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의 러시아판 ‘사드’ 도입에 제재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1.12.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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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국이 쿼드(QUAD)를 통해 인도, 일본, 호주와 협력을 해나가는 가운데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뷰 중에서 )


인도가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4국 안보 협의체, 이른바 쿼드(Quad)일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근 독자 행보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주, 일본 등과 함께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인도가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WSJ "인도-러시아 국방 협력 강화 전망"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시간으로 6일 인도를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국방 분야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군사기술 분야 협력을 2031년까지 연장하고, 러시아가 설계한 소총을 인도에서 50만 정 이상 생산하기로 할 계획입니다.

또 양국이 상대국 항구와 군사 기지 내 물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의할 예정인데, 이는 인도가 미국이 동맹과 맺은 협정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이런 맥락은 배제한 채 인도와 러시아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국방, 통상, 에너지 분야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사실 위주로 담담하게 보도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또 양국의 협력관계가 방산에 국한될 이유가 없다며, 경제적인 분야로 폭 넓게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미국, 인도 독자 행보에 제재 검토

인도의 독자 행보에 미국이 제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장 3년 전 인도와 러시아가 맺은 방산 계약을 문제삼았습니다.

인도는 2018년 러시아산 최신 대공방어 시스템인 S-400 미사일 포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은 계약 취소를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는 당시 S-400 5개 포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러시아는 지난달 공급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도입하면 미군과 인도군 사이의 무기 체계 운용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인도는 중국과 접경 지역에서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제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에서 사들인 S-400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불림.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 탄도미사일, 군용기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 미국은 방산 시장의 경쟁자로 등장한 이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국가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며, 일례로 터키가 S-400을 도입하자 '적대세력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을 들어 제재를 가한 적이 있음.

이미 러시아의 고가 무기 시스템이 인도에 도입되기 시작한 셈이라, 미국이 인도에 대한 제재가 흐지부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미국은 과거 러시아제 S-400을 도입한 터키에 대해 최신예 전투기인 F-35 판매를 거부하고 F-35 협력파트너에서 제외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와 관련해 독자적인 외교 정책과도 관련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 맞서) 인도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미국 정부는 실용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외교부 측도 "인도는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이는 무기 조달에도 해당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주재 미국대사관 측은 인도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최근 미국과 인도 사이에 진전된 국방 파트너십이 강하게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양욱 한남대 교수는 "인도가 원래 러시아제나 미국제 무기를 구분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무기체계 도입에서 독립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온 것"이라며 "미국이 터키나 다른 국가 사례처럼 러시아제 무기체계 도입을 이유로 인도를 강하게 제재하기 어려운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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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인도의 러시아판 ‘사드’ 도입에 제재 못하는 이유는?
    • 입력 2021-12-07 06:01:22
    세계는 지금
<strong><em>“미국이 쿼드(QUAD)를 통해 인도, 일본, 호주와 협력을 해나가는 가운데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났다.”</em></strong><br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인터뷰 중에서 )

인도가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4국 안보 협의체, 이른바 쿼드(Quad)일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근 독자 행보를 보이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주, 일본 등과 함께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인도가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WSJ "인도-러시아 국방 협력 강화 전망"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시간으로 6일 인도를 방문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 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국방 분야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군사기술 분야 협력을 2031년까지 연장하고, 러시아가 설계한 소총을 인도에서 50만 정 이상 생산하기로 할 계획입니다.

또 양국이 상대국 항구와 군사 기지 내 물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의할 예정인데, 이는 인도가 미국이 동맹과 맺은 협정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이런 맥락은 배제한 채 인도와 러시아 정상이 이번 만남을 통해 국방, 통상, 에너지 분야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사실 위주로 담담하게 보도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또 양국의 협력관계가 방산에 국한될 이유가 없다며, 경제적인 분야로 폭 넓게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미국, 인도 독자 행보에 제재 검토

인도의 독자 행보에 미국이 제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장 3년 전 인도와 러시아가 맺은 방산 계약을 문제삼았습니다.

인도는 2018년 러시아산 최신 대공방어 시스템인 S-400 미사일 포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은 계약 취소를 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는 당시 S-400 5개 포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러시아는 지난달 공급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도입하면 미군과 인도군 사이의 무기 체계 운용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인도는 중국과 접경 지역에서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제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에서 사들인 S-400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불림.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 탄도미사일, 군용기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 미국은 방산 시장의 경쟁자로 등장한 이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국가들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으며, 일례로 터키가 S-400을 도입하자 '적대세력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을 들어 제재를 가한 적이 있음.

이미 러시아의 고가 무기 시스템이 인도에 도입되기 시작한 셈이라, 미국이 인도에 대한 제재가 흐지부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미국은 과거 러시아제 S-400을 도입한 터키에 대해 최신예 전투기인 F-35 판매를 거부하고 F-35 협력파트너에서 제외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와 관련해 독자적인 외교 정책과도 관련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 맞서) 인도를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미국 정부는 실용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외교부 측도 "인도는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이는 무기 조달에도 해당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인도 주재 미국대사관 측은 인도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 "최근 미국과 인도 사이에 진전된 국방 파트너십이 강하게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양욱 한남대 교수는 "인도가 원래 러시아제나 미국제 무기를 구분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무기체계 도입에서 독립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온 것"이라며 "미국이 터키나 다른 국가 사례처럼 러시아제 무기체계 도입을 이유로 인도를 강하게 제재하기 어려운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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