은 쉽게 발생합니다. 업체들은 이 손실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렇게 해야 업체와 BJ들이 챙길 수 있는 몫이 많아진다는 게 경찰의
수가 결과입니다.
모두 7명의 피해자와 접촉해 업체가 손실을 유도하기 위해 즐겨 쓰는 수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손절' 유도입니다.
"돈을 잃으면 복구하고 손절하고 싶으니까 '좀 더 버텨보자, 아직 기회가 있다' 이런 심리가 있어요. 그 사람들도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해요. '조금 더 버텨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몰렸을 때 그걸 유도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손절했다고 그래요. 차트 보면 제일 괜찮았던 자리에서 손절했다고 해요. 그럴 때는 왜 방송을 안 보여줬지 원망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냥 장난이었어요."
선물거래 프로그램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작동도 수시로 중단시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손해를 계속 보면서….(프로그램을) 왜 멈추냐 했더니 '당신 인터넷이 잘못됐다'고 해요. '컴퓨터를 껐다 켜봐라. 프로그램 껐다 켜봐라'고 하는데, 1초에 마이너스 100만 원 200만 원 왔다 갔다 하는데 컴퓨터 껐다 켤 시간이 어딨어요. 그래서 화를 내면 '그럼 다른 데 업체 쓰세요' 이러거든요"
수익을 내는 회원은 꼬투리를 잡아 쫓아내거나 계정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거래를 실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수익을 내면 업체가 수익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나니까 업체가 '당신 작업자냐, 원금만 돌려줄테니까 더 이상 프로그램 못 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원금만 돌려줘 버리고 계정 폐지시켜 버려요. 꾸준히 수익 내는 사람들은."
"수익을 냈는데 처음에는 잘 주더라고요. 그런데 손익분기점 있잖아요. 내가 잃고 나서 손익분기점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프로그램을) 끊기도 하고 매매 중에 전화도 해요. '회원님 성향이 안 맞는다. 지금 있는 거 돌려준다' 어떤식으로든 서버에 접속을 차단할 수가 있거든요. 나중에는 차단을 해버리더라고요"
■적발돼도 '도박장 개설'로 처벌…"처벌 수위 높여야"
미래 가치를 예측해 오르거나 내리는 방향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물투자를 '홀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설 선물 거래 업체 운영은 현행법상 도박 공간 개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과 자본시장법 위반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실제 얼마 전 사설 선물 거래 업체를 운영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 유명 방송인의 전남편 A 씨의 경우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도박공간개설죄가 적용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 10명 가운데 대표인 A씨 단 한 명만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부당 이익만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징금은 18억 원에 그쳤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 선물 불법 거래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불법 업체를 막기 위해선 부당 이득을 환수함과 동시에 그 몇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시에 엄중한 형사 처벌도 내리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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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해외선물]① “실제 거래 없고, 손실 커지도록 유도”…‘불법해외선물거래’ 업체·BJ 돈 번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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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6 12:03:20
"다시 벌어? 60억을?" "60억? 6억이라며."
"그놈들도 모르는 게 있어" "너 증권회사 다닌다더니 주식을 한 거야?"
"주식은 그렇게 크지 않고…. 선물을 했어"
"선물? 선물로 그 돈을 써? 누구 선물을 얼마나 비싼 걸 산 거야? 여자 생겼냐?"
"그런 선물이 아니고…. 그런 게 있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입니다. '쌍문동이 낳고 기른 천재,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에 빛나는 조상우(박해수, 이정재 친구 역)는 60억 원의 빚을 지고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전재산인 6억도 아니고, 그 10배나 되는 60억 원을 날렸을 만큼 위험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생소한 선물에 투자했다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선물투자는 주식, 유가, 금 같은 상품의 물건값을 미리 정해 놓고 일정 시점에 사고파는 약정 거래입니다.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간에 대규모 이익과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초고위험상품에 속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 선물 거래를 하기 전에는 사전 교육과 모의거래를 하도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선물거래는 아직까지 특별한 제약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에서는 '해외 선물'을 검색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선전하는 미등록 업체의 실시간 방송을 수백 건 이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금융감독원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자체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 해외 선물 거래를 하는 건 불법입니다.
■ "손실 복구 맛집" "매일 수익 "…그런데 실제 거래는 없었다
불법 해외선물 거래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은 실시간 시황과 수익률 화면을 띄워놓고 투자자를 모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웬만해선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해외 선물 거래에서 대부분 BJ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걸까?
경찰에 적발된 업체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수사결과를 보면 회원들이 '투자금'으로 입금한 돈을 실제 거래에 투자하지 않고 BJ와 업체가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실제 거래 시세 정보와 연동되는 모의 투자 프로그램을 돌려 회원들이 선물 거래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뿐, 진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수사 결과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인줄 알고 있지만, 업체와 모집책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손실을 유도하는 3가지 방법…손절 유도·HTS 중단·계정 폐쇄
그러면 업체는 어떻게 투자자의 손실을 유도할까요? 경찰 수사결과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그 실마리가 풀립니다.
일단 지수변동 폭이 큰 선물 거래의 특성상 손실은 쉽게 발생합니다. 업체들은 이 손실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이렇게 해야 업체와 BJ들이 챙길 수 있는 몫이 많아진다는 게 경찰의
수가 결과입니다.
모두 7명의 피해자와 접촉해 업체가 손실을 유도하기 위해 즐겨 쓰는 수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손절' 유도입니다.
"돈을 잃으면 복구하고 손절하고 싶으니까 '좀 더 버텨보자, 아직 기회가 있다' 이런 심리가 있어요. 그 사람들도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해요. '조금 더 버텨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몰렸을 때 그걸 유도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손절했다고 그래요. 차트 보면 제일 괜찮았던 자리에서 손절했다고 해요. 그럴 때는 왜 방송을 안 보여줬지 원망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냥 장난이었어요."
선물거래 프로그램인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작동도 수시로 중단시킵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손해를 계속 보면서….(프로그램을) 왜 멈추냐 했더니 '당신 인터넷이 잘못됐다'고 해요. '컴퓨터를 껐다 켜봐라. 프로그램 껐다 켜봐라'고 하는데, 1초에 마이너스 100만 원 200만 원 왔다 갔다 하는데 컴퓨터 껐다 켤 시간이 어딨어요. 그래서 화를 내면 '그럼 다른 데 업체 쓰세요' 이러거든요"
수익을 내는 회원은 꼬투리를 잡아 쫓아내거나 계정을 아예 없애버리기도 합니다. 거래를 실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수익을 내면 업체가 수익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나니까 업체가 '당신 작업자냐, 원금만 돌려줄테니까 더 이상 프로그램 못 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죠. 원금만 돌려줘 버리고 계정 폐지시켜 버려요. 꾸준히 수익 내는 사람들은."
"수익을 냈는데 처음에는 잘 주더라고요. 그런데 손익분기점 있잖아요. 내가 잃고 나서 손익분기점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프로그램을) 끊기도 하고 매매 중에 전화도 해요. '회원님 성향이 안 맞는다. 지금 있는 거 돌려준다' 어떤식으로든 서버에 접속을 차단할 수가 있거든요. 나중에는 차단을 해버리더라고요"
■적발돼도 '도박장 개설'로 처벌…"처벌 수위 높여야"
미래 가치를 예측해 오르거나 내리는 방향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물투자를 '홀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사설 선물 거래 업체 운영은 현행법상 도박 공간 개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과 자본시장법 위반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실제 얼마 전 사설 선물 거래 업체를 운영해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 유명 방송인의 전남편 A 씨의 경우에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도박공간개설죄가 적용됐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 10명 가운데 대표인 A씨 단 한 명만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부당 이익만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징금은 18억 원에 그쳤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 선물 불법 거래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불법 업체를 막기 위해선 부당 이득을 환수함과 동시에 그 몇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동시에 엄중한 형사 처벌도 내리는 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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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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