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하려 아파트 올라갔다”…재판부 “여고생 집 침입 목적”
입력 2021.11.17 (07:01)
수정 2021.1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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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가던 중에 한 여고생이 버스정류장 위치를 묻자 여고생을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호의를 베푼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여고생의 집인 아파트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여고생이 집에 들어간 뒤 한참이 지나 다시 이 아파트에 찾아왔고, 며칠 뒤에는 이 아파트를 다시 찾아와 여고생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재판 과정에서 황당하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여고생 집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 남성
2년 전 쯤인 2019년 10월 밤 9시 쯤 대전 서구에서 차를 몰던 20대 남성 A 씨는 길가에서 도움을 청하는 여고생 B 양을 발견했습니다. B 양은 버스정류장이 근처에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요.
A 씨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B 양을 차에 태웠고 밤 10시 쯤 집이 있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B 양을 내려주고 아파트를 떠난 A 씨,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40분 쯤 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공동현관문으로 들어간 뒤 계단으로 아파트 5층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2분 만에 승강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 9일 뒤 여고생 집 침입 시도한 남성...주거침입 혐의로 재판 넘겨져
A 씨의 수상한 행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9일 뒤 A 씨는 B 양이 귀가한 뒤 불과 10분 정도가 지난 밤 11시 쯤 다시 아파트를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승강기를 타고 곧장 B 양 집이 있는 층으로 가서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두 차례나 눌러 침입 시도를 했습니다.
이어서 문 앞을 서성이다가 4분 만에 다시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뒤 아파트를 빠져나갔는데요.
결국,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고 아파트 공용계단과 복도 역시 주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09년, 대법원은 "공동주택의 내부 공용계단과 복도는 일상생활에서 감시와 관리가 예정돼 있고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결했습니다.
■ "극단적 선택 하려고 아파트 들어가...도어락 비밀번호 누른 건 실수"
법정에 서게 된 A 씨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인한 자포자기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B 양의 집이 있는 아파트에 간 것일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처음 B 양을 데려다 주면서 아파트를 봤는데, 공동현관문에 비밀번호가 없어서 들어가기 쉽고 또 복도에 큰 창문이 있어서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A 씨는 첫 번째 침입을 두고는 복도 창문이 열려 있던 걸 밖에서 봤는데 실제 잠금장치가 있는지, 얼마나 열리는지 이런 걸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두 번째 침입은 맨 꼭대기 층을 가려다 갑자기 계단으로 가고 싶어 승강기에서 중간에 내렸는데 그게 마침 B 양이 살던 층이었고 도어락 비밀번호는 실수로 눌렀다고 주장했습니다.
■ 1심 재판부, "침입 목적으로 집 위치 알아뒀을 것... 우울증으로 병원 간 것도 범행 이후"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해당 아파트는 승강기에서 내리면 복도에 센서등이 작동하고 복도에 창문이 있어서 밖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A 씨가 B 양을 데려다 줬을 때 침입을 목적으로 집 위치를 알아뒀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 A 씨가 첫 번째 침입 때 창문 상태를 직접 확인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미 밖에서 창문 크기와 미닫이 형태, 열려있는 것까지 확인해 놓고서 굳이 다시 아파트에 찾아가서 이를 확인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A 씨 말도 거짓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처음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건 두 번째 침입 이틀 뒤였습니다.
여기에 승강기 CCTV에 A 씨가 주저 없이 B 양 집이 있는 층수를 누르는 모습이 나타난 점, 범행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 인근 마트와 편의점에서 여러 차례 결제한 내용이 확인된 점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 "변명하며 끝내 반성하지 않아"...항소심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
A 씨는 항소했지만, 죗값은 오히려 무거워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양이 여고생인 걸 알고 있었고 늦은 밤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A 씨가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끝내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양이 범행으로 입게 된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우울장애 증상 진단을 받고 넉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점을 고려해 A 씨에게 1심보다 가중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의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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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7 07:01:04
- 수정2021-11-17 09:57:05
차를 몰고 가던 중에 한 여고생이 버스정류장 위치를 묻자 여고생을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호의를 베푼 남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여고생의 집인 아파트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여고생이 집에 들어간 뒤 한참이 지나 다시 이 아파트에 찾아왔고, 며칠 뒤에는 이 아파트를 다시 찾아와 여고생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은 결국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재판 과정에서 황당하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여고생 집까지 데려다준 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온 남성
2년 전 쯤인 2019년 10월 밤 9시 쯤 대전 서구에서 차를 몰던 20대 남성 A 씨는 길가에서 도움을 청하는 여고생 B 양을 발견했습니다. B 양은 버스정류장이 근처에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요.
A 씨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B 양을 차에 태웠고 밤 10시 쯤 집이 있는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B 양을 내려주고 아파트를 떠난 A 씨,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40분 쯤 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공동현관문으로 들어간 뒤 계단으로 아파트 5층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2분 만에 승강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 9일 뒤 여고생 집 침입 시도한 남성...주거침입 혐의로 재판 넘겨져
A 씨의 수상한 행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9일 뒤 A 씨는 B 양이 귀가한 뒤 불과 10분 정도가 지난 밤 11시 쯤 다시 아파트를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승강기를 타고 곧장 B 양 집이 있는 층으로 가서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두 차례나 눌러 침입 시도를 했습니다.
이어서 문 앞을 서성이다가 4분 만에 다시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뒤 아파트를 빠져나갔는데요.
결국,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고 아파트 공용계단과 복도 역시 주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09년, 대법원은 "공동주택의 내부 공용계단과 복도는 일상생활에서 감시와 관리가 예정돼 있고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결했습니다.
■ "극단적 선택 하려고 아파트 들어가...도어락 비밀번호 누른 건 실수"
법정에 서게 된 A 씨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인한 자포자기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B 양의 집이 있는 아파트에 간 것일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처음 B 양을 데려다 주면서 아파트를 봤는데, 공동현관문에 비밀번호가 없어서 들어가기 쉽고 또 복도에 큰 창문이 있어서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A 씨는 첫 번째 침입을 두고는 복도 창문이 열려 있던 걸 밖에서 봤는데 실제 잠금장치가 있는지, 얼마나 열리는지 이런 걸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두 번째 침입은 맨 꼭대기 층을 가려다 갑자기 계단으로 가고 싶어 승강기에서 중간에 내렸는데 그게 마침 B 양이 살던 층이었고 도어락 비밀번호는 실수로 눌렀다고 주장했습니다.
■ 1심 재판부, "침입 목적으로 집 위치 알아뒀을 것... 우울증으로 병원 간 것도 범행 이후"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해당 아파트는 승강기에서 내리면 복도에 센서등이 작동하고 복도에 창문이 있어서 밖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A 씨가 B 양을 데려다 줬을 때 침입을 목적으로 집 위치를 알아뒀을 것으로 봤습니다.
또 A 씨가 첫 번째 침입 때 창문 상태를 직접 확인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미 밖에서 창문 크기와 미닫이 형태, 열려있는 것까지 확인해 놓고서 굳이 다시 아파트에 찾아가서 이를 확인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A 씨 말도 거짓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처음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건 두 번째 침입 이틀 뒤였습니다.
여기에 승강기 CCTV에 A 씨가 주저 없이 B 양 집이 있는 층수를 누르는 모습이 나타난 점, 범행 이후 처음으로 아파트 인근 마트와 편의점에서 여러 차례 결제한 내용이 확인된 점 등을 근거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 "변명하며 끝내 반성하지 않아"...항소심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
A 씨는 항소했지만, 죗값은 오히려 무거워졌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B 양이 여고생인 걸 알고 있었고 늦은 밤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A 씨가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끝내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B 양이 범행으로 입게 된 정신적 충격과 불안감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우울장애 증상 진단을 받고 넉 달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점을 고려해 A 씨에게 1심보다 가중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A 씨는 아직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의 결론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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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희 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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