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치매 노인들]③ 코로나19로 치매 환자·가족 이중고

입력 2021.12.10 (07:42) 수정 2021.12.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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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지역 치매 노인 실태를 알아보는 연속기획 오늘도 이어갑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조기에 치매 환자를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의료와 복지체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영제 씨는 3년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며 구순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치매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서툴렀던 간병 생활은 점차 익숙해졌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터널은 일상을 송두리째 흔든 시련이었습니다.

[강영제/치매환자 가족 : "처음 코로나 (유행기)가 왔을 때는 주간보호센터도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둘이 24시간 같이 있는 거죠. 제 시야권에, 한 5m 정도에 계속 둘이 같이 있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머니의 신체 활동이 줄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사라지면서 치매 병세는 악화됐습니다.

[강영제/치매환자 가족 :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악화) 판정받은 겁니다. 저도 어디 안 모시고 나갑니다. 노인분들이 말로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얼마나 스트레스겠습니까."]

다른 치매 환자들도 강영제 씨 어머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대한치매학회가 전국의 치매 환자와 보호자 100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이 넘는 51.5%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치매 환자가 우울과 불안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신체 활동이 줄어든 치매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증상이 나빠졌다는 설문 결과도 담겨 있습니다.

[박준혁/제주치매광역센터장 :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가장 영향을 받는 환자분들이 치매 환자와 가족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왜냐하면 환자를 발견하고 진단하고 치료와 관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영향을 받고."]

코로나19 장기화는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잠재적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기회도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지역 치매 선별검사 건수는 만 2천여 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보건소별로 설치된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이후 방역 업무에 매달리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정의/제주시동부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팀장 : "선별검사라든가 역학조사라든가 이런데도 동원되고 하니까. 아무래도 치매 업무에 전담할 수가 없는 상황은 있어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를 정책 우선 순위에 놓는 변화가 필요한 이유인데, 그러기 위해선 현재 제주도 보건부서에 1명뿐인 전담 인력을 늘리고, 노인 복지 부서와 업무를 연계하는 등 조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행정 내부에서도 나옵니다.

[양순철/제주도 방역대응과장 : "향후에 치매 업무가 더욱 부각되고 인지도나 중요성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은 좀 필요하지 않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누구나 치매에 대한 조기 검진을 받는데 부담 없이. 우리가 감기 걸리면 동네병원 가듯이 나이가 들면 치매 검진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쪽으로 가주는 게 좋지 않은가."]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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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치매 노인들]③ 코로나19로 치매 환자·가족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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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1-12-10 08:32:43
    뉴스광장(제주)
[앵커]

제주지역 치매 노인 실태를 알아보는 연속기획 오늘도 이어갑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조기에 치매 환자를 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의료와 복지체계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영제 씨는 3년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며 구순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고 치매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서툴렀던 간병 생활은 점차 익숙해졌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터널은 일상을 송두리째 흔든 시련이었습니다.

[강영제/치매환자 가족 : "처음 코로나 (유행기)가 왔을 때는 주간보호센터도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둘이 24시간 같이 있는 거죠. 제 시야권에, 한 5m 정도에 계속 둘이 같이 있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머니의 신체 활동이 줄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사라지면서 치매 병세는 악화됐습니다.

[강영제/치매환자 가족 :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악화) 판정받은 겁니다. 저도 어디 안 모시고 나갑니다. 노인분들이 말로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얼마나 스트레스겠습니까."]

다른 치매 환자들도 강영제 씨 어머니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대한치매학회가 전국의 치매 환자와 보호자 100여 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이 넘는 51.5%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치매 환자가 우울과 불안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신체 활동이 줄어든 치매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증상이 나빠졌다는 설문 결과도 담겨 있습니다.

[박준혁/제주치매광역센터장 :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 가장 영향을 받는 환자분들이 치매 환자와 가족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왜냐하면 환자를 발견하고 진단하고 치료와 관리하는 모든 단계에서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영향을 받고."]

코로나19 장기화는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뿐 아니라 잠재적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기회도 줄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지역 치매 선별검사 건수는 만 2천여 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보건소별로 설치된 치매안심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이후 방역 업무에 매달리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정의/제주시동부보건소 치매안심센터 팀장 : "선별검사라든가 역학조사라든가 이런데도 동원되고 하니까. 아무래도 치매 업무에 전담할 수가 없는 상황은 있어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를 정책 우선 순위에 놓는 변화가 필요한 이유인데, 그러기 위해선 현재 제주도 보건부서에 1명뿐인 전담 인력을 늘리고, 노인 복지 부서와 업무를 연계하는 등 조직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행정 내부에서도 나옵니다.

[양순철/제주도 방역대응과장 : "향후에 치매 업무가 더욱 부각되고 인지도나 중요성이 제고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은 좀 필요하지 않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

["누구나 치매에 대한 조기 검진을 받는데 부담 없이. 우리가 감기 걸리면 동네병원 가듯이 나이가 들면 치매 검진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쪽으로 가주는 게 좋지 않은가."]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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