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긴 내전에 가장이 된 소년들

입력 2021.11.24 (10:50) 수정 2021.11.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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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 전쟁으로 극심한 빈곤에 내몰린 나라에선 어린이들이 가장 역할을 합니다.

이들에겐 교육받을 권리와 아동 노동을 금지한 유엔의 국제 협약이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 텐데요.

소년소녀 가장의 팍팍한 삶의 현장을 〈지구촌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리아의 한 주물 공장.

활활 타는 불 속에 고철을 집어넣자 독한 연기가 솟구칩니다.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인 15살 모하메드 마흐줌은 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소년 가장이 됐는데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일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한 주에 우리 돈 6천 원을 받습니다.

이 돈으로 어린 동생들을 먹이고 학교도 보내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마흐줌/소년 가장 : "저는 고철 주물 공장에서 일합니다. 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요. 저처럼 교육받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지난 10년간 내전이 이어진 시리아에선 모하메드처럼 학교를 그만 둔 어린이가 250만 명에 이릅니다.

12살 아메르 알-샤이반도 그중 한 명인데요.

아픈 부모님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정유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석탄을 나르고 태우기를 반복하는 고된 작업을 견디는 힘은 언젠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입니다.

[아메르 알-샤이반/시리아 어린이 :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도 하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4년째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일터로 내모는 빈곤과 굶주림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는 10명 중 9명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난 1년간 20%나 늘었습니다.

2년 전 학교를 그만두고 대장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 12살 나딤 알-나카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조차 버렸습니다.

[나딤 알-나카/시리아 어린이 : "전쟁은 우리의 꿈을 파괴했습니다. 저는 이제 학교에 관심이 없습니다.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 어린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빈곤으로 약 1,600만 명이 기아 상태인데요.

학교 대신 일터로 나가는 어린이들도 늘었습니다.

[하리스 만수르/예멘 어린이 :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면서 저도 일하게 됐습니다. 학교에 갈 형편이 못됩니다."]

15살 무하메드 자말레스도 가족 부양을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보호 장구 하나 없이 맨손으로 철근을 자르는데요.

전쟁 속에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 아흐메드 압둘라/건설공사 현장 감독 : "전쟁이 시작되고 무하메드 가족은 음식도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무하메드는 여기서, 형은 수도 외곽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 정권이 다시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에선 기아에 내몰리다 못해 어린 자녀들을 팔아 생계를 잇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어린이들의 권리와 인권을 강조하고, 차별과 착취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날입니다.

하지만, 긴 내전과 불안한 정치 상황은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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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긴 내전에 가장이 된 소년들
    • 입력 2021-11-24 10:50:22
    • 수정2021-11-24 11:07:08
    지구촌뉴스
[앵커]

오랜 전쟁으로 극심한 빈곤에 내몰린 나라에선 어린이들이 가장 역할을 합니다.

이들에겐 교육받을 권리와 아동 노동을 금지한 유엔의 국제 협약이 그저 꿈같은 이야기일 텐데요.

소년소녀 가장의 팍팍한 삶의 현장을 〈지구촌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시리아의 한 주물 공장.

활활 타는 불 속에 고철을 집어넣자 독한 연기가 솟구칩니다.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인 15살 모하메드 마흐줌은 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소년 가장이 됐는데요.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매일 꼬박 12시간을 일하고 한 주에 우리 돈 6천 원을 받습니다.

이 돈으로 어린 동생들을 먹이고 학교도 보내고 있습니다.

[모하메드 마흐줌/소년 가장 : "저는 고철 주물 공장에서 일합니다. 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요. 저처럼 교육받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지난 10년간 내전이 이어진 시리아에선 모하메드처럼 학교를 그만 둔 어린이가 250만 명에 이릅니다.

12살 아메르 알-샤이반도 그중 한 명인데요.

아픈 부모님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정유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석탄을 나르고 태우기를 반복하는 고된 작업을 견디는 힘은 언젠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입니다.

[아메르 알-샤이반/시리아 어린이 :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도 하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4년째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일터로 내모는 빈곤과 굶주림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는 10명 중 9명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난 1년간 20%나 늘었습니다.

2년 전 학교를 그만두고 대장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 12살 나딤 알-나카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조차 버렸습니다.

[나딤 알-나카/시리아 어린이 : "전쟁은 우리의 꿈을 파괴했습니다. 저는 이제 학교에 관심이 없습니다.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 어린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빈곤으로 약 1,600만 명이 기아 상태인데요.

학교 대신 일터로 나가는 어린이들도 늘었습니다.

[하리스 만수르/예멘 어린이 :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면서 저도 일하게 됐습니다. 학교에 갈 형편이 못됩니다."]

15살 무하메드 자말레스도 가족 부양을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보호 장구 하나 없이 맨손으로 철근을 자르는데요.

전쟁 속에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르 아흐메드 압둘라/건설공사 현장 감독 : "전쟁이 시작되고 무하메드 가족은 음식도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무하메드는 여기서, 형은 수도 외곽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 정권이 다시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에선 기아에 내몰리다 못해 어린 자녀들을 팔아 생계를 잇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어린이들의 권리와 인권을 강조하고, 차별과 착취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날입니다.

하지만, 긴 내전과 불안한 정치 상황은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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