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자국과 하루 분유 3번…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숨진 아기

입력 2021.12.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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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줌의 재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도 작은 아기였습니다."

생후 70여 일 된 아기의 유골이 안치된 경남 거제 추모의 집 관계자의 말입니다. 아기가 숨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봉안시설 관계자는 수천 개의 유골함 가운데 이 아이가 안치된 곳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장례를 치러준 사람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지자체였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숨진 아기에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돈 없어 분유 3번만 줬다"라는 아버지, 아이 홀로 두고 'PC방'

지난 10월 23일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에서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20대 아버지가 119에 신고를 해왔습니다.

당시 119가 도착했을 때는 아이의 호흡과 맥박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은 이 아이에게 심폐소생을 시도했지만 이송된 지 한 시간여 만에 결국 사망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시신을 살펴본 의사는 곧장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이 아버지를 신고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이 아이의 경과 기록지에는 이송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아기의 배 왼쪽에는 멍 자국이 있었고, 엉덩이와 항문에서 진물이 심하게 나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거제시와 경찰의 조사에서 부모가 이 아이를 지속적으로 방임한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21살, 어머니는 18살이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10월 23일, 어머니는 친정에 가 있었습니다.
생활비가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자정, 아기의 아버지는 아기를 방에 홀로 내버려 둔 채 무려 5시간 동안 PC방을 다녀왔습니다.


새벽 5시쯤 돌아온 아버지는 아이에게 한 차례 분유를 먹였습니다. 7시간이 지난 낮 12시쯤 아버지는 다시 한 차례 분유를 먹인 뒤 다른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날 저녁 6시 46분, 아버지가 아이를 보러 갔는데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한 것이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통상 태어난 지 70여 일 된 아기에게는 하루에 최소 8번은 분유를 먹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버지는 18시간 동안 단 두 차례만 분유를 먹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이 아기가 태어난 이후 줄곧 하루에 3번만 분유를 줬다고 관계기관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모유 수유도 없었습니다. 또 기저귀 살 돈이 없어 오물이 묻은 일회용 기저귀를 햇볕에 말려 다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경찰, '아버지 아동학대 치사·어머니 방임' 혐의 적용


경찰은 이들 부부가 아기에게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고, 아이의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 아기가 숨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아기가 병원에 이송되기 전, 방 안은 뜨거울 정도로 난방이 되고 있었고, 아기는 이른바 우주복으로 불리는 옷으로 꽁꽁 싸매져 있어 탈수가 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이 아이에 대한 필수예방접종 이력도, 병원 진료 기록도 없었습니다.

썼던 기저귀를 재활용하고, 분유를 사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요.하지만 일을 구하려 하지도, 자치단체에 긴급생계비나 기초생활수급자격 신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아이 아버지에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어머니에게는 방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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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 자국과 하루 분유 3번…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숨진 아기
    • 입력 2021-12-21 17:21:30
    취재K

■ "한 줌의 재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도 작은 아기였습니다."

생후 70여 일 된 아기의 유골이 안치된 경남 거제 추모의 집 관계자의 말입니다. 아기가 숨진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봉안시설 관계자는 수천 개의 유골함 가운데 이 아이가 안치된 곳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장례를 치러준 사람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닌 지자체였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숨진 아기에게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돈 없어 분유 3번만 줬다"라는 아버지, 아이 홀로 두고 'PC방'

지난 10월 23일 경남 거제의 한 아파트에서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20대 아버지가 119에 신고를 해왔습니다.

당시 119가 도착했을 때는 아이의 호흡과 맥박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은 이 아이에게 심폐소생을 시도했지만 이송된 지 한 시간여 만에 결국 사망판정을 받았습니다.

아이의 시신을 살펴본 의사는 곧장 경찰에 아동학대 혐의로 이 아버지를 신고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이 아이의 경과 기록지에는 이송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아기의 배 왼쪽에는 멍 자국이 있었고, 엉덩이와 항문에서 진물이 심하게 나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거제시와 경찰의 조사에서 부모가 이 아이를 지속적으로 방임한 정황이 나타났습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21살, 어머니는 18살이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10월 23일, 어머니는 친정에 가 있었습니다.
생활비가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자정, 아기의 아버지는 아기를 방에 홀로 내버려 둔 채 무려 5시간 동안 PC방을 다녀왔습니다.


새벽 5시쯤 돌아온 아버지는 아이에게 한 차례 분유를 먹였습니다. 7시간이 지난 낮 12시쯤 아버지는 다시 한 차례 분유를 먹인 뒤 다른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날 저녁 6시 46분, 아버지가 아이를 보러 갔는데 숨을 쉬지 않자 119에 신고한 것이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통상 태어난 지 70여 일 된 아기에게는 하루에 최소 8번은 분유를 먹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아버지는 18시간 동안 단 두 차례만 분유를 먹였습니다.

이들 부부는 이 아기가 태어난 이후 줄곧 하루에 3번만 분유를 줬다고 관계기관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모유 수유도 없었습니다. 또 기저귀 살 돈이 없어 오물이 묻은 일회용 기저귀를 햇볕에 말려 다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경찰, '아버지 아동학대 치사·어머니 방임' 혐의 적용


경찰은 이들 부부가 아기에게 분유를 제대로 먹이지 않고, 아이의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 아기가 숨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아기가 병원에 이송되기 전, 방 안은 뜨거울 정도로 난방이 되고 있었고, 아기는 이른바 우주복으로 불리는 옷으로 꽁꽁 싸매져 있어 탈수가 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이 아이에 대한 필수예방접종 이력도, 병원 진료 기록도 없었습니다.

썼던 기저귀를 재활용하고, 분유를 사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고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요.하지만 일을 구하려 하지도, 자치단체에 긴급생계비나 기초생활수급자격 신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아이 아버지에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어머니에게는 방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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