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조계 미투 피해자에게 ‘4500억 원 지급·재발방지 대책’

입력 2021.12.14 (21:46) 수정 2021.12.1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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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신은 평생 감옥 밖으로 나올 자격이 없습니다. 2,100개월에 해당하는 175년 형을 선고합니다."]

지난 2018년 1월 미국의 한 법정.

30년간 체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던 전 대표팀 주치의에게 징역 175년 형을 내렸습니다.

선고 순간 수많은 피해자들은 박수와 눈물을 쏟아냈다는데요.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성장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

용기 내 피해를 증언했던 소녀가 한 말입니다.

미국 최대의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종신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이걸 방조한 협회와 올림픽 위원회도 책임을 지고 우리돈 수천억 원의 합의금을 물게 됐습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30여 년 동안 여자 체조 선수들을 치료를 구실로 성추행, 성폭행한 래리 나사르.

미국 최대 성범죄로 알려진 이 사건 피해자만 3백여 명입니다.

[래리 나사르/성범죄 가해자 : "(치료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던 게 맞지요?) 네, 맞습니다. (의료준칙 위반도 맞고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나사르의 단죄만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미국 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 역시 범행을 방조했다고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선수에게 은퇴를 종용하는 등 은폐에 급급했다는 겁니다.

미국 체조 영웅, 하지만 역시 피해자였던 시몬 바일스도 나섰습니다.

[시몬 바일스/미국 체조선수 : "체조협회와 올림픽위원회는 내가 주치의에게 범행을 당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들이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 훨씬 전부터요."]

수백 건 소송에 시달린 체조협회는 201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3년 만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합의금 3억 8천만 달러, 우리 돈 4천5백억 원을 지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는 조건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 상처에 사과한다는 입장을 낸 협회와 올림픽 위원회에, 첫 폭로자였던 레이첼 덴홀랜더는 소송은 돈이 아닌 변화를 위한 거였다, 회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의 안전보다 메달을 중시한 댓가였다, 미국 언론의 평가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미국 연방 수사국, FBI가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지훈/자료조사:김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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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체조계 미투 피해자에게 ‘4500억 원 지급·재발방지 대책’
    • 입력 2021-12-14 21:46:57
    • 수정2021-12-14 22:03:35
    뉴스 9
[앵커]

["당신은 평생 감옥 밖으로 나올 자격이 없습니다. 2,100개월에 해당하는 175년 형을 선고합니다."]

지난 2018년 1월 미국의 한 법정.

30년간 체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던 전 대표팀 주치의에게 징역 175년 형을 내렸습니다.

선고 순간 수많은 피해자들은 박수와 눈물을 쏟아냈다는데요.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성장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러 돌아온다."

용기 내 피해를 증언했던 소녀가 한 말입니다.

미국 최대의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종신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이걸 방조한 협회와 올림픽 위원회도 책임을 지고 우리돈 수천억 원의 합의금을 물게 됐습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30여 년 동안 여자 체조 선수들을 치료를 구실로 성추행, 성폭행한 래리 나사르.

미국 최대 성범죄로 알려진 이 사건 피해자만 3백여 명입니다.

[래리 나사르/성범죄 가해자 : "(치료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던 게 맞지요?) 네, 맞습니다. (의료준칙 위반도 맞고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나사르의 단죄만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미국 체조협회와 미국 올림픽위원회 역시 범행을 방조했다고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선수에게 은퇴를 종용하는 등 은폐에 급급했다는 겁니다.

미국 체조 영웅, 하지만 역시 피해자였던 시몬 바일스도 나섰습니다.

[시몬 바일스/미국 체조선수 : "체조협회와 올림픽위원회는 내가 주치의에게 범행을 당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들이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 훨씬 전부터요."]

수백 건 소송에 시달린 체조협회는 201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3년 만에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합의금 3억 8천만 달러, 우리 돈 4천5백억 원을 지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는 조건입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 상처에 사과한다는 입장을 낸 협회와 올림픽 위원회에, 첫 폭로자였던 레이첼 덴홀랜더는 소송은 돈이 아닌 변화를 위한 거였다, 회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선수들의 안전보다 메달을 중시한 댓가였다, 미국 언론의 평가입니다.

미국 법무부는 미국 연방 수사국, FBI가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지훈/자료조사:김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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