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② ‘아빠의 아빠가 됐다’ 조기현 “복지 신청 않은 게으름이 죄라고? 사회적 책임 떠넘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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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병 살인' 항소심 판결서 '게으름' 지적…복지제도의 문제, 개인에 떠넘겨"
- "복지 시스템 문제점, '당사자 입증'과 '실제와 기준의 괴리'…접근성 높여야"
- "가족이어서 당연히 겪는 일이 아닌 사회적 약자와 살아가는 '시민'이라는 인식 전환 있어야"
-"병원비·간병비 문제 해결이 시급. 청소년 간병 위기 상황에 상담할 수 있는 연락망도 필요"
-"청년이라고 뭉뚱그리기보다 세세하게 고졸 · 지역 · 가족 지원이 없는 청년 등에 집중해야"
- "가족 돌봄 청년들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한 사람을 끝까지 보호하는 시민으로서 역할"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조기현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https://youtu.be/iF1arYXsi-o
◎범기영 최근 20대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이 있었죠? 그 이후에 우리 사회는 그 청년을 비난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이런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아버지를 간병해온 경험을 담아서 책을 낸 조기현 작가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조기현 반갑습니다.
◎범기영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그 강도영 씨, 가명이긴 한데요. 2심 선고 공판이 있었던 대구 고법까지 직접 가셨다면서요? 그때 판결 결과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조기현 우선 제가 이제 가장 뇌리에 강하게 박혔던 것 중의 하나는 판결문 초반에 복지를 신청하지 않은 게으름을 죄로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범기영 게으름을 죄로.
▼조기현 삼촌이 생계 지원 혹은 장애 지원의 정보를 충분히 알려줬음에도 신청하지 않은 너의 게으름이 죄다, 라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어쩌면 이게, 이 부분은 분명한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되는 부분까지도 개인의 책임으로 우리가 보고 있구나, 어쩌면 이 당사자가 직접 신청을 하고 자신이 가난을 입증하고 하는 복지 제도의 문제를 정말 한 개인에게 다 떠넘기고 있구나, 이런 고민을 많이 남긴 판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조기현 씨 본인 이야기로 좀 들어가 보죠. 지금도 아버지를 부양을 하고 계신 상태인가요?
▼조기현 지금은 요양병원에 들어가 계십니다.
◎범기영 어떤 병을 앓으셨던 건가요?
▼조기현 어떤 병이라고 딱 한 가지로 이야기하기는 힘들 정도로, 제가 20살 때부터 아버지가 계속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졌고 그다음에 급성신부전, 알코올성 치매, 화상 이런 여러 가지 질병들을 같이 겪었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우셨어요?
▼조기현 일단 제가 이제 20살 때 아버지와 단 둘이 살다가 아버지가 쓰러지게 됐습니다. 그런 이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었고,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만한 돈도 저에게 없었고 사회적 관계는 더더욱 없었고요.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그 상황들을 혼자 모면해 나가야 되다 보니까 사실 혼자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을 계속 감당해야 됐던 것, 그리고 어떤 것도 해답이 없는 것 같은 상황을 계속 견뎌야 됐던 것이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범기영 아버지의 병명을 입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런 대목을 제가 좀 읽었는데 무슨 뜻입니까?
▼조기현 이제 공공기관에 제가 이런 어려움이 있어요, 라고 찾아가면 대부분 무엇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지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일을, 근로 능력이 아직 남아 있는, 아버지도 65세 미만이고 저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대부분 못 받았는데, 아버지가 아프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고 그것을 공공기관이 원하는 질병 코드를 받아야 된다는 것 자체가, 제가 지금 왜 힘든지를 설명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질병 코드를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썼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상당히 복잡한 많은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공공부조로 제공되는 서비스만 360가지나 된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게 쉽게 실제로는 접근이 잘 안 되는 거군요?
▼조기현 네, 실제로 복지의 기준도 많이 완화되고 종류도 많아졌음에도 몰라서 못 받았다는 경우를 너무 많이 주변에서 많이 만나고 저조차도 몰라서 못 받거나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범기영 몰라서 못 받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겠다, 이런 약속도 많이 하잖아요.
▼조기현 네, 사실 그 부분도 행정 일선에 있는 공무원분들이 정말 나서서 찾으려고 노력하시는 것도 분명히 알고, 그런데 이 시스템 자체가 우리가 가도 가난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되고 실제로 그 기준에 맞지 않아서, 실제 어려움은 보이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서 오히려 안 되는 경우도 더 많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이 접근성을 높일지의 문제는 더 고민해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당장 가난하고 힘든 것은 알겠다. 하지만 지원을 할 수 있는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설명이군요. 그래서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그냥 가족들에게 다 미루는, 그래서 별로 능력이 없고 정보도 없는 청년들이 그걸 다 감당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 거죠.
▼조기현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효자가 아닌 시민이다, 이렇게 선언하셨더라고요. 이건 어떤 뜻입니까?
▼조기현 일단 제가 사실 10년 동안 아버지를 돌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주변에서 이제 이런 어려움들을 알렸을 때 효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어떤 칭찬의 말이었겠지만 제가 하고 있는,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이 어쩌면 사적인 영역에서 가족이어서 당연히 겪어야 되는 일, 감수해야 되는 일로 좀 가둬놓는다는 의미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 고민이 들었었고, 저 스스로도 사실은 단순히 아들이어서 계속 돌볼 수 있다기보다는 정말 도망가고 싶을 때조차도 왜 이 사회는 아버지라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있었고 제가 어쩌면 그 지난 10년은 아버지와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이고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을, 충분히 제가 시민으로서 노력했던 시간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됐었고요. 그래서 이런 인식의 전환을 좀 다른 당사자분들 혹은 사회와 좀 나누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정말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 같아요. 당장 아버지의 오늘, 아버지의 내일 아침을 위해서 사실은 내 5년 뒤, 10년 뒤의 장래를 유예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들기도 할 것 같고요.
▼조기현 그렇습니다. 제가 뭐 그런 고민을 제일 많이 했었는데, 아버지가 원하는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을 같이 병행하면서 더불어 살 수는 없겠지, 라는 고민이 사실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 하나는 희생해야 유지되는 삶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범기영 누구 하나는 희생해야 한다. 사회가 보듬어주지 않으니까.
▼조기현 사회에 자리가 없으니까.
◎범기영 현실적으로는 대책이 뭘까요? 피부로 경험하신 게 많잖아요.
▼조기현 일단은 누구나 아프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프고 쓰러진다는 것 자체를 위기로 만드는 첫 번째 요인, 병원비 문제와 간병비 문제는 우리가 정말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앞으로 청년 혹은 청소년 가족 간병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는 인구 변화 상황에서 조금 상시적으로 어떤 정보나 자원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이런 고민이나 위기 상황을 함께 연락할 수 있는 연락망, 상시적 상담 창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가족 돌봄 상황에 의해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진로 이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비 지원이나 학업 지원도 충분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병원비 말씀을 하셔서 그런데, 사실 병원에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는 병원들도 많고, 적극적으로 재난적 의료비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런 제도들은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잘 접근이 안 되는 모양이죠?
▼조기현 실제로 있어도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또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규모가 작으면 의료사회복지사를 의무로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런 정보들이 적극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모든 병원에 복지사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정보 자체를 얻는 것부터가 굉장히 큰 장벽이겠군요. 정말 몰라서 신청을 못 하는.
▼조기현 그런 접근성 문제를 진짜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지금 이제 대선 국면이잖아요? 대선까지 100여 일 남짓 남아 있는데, 청년 이야기들 굉장히 많이 합니다. 또 청년이시기도 한데 요즘 이야기 나오는 청년, 이런 화두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조기현 사실 이제 강도영 씨 사건으로 많이 회자가 됐지만, 가족에게 지원을 받는 청년들의 모습이 우리는 많이 익숙하지만, 가족을 지원해야 되는, 혹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청년의 모습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잘 가시화되거나 논의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좀 우리가 청년이라는 호명으로 뭉뚱그리기보다 그 안에서 가족 자원이 없고 사적인 자원이 없고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가야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좀 집중해야 될 시기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조금 그런 걸 세세하게 고졸 청년 혹은 다른, 서울이 아니라 다른 지역 청년 혹은 가족 자원이 없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더 집중해야 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지금 정치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청년이 그 많은 청년 중의 아주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조기현 그리고 공적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청년, 이를테면 대학을 나왔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남성들을 대부분 중심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고민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전국의 지금도 수많은 강도영, 조기현들이 있을 거잖아요. 가족들의 간병, 생계, 이걸 다 책임지고 또 스스로 미래도 고민하고 있는 이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좀 해 주시겠습니까?
▼조기현 이제 저도 아주 오랫동안 나 혼자만 겪는 일이고 나에게 너무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다른 가족 돌봄을 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만났을 때 서로 가장 놀랐던 건 너무 비슷하게 그 일들을 계속 겪고 있었다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스스로가 단순히 소진되고 내가 정말 쓸모없는 일을 했다가 아니라 이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누구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었던 게 저한테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좀 이 방송도 그렇고 강도영 사건도 그렇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더 사회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러분은 충분히 시민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거를 좀 같이 말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오늘 하신 이 호소가 전국에 있는 강도영, 조기현들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고 정치권에서도 오늘 이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네요.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기현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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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건건 플러스]② ‘아빠의 아빠가 됐다’ 조기현 “복지 신청 않은 게으름이 죄라고? 사회적 책임 떠넘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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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1-18 16:43:04
- 수정2021-11-18 19:44:44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조기현 <아빠의 아빠가 됐다> 저자
https://youtu.be/iF1arYXsi-o
◎범기영 최근 20대 청년의 간병 살인 사건이 있었죠? 그 이후에 우리 사회는 그 청년을 비난할 자격이 과연 있는가, 이런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아버지를 간병해온 경험을 담아서 책을 낸 조기현 작가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조기현 반갑습니다.
◎범기영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그 강도영 씨, 가명이긴 한데요. 2심 선고 공판이 있었던 대구 고법까지 직접 가셨다면서요? 그때 판결 결과 들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조기현 우선 제가 이제 가장 뇌리에 강하게 박혔던 것 중의 하나는 판결문 초반에 복지를 신청하지 않은 게으름을 죄로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범기영 게으름을 죄로.
▼조기현 삼촌이 생계 지원 혹은 장애 지원의 정보를 충분히 알려줬음에도 신청하지 않은 너의 게으름이 죄다, 라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어쩌면 이게, 이 부분은 분명한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되는 부분까지도 개인의 책임으로 우리가 보고 있구나, 어쩌면 이 당사자가 직접 신청을 하고 자신이 가난을 입증하고 하는 복지 제도의 문제를 정말 한 개인에게 다 떠넘기고 있구나, 이런 고민을 많이 남긴 판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조기현 씨 본인 이야기로 좀 들어가 보죠. 지금도 아버지를 부양을 하고 계신 상태인가요?
▼조기현 지금은 요양병원에 들어가 계십니다.
◎범기영 어떤 병을 앓으셨던 건가요?
▼조기현 어떤 병이라고 딱 한 가지로 이야기하기는 힘들 정도로, 제가 20살 때부터 아버지가 계속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졌고 그다음에 급성신부전, 알코올성 치매, 화상 이런 여러 가지 질병들을 같이 겪었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우셨어요?
▼조기현 일단 제가 이제 20살 때 아버지와 단 둘이 살다가 아버지가 쓰러지게 됐습니다. 그런 이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었고,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만한 돈도 저에게 없었고 사회적 관계는 더더욱 없었고요.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그 상황들을 혼자 모면해 나가야 되다 보니까 사실 혼자 망망대해를 떠도는 기분을 계속 감당해야 됐던 것, 그리고 어떤 것도 해답이 없는 것 같은 상황을 계속 견뎌야 됐던 것이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범기영 아버지의 병명을 입증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런 대목을 제가 좀 읽었는데 무슨 뜻입니까?
▼조기현 이제 공공기관에 제가 이런 어려움이 있어요, 라고 찾아가면 대부분 무엇 때문에 지원을 못 받는지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일을, 근로 능력이 아직 남아 있는, 아버지도 65세 미만이고 저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대부분 못 받았는데, 아버지가 아프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고 그것을 공공기관이 원하는 질병 코드를 받아야 된다는 것 자체가, 제가 지금 왜 힘든지를 설명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질병 코드를 받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썼던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상당히 복잡한 많은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공공부조로 제공되는 서비스만 360가지나 된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게 쉽게 실제로는 접근이 잘 안 되는 거군요?
▼조기현 네, 실제로 복지의 기준도 많이 완화되고 종류도 많아졌음에도 몰라서 못 받았다는 경우를 너무 많이 주변에서 많이 만나고 저조차도 몰라서 못 받거나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범기영 몰라서 못 받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발굴에 나서겠다, 이런 약속도 많이 하잖아요.
▼조기현 네, 사실 그 부분도 행정 일선에 있는 공무원분들이 정말 나서서 찾으려고 노력하시는 것도 분명히 알고, 그런데 이 시스템 자체가 우리가 가도 가난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되고 실제로 그 기준에 맞지 않아서, 실제 어려움은 보이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서 오히려 안 되는 경우도 더 많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이 접근성을 높일지의 문제는 더 고민해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당장 가난하고 힘든 것은 알겠다. 하지만 지원을 할 수 있는 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설명이군요. 그래서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할 것들을 그냥 가족들에게 다 미루는, 그래서 별로 능력이 없고 정보도 없는 청년들이 그걸 다 감당해야 되는 그런 상황인 거죠.
▼조기현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효자가 아닌 시민이다, 이렇게 선언하셨더라고요. 이건 어떤 뜻입니까?
▼조기현 일단 제가 사실 10년 동안 아버지를 돌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주변에서 이제 이런 어려움들을 알렸을 때 효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히 어떤 칭찬의 말이었겠지만 제가 하고 있는, 겪고 있는 어려움 등이 어쩌면 사적인 영역에서 가족이어서 당연히 겪어야 되는 일, 감수해야 되는 일로 좀 가둬놓는다는 의미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 고민이 들었었고, 저 스스로도 사실은 단순히 아들이어서 계속 돌볼 수 있다기보다는 정말 도망가고 싶을 때조차도 왜 이 사회는 아버지라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않을까, 라는 질문이 계속 있었고 제가 어쩌면 그 지난 10년은 아버지와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이고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을, 충분히 제가 시민으로서 노력했던 시간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됐었고요. 그래서 이런 인식의 전환을 좀 다른 당사자분들 혹은 사회와 좀 나누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범기영 그런데 정말 도망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 같아요. 당장 아버지의 오늘, 아버지의 내일 아침을 위해서 사실은 내 5년 뒤, 10년 뒤의 장래를 유예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들기도 할 것 같고요.
▼조기현 그렇습니다. 제가 뭐 그런 고민을 제일 많이 했었는데, 아버지가 원하는 삶과 내가 원하는 삶을 같이 병행하면서 더불어 살 수는 없겠지, 라는 고민이 사실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누구 하나는 희생해야 유지되는 삶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범기영 누구 하나는 희생해야 한다. 사회가 보듬어주지 않으니까.
▼조기현 사회에 자리가 없으니까.
◎범기영 현실적으로는 대책이 뭘까요? 피부로 경험하신 게 많잖아요.
▼조기현 일단은 누구나 아프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프고 쓰러진다는 것 자체를 위기로 만드는 첫 번째 요인, 병원비 문제와 간병비 문제는 우리가 정말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앞으로 청년 혹은 청소년 가족 간병 문제가 계속 불거질 수 있는 인구 변화 상황에서 조금 상시적으로 어떤 정보나 자원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이런 고민이나 위기 상황을 함께 연락할 수 있는 연락망, 상시적 상담 창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가족 돌봄 상황에 의해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진로 이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비 지원이나 학업 지원도 충분히 필요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병원비 말씀을 하셔서 그런데, 사실 병원에 사회복지사들이 일하고 있는 병원들도 많고, 적극적으로 재난적 의료비 때문에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런 제도들은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잘 접근이 안 되는 모양이죠?
▼조기현 실제로 있어도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또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규모가 작으면 의료사회복지사를 의무로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런 정보들이 적극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모든 병원에 복지사가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정보 자체를 얻는 것부터가 굉장히 큰 장벽이겠군요. 정말 몰라서 신청을 못 하는.
▼조기현 그런 접근성 문제를 진짜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지금 이제 대선 국면이잖아요? 대선까지 100여 일 남짓 남아 있는데, 청년 이야기들 굉장히 많이 합니다. 또 청년이시기도 한데 요즘 이야기 나오는 청년, 이런 화두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조기현 사실 이제 강도영 씨 사건으로 많이 회자가 됐지만, 가족에게 지원을 받는 청년들의 모습이 우리는 많이 익숙하지만, 가족을 지원해야 되는, 혹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청년의 모습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잘 가시화되거나 논의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좀 우리가 청년이라는 호명으로 뭉뚱그리기보다 그 안에서 가족 자원이 없고 사적인 자원이 없고 비공식적으로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가야 되는 청년들의 모습을 좀 집중해야 될 시기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 조금 그런 걸 세세하게 고졸 청년 혹은 다른, 서울이 아니라 다른 지역 청년 혹은 가족 자원이 없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더 집중해야 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지금 정치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청년이 그 많은 청년 중의 아주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조기현 그리고 공적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청년, 이를테면 대학을 나왔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남성들을 대부분 중심으로 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고민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전국의 지금도 수많은 강도영, 조기현들이 있을 거잖아요. 가족들의 간병, 생계, 이걸 다 책임지고 또 스스로 미래도 고민하고 있는 이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좀 해 주시겠습니까?
▼조기현 이제 저도 아주 오랫동안 나 혼자만 겪는 일이고 나에게 너무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 다른 가족 돌봄을 하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만났을 때 서로 가장 놀랐던 건 너무 비슷하게 그 일들을 계속 겪고 있었다는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그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스스로가 단순히 소진되고 내가 정말 쓸모없는 일을 했다가 아니라 이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누구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었던 게 저한테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 좀 이 방송도 그렇고 강도영 사건도 그렇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더 사회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러분은 충분히 시민으로서 잘하고 있다는 거를 좀 같이 말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오늘 하신 이 호소가 전국에 있는 강도영, 조기현들한테 힘이 됐으면 좋겠고 정치권에서도 오늘 이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좋겠네요.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기현 감사합니다.
◎범기영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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