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국 코로나19 백신 접종 1년…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싸움’
입력 2021.12.15 (08:21)
수정 2021.12.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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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처음으로 접종(2020년 12월 14일)한 간호사 샌드라 린지씨를 지난 2일 KBS뉴욕지국에서 인터뷰했다. 린지씨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주이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 샌드라 린지, "코로나19 완전히 사라지는 기적 없을 것...백신 통해 공존해야"
1년도 채 되지 않은 개발 기간을 거쳐 긴급 승인 난 코로나19 백신(화이자-바이오엔테크)을, 그것도 가장 먼저 맞는 게 두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간호사 샌드라 린지씨의 답은 명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팬데믹 초기에 정말 끔찍한 시간을 겪었습니다. 간호사로서도 절망스러웠죠,
저는 과학을 믿었고, 백신을 맞고 나서 어깨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백신으로 전 세계가 희망을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10월에 3차 접종을 마친 린지씨는 일하고 있는 병원에 최근 들어 다시 중증환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들이라며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방법은 백신을 맞는 일이라고 했다.
"입원하는 환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숨지는 걸 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속도가 안 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 같냐고 린지씨에게 물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년이 됐지만,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60%로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잘못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료 전문가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사이트를 통해 백신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를 할 때가 아닙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떤 정당에 속해 있든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같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미국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60%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최근 CNN이 보도했다)
린지씨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코로나19가 우리 주위에 잠시 있다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사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백신을 맞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더 빨리, 더 많이 접종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는 다같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 '인간의 반격, 백신' 미국 백신 접종 1년...끝나지 않는 싸움
코로나19 백신 접종 1년이다. 1년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백신을 '바이러스의 습격'에 대한 '인간의 반격'이라고 했다. 반격에 들어간 지 1년이 됐지만, 아직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79만 명을 훌쩍 넘겨 이제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다. 1년 전 화이자와 모더나 양 백신을 손에 쥐고 '백신의 시대'를 선언했던 미국이다.
"지금쯤이면 정복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과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백신 접종은 국가를 분열시키는 정치, 사회적 문제가 됐다." (뉴욕타임스, 현지 1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백신 접종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자격이 되는데도 아직 한 차례도 맞지 않은 사람이 7천 3백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23% 가량이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백신이 남아돌아도 여러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방정부와 일부 주정부는 '백신 의무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직원 100명 이상인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의무화 행정명령도 내렸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잇단 반발 소송에 제동이 걸려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사회가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둘로 나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다같이 맞을 줄 알았지만...아직 한 차례도 못 맞은 사람 32억 명
세계 인구의 42% 가량은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았다. 32억 명 가량이다. 미국은 있어도 안 맞고 있다지만, 32억 명의 대부분은 백신이 없어서 못 맞고 있는 사람들이다.
백신 접종 1년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이 안 보이고 있는 이유에는, '백신 불평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생겨났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거다.
모더나의 최고 의학책임자가 영국 의회에 나와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밀어낼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두 변이가 공존할 것으로 예측하며 다시 말해 이로 인해 또 다른 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변이가 변이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에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백신 분배 운동가이기도 한 승권준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는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신종 바이러스가 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겁니다. 바이러스는 처음 몇 년 동안 진화하고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변이들의 감염력이 위협적일 때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변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빨리 나눠 맞는 게 시급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들이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빨리 기부하는 게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백신 회사들이 특허를 개방해 여러 회사들이 협력해 백신을 생산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 두개 제약회사로 될 일이 아닙니다. 열 개, 스무 개, 혹은 수백 개 회사가 백신을 만들고 서로 협력해서 새로운 변이에 대항할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해야 합니다. "
세상은 백신을 '맞은 자, 안 맞는 자, 그리고 못 맞은 자' 로 나뉜 듯 하다. 나뉘었지만 백신을 맞았건, 안 맞았건, 못 맞았건, 모두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쉬운 싸움이 될 수 있는 방법, '다같이 공평하게 백신을 나눠 맞는 것'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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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15 08:21:31
- 수정2021-12-15 08:24:49
■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 샌드라 린지, "코로나19 완전히 사라지는 기적 없을 것...백신 통해 공존해야"
1년도 채 되지 않은 개발 기간을 거쳐 긴급 승인 난 코로나19 백신(화이자-바이오엔테크)을, 그것도 가장 먼저 맞는 게 두렵지 않았냐고 물었다. 간호사 샌드라 린지씨의 답은 명쾌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말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팬데믹 초기에 정말 끔찍한 시간을 겪었습니다. 간호사로서도 절망스러웠죠,
저는 과학을 믿었고, 백신을 맞고 나서 어깨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백신으로 전 세계가 희망을 갖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
10월에 3차 접종을 마친 린지씨는 일하고 있는 병원에 최근 들어 다시 중증환자가 늘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들이라며 코로나19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방법은 백신을 맞는 일이라고 했다.
"입원하는 환자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숨지는 걸 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속도가 안 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 같냐고 린지씨에게 물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년이 됐지만,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60%로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잘못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의료 전문가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 사이트를 통해 백신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를 할 때가 아닙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어떤 정당에 속해 있든지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다같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건강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미국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60%는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최근 CNN이 보도했다)
린지씨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코로나19가 우리 주위에 잠시 있다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사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우리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백신을 맞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더 빨리, 더 많이 접종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는 다같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 '인간의 반격, 백신' 미국 백신 접종 1년...끝나지 않는 싸움
코로나19 백신 접종 1년이다. 1년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백신을 '바이러스의 습격'에 대한 '인간의 반격'이라고 했다. 반격에 들어간 지 1년이 됐지만, 아직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79만 명을 훌쩍 넘겨 이제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다. 1년 전 화이자와 모더나 양 백신을 손에 쥐고 '백신의 시대'를 선언했던 미국이다.
"지금쯤이면 정복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과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백신 접종은 국가를 분열시키는 정치, 사회적 문제가 됐다." (뉴욕타임스, 현지 1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백신 접종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자격이 되는데도 아직 한 차례도 맞지 않은 사람이 7천 3백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23% 가량이다. (자료: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백신이 남아돌아도 여러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방정부와 일부 주정부는 '백신 의무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직원 100명 이상인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의무화 행정명령도 내렸지만, 시행도 하기 전에 잇단 반발 소송에 제동이 걸려 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사회가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둘로 나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다같이 맞을 줄 알았지만...아직 한 차례도 못 맞은 사람 32억 명
세계 인구의 42% 가량은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았다. 32억 명 가량이다. 미국은 있어도 안 맞고 있다지만, 32억 명의 대부분은 백신이 없어서 못 맞고 있는 사람들이다.
백신 접종 1년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이 안 보이고 있는 이유에는, '백신 불평등'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인도에서 델타 변이가, 아프리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생겨났다.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거다.
모더나의 최고 의학책임자가 영국 의회에 나와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밀어낼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두 변이가 공존할 것으로 예측하며 다시 말해 이로 인해 또 다른 변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변이가 변이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에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백신 분배 운동가이기도 한 승권준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는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신종 바이러스가 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겁니다. 바이러스는 처음 몇 년 동안 진화하고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변이들의 감염력이 위협적일 때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변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빨리 나눠 맞는 게 시급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들이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빨리 기부하는 게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백신 회사들이 특허를 개방해 여러 회사들이 협력해 백신을 생산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 두개 제약회사로 될 일이 아닙니다. 열 개, 스무 개, 혹은 수백 개 회사가 백신을 만들고 서로 협력해서 새로운 변이에 대항할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협력해야 합니다. "
세상은 백신을 '맞은 자, 안 맞는 자, 그리고 못 맞은 자' 로 나뉜 듯 하다. 나뉘었지만 백신을 맞았건, 안 맞았건, 못 맞았건, 모두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쉬운 싸움이 될 수 있는 방법, '다같이 공평하게 백신을 나눠 맞는 것'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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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경 기자 bkh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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