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원 곰팡이기숙사, 비닐하우스 숙소도 여전

입력 2021.12.17 (07:01) 수정 2021.12.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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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전, 한파 속 난방장치가 고장 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정부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새로 뽑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는데요.

일 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장 사이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주방 벽은 기름때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했고,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엔 잠금 장치도 없습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남자 방, 하우스 옆에 (화장실 있어요). (남자랑 같이 써요?) 네, 같이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괜찮아, 그냥 (쓰라고 했어요)."]

두 사람이 쓰는 방은 몸을 눕히면 꽉 찰 정도로 좁습니다.

그래도 방값으로 한 달 25만 원 씩 냅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사장님 생각해요, 더 올려요. 30만 원. (30만 원 내라 그래요?) 네, 사장님 생각해요."]

비자 만료로 귀국했다 올 여름 고용 계약을 새로 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바뀐 규정상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해선 안되지만, 또 비닐하우스에서 삽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이게 불편하겠네요.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네, 괜찮아요. 4년 했어요."]

외국인 등록증에는 비닐하우스대신 농장 근처 빌라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농장주의 집을 기숙사로 허위 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농장으로 옮기고 싶지 않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농장은 똑같아요. 친구 방은 더 조그매요. (더 작다고요? 여기가 그나마 좋다고요?) 네네."]

[김달성/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 "고용노동부가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집해서 합법적으로 고용, 알선한 그런 사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신 것과 같이 (숙소가) 정말 움막 같고..."]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지 1년.

법은 바뀌었지만 사는 곳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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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만 원 곰팡이기숙사, 비닐하우스 숙소도 여전
    • 입력 2021-12-17 07:01:14
    • 수정2021-12-17 07:05:05
    뉴스광장 1부
[앵커]

1년 전, 한파 속 난방장치가 고장 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정부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새로 뽑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는데요.

일 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장 사이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주방 벽은 기름때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했고,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엔 잠금 장치도 없습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남자 방, 하우스 옆에 (화장실 있어요). (남자랑 같이 써요?) 네, 같이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괜찮아, 그냥 (쓰라고 했어요)."]

두 사람이 쓰는 방은 몸을 눕히면 꽉 찰 정도로 좁습니다.

그래도 방값으로 한 달 25만 원 씩 냅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사장님 생각해요, 더 올려요. 30만 원. (30만 원 내라 그래요?) 네, 사장님 생각해요."]

비자 만료로 귀국했다 올 여름 고용 계약을 새로 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바뀐 규정상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해선 안되지만, 또 비닐하우스에서 삽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이게 불편하겠네요.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네, 괜찮아요. 4년 했어요."]

외국인 등록증에는 비닐하우스대신 농장 근처 빌라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농장주의 집을 기숙사로 허위 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농장으로 옮기고 싶지 않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농장은 똑같아요. 친구 방은 더 조그매요. (더 작다고요? 여기가 그나마 좋다고요?) 네네."]

[김달성/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 "고용노동부가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집해서 합법적으로 고용, 알선한 그런 사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신 것과 같이 (숙소가) 정말 움막 같고..."]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지 1년.

법은 바뀌었지만 사는 곳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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