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서 석 달 동안 20마리 사체…동물 학대 “신고조차 두려워”

입력 2021.1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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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견된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지난달 발견된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

"발견된 사체가 석 달 동안 20마리는 족히 되는 거 같아요."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많은 회원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8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가까이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동네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가 자주 발견됐다는 건데요.

제보자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체만 20마리는 족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는 수가 많아 혹시 질병으로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다면서, 하지만 질병에 의한 죽음으로 보기엔 뚜렷한 학대 정황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직접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고양이 사체 곳곳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가죽이 벗겨진 채 숨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참혹한 일이 벌어진 걸까요?

같은 기간 발견된 또다른 고양이 사체.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두개골 골절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같은 기간 발견된 또다른 고양이 사체.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두개골 골절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 석 달 동안 20마리 사체 발견…보복할까 신고조차 두렵다

동물단체가 설명하는 첫 사건은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산 주례동에서는 당시 토막 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학대를 의심하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용의자는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SNS와 일부 언론을 타고 이 소식이 퍼지자 한동안 같은 사건은 반복되지 않았고, 그렇게 조용히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보를 했던 당사자가 다시 지난달 동물단체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다시 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석 달 동안 20마리는 족히 죽은 것 같다'는 제보자의 말에 왜 이제서야 신고를 했냐고 묻자, 보복이 두려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동물에게 저렇게 잔인한 짓을 하는 사람인데, 사람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 범죄 확대 우려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국제동물보호단체 등의 조사를 보면 아동 학대자의 80%가 과거에 동물 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동물 학대는 실제로 사람을 향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범죄의 시작인 셈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8조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해 혐의로 기소돼도 대부분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실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송치된 인원 1,900여 명 중 구속기소 된 사람은 3명에 그쳤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재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데요.

담당 구청도 인근 지역에 길고양이 학대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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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동네서 석 달 동안 20마리 사체…동물 학대 “신고조차 두려워”
    • 입력 2021-12-03 07:00:03
    취재K
지난달 발견된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길고양이 사체
"발견된 사체가 석 달 동안 20마리는 족히 되는 거 같아요."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많은 회원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8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가까이 부산 사상구 주례동의 한 동네에서 죽은 고양이 사체가 자주 발견됐다는 건데요.

제보자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체만 20마리는 족히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보자는 수가 많아 혹시 질병으로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다면서, 하지만 질병에 의한 죽음으로 보기엔 뚜렷한 학대 정황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직접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요.

고양이 사체 곳곳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 가죽이 벗겨진 채 숨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참혹한 일이 벌어진 걸까요?

같은 기간 발견된 또다른 고양이 사체.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두개골 골절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 석 달 동안 20마리 사체 발견…보복할까 신고조차 두렵다

동물단체가 설명하는 첫 사건은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산 주례동에서는 당시 토막 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고, 학대를 의심하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용의자는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SNS와 일부 언론을 타고 이 소식이 퍼지자 한동안 같은 사건은 반복되지 않았고, 그렇게 조용히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보를 했던 당사자가 다시 지난달 동물단체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다시 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석 달 동안 20마리는 족히 죽은 것 같다'는 제보자의 말에 왜 이제서야 신고를 했냐고 묻자, 보복이 두려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동물에게 저렇게 잔인한 짓을 하는 사람인데, 사람에게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 범죄 확대 우려에도 처벌은 솜방망이

국제동물보호단체 등의 조사를 보면 아동 학대자의 80%가 과거에 동물 학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동물 학대는 실제로 사람을 향한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범죄의 시작인 셈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8조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해 혐의로 기소돼도 대부분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난 2014년부터 5년 동안 실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송치된 인원 1,900여 명 중 구속기소 된 사람은 3명에 그쳤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재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데요.

담당 구청도 인근 지역에 길고양이 학대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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