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터키 경제 휘청댄다, ‘악마의 잼’을 쟁여놔라?

입력 2021.12.22 (18:06) 수정 2021.12.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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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터키 경제가요,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 타격도 타격인데, 리더십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신들이 이 소식 전하면서 '초콜릿 잼'을 쟁여놓으라고 합니다.

무슨 얘긴지, <글로벌 ET> 박대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터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초콜릿 잼'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네, 이 초콜릿 잼.

상표는 가렸지만, 워낙 유명하니까, 아시죠?

[앵커]

이거...'악마의 잼'이라고 불리는 그 초콜릿 잼 아닙니까?

그런데 이탈리아 제품일 텐데, 이게 터키와 무슨 상관이죠?

[기자]

주 원료 '헤이즐넛'이 대부분 터키 산입니다.

그런데 헤이즐넛 농가가 물가 때문에 줄 파산 하고 있단 겁니다.

씨앗, 비료, 살충제 같은 원재료에, 전기료, 포장비, 운송비, 인건비 같은 부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랍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으로 못 먹을 수 있으니 쟁여놔라' 했습니다.

[앵커]

터키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그래요?

[기자]

미국이 6%대에 난리고, 우린 3%대라고 걱정하는데... 터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무려 20%를 넘어섰습니다.

30%까지 치솟는단 전문가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물가 폭등.

결국, 서민들 고통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고작 100원 정도 하는 빵, 그거 '반값'해준다고 이렇게 아침부터 긴 줄을 섭니다.

못 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이스탄불 주민 : "예전엔 빵을 4개씩 샀는데, 지금은 빵 한 개 가격이 3리라(270원)입니다. 어떻게 사 먹겠어요?"]

[앵커]

고물가의 원인이 뭡니까?

[기자]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격 폭락 때문입니다.

한때 연초 대비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고, 이번 주에 외화 자산 안정화 조치가 나오면서 좀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기입니다.

그런데 리라화 폭락,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좀 더 길게 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바닥없이,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도 물론 영향을 미쳤겠지만, 더 큰 근본 원인은 터키에 있습니다.

최근에 불거지는 건 정치 리더십 문제입니다.

[앵커]

리더십, 장기 집권하고 있어서 '세계의 스트롱맨'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바로 저분, 에르도안 대통령 리더십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총리도 하고 대통령도 하면서 전례 없이 장기집권하고 있고, 쿠데타도 물리칠 정도로 공고한 권력 체계 구축했는데, 요즘 국제사회가 걱정합니다.

경제에서 시장 논리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문제, 하이퍼 인플레이션 직전인 고물가와 통화 가치 폭락, 이거 잡으려면 처방은 간단합니다.

금리 올려야죠.

그런데 에르도안은 반대했습니다.

그것도 넉 달 연속으로 5%포인트나 기준 금리 인하했습니다.

[앵커]

저 정도로 대놓고 시장을 거슬렀으면, '나는 시장 원리를 믿지 않는다'는 확신 같은 것이 깔려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최근 종교적 원칙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현재의 금리 상태를 '고리대금' 취급하고, "이슬람인으로서, 종교가 말하는 것을 계속해서 행하겠다"

즉 높은 이자율을 허용하지 않겠다 한 건데, 사실 기준 금리를 마음대로 낮출 순 있지만, 시장 신뢰를 잃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당장 리라화 가치 폭락이 그걸 보여주는데, 이러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실제로 화폐 가치 폭락해서 노동자 임금 가치가 떨어지니, 에르도안은 최저임금을 한 번에 50%나 올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실질임금이 오를까요?

아닙니다.

환율이 더 추락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겁니다.

세계 경제에 편입된 개방 경제이고, 경제 규모나 외환 보유고가 중국 수준도 아니라면 시장 원리를 거스를 방법은 없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여전히 이렇게 말합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지난 20일 : "금리가 내려가면서 몇 달 안에 물가도 떨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앵커]

오직 종교 때문만은 아닐 것 같고, 그래도 그렇게 장기집권하는 거면 큰 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있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수출해서 경제 살리겠다, 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이 33% 넘게 증가했습니다.

성장률도 올해 상당히 높을 거로 보입니다.

6~7% 예상이 되는데, 터키는 실제로 수출이 꽤 탄탄한 나랍니다.

문제는 공급망 문제가 생긴 에너지, 원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리라화 가치는 계속 폭락한단 점입니다.

이 때문에 수출 자체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2013년을 정점으로 달러화로 표시된 GDP는 저렇게 구조적으로 축소, 위축, 역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권당과 에르도안 지지율이 추락합니다.

지금 같은 혼란이 지속한다면, 내후년 선거에서는 재집권 장담할 수 없단 얘기 나옵니다.

[앵커]

민심에 귀를 기울여서 경제 문제를 해결할 텐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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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터키 경제 휘청댄다, ‘악마의 잼’을 쟁여놔라?
    • 입력 2021-12-22 18:06:13
    • 수정2021-12-22 18: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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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터키 경제가요,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 타격도 타격인데, 리더십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외신들이 이 소식 전하면서 '초콜릿 잼'을 쟁여놓으라고 합니다.

무슨 얘긴지, <글로벌 ET> 박대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터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초콜릿 잼'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네, 이 초콜릿 잼.

상표는 가렸지만, 워낙 유명하니까, 아시죠?

[앵커]

이거...'악마의 잼'이라고 불리는 그 초콜릿 잼 아닙니까?

그런데 이탈리아 제품일 텐데, 이게 터키와 무슨 상관이죠?

[기자]

주 원료 '헤이즐넛'이 대부분 터키 산입니다.

그런데 헤이즐넛 농가가 물가 때문에 줄 파산 하고 있단 겁니다.

씨앗, 비료, 살충제 같은 원재료에, 전기료, 포장비, 운송비, 인건비 같은 부대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랍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으로 못 먹을 수 있으니 쟁여놔라' 했습니다.

[앵커]

터키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그래요?

[기자]

미국이 6%대에 난리고, 우린 3%대라고 걱정하는데... 터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무려 20%를 넘어섰습니다.

30%까지 치솟는단 전문가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물가 폭등.

결국, 서민들 고통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고작 100원 정도 하는 빵, 그거 '반값'해준다고 이렇게 아침부터 긴 줄을 섭니다.

못 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이스탄불 주민 : "예전엔 빵을 4개씩 샀는데, 지금은 빵 한 개 가격이 3리라(270원)입니다. 어떻게 사 먹겠어요?"]

[앵커]

고물가의 원인이 뭡니까?

[기자]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격 폭락 때문입니다.

한때 연초 대비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고, 이번 주에 외화 자산 안정화 조치가 나오면서 좀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위기입니다.

그런데 리라화 폭락,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좀 더 길게 보면 2000년대 중반 이후 바닥없이,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병목도 물론 영향을 미쳤겠지만, 더 큰 근본 원인은 터키에 있습니다.

최근에 불거지는 건 정치 리더십 문제입니다.

[앵커]

리더십, 장기 집권하고 있어서 '세계의 스트롱맨'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바로 저분, 에르도안 대통령 리더십 말하는 겁니까?

[기자]

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총리도 하고 대통령도 하면서 전례 없이 장기집권하고 있고, 쿠데타도 물리칠 정도로 공고한 권력 체계 구축했는데, 요즘 국제사회가 걱정합니다.

경제에서 시장 논리 거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문제, 하이퍼 인플레이션 직전인 고물가와 통화 가치 폭락, 이거 잡으려면 처방은 간단합니다.

금리 올려야죠.

그런데 에르도안은 반대했습니다.

그것도 넉 달 연속으로 5%포인트나 기준 금리 인하했습니다.

[앵커]

저 정도로 대놓고 시장을 거슬렀으면, '나는 시장 원리를 믿지 않는다'는 확신 같은 것이 깔려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최근 종교적 원칙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현재의 금리 상태를 '고리대금' 취급하고, "이슬람인으로서, 종교가 말하는 것을 계속해서 행하겠다"

즉 높은 이자율을 허용하지 않겠다 한 건데, 사실 기준 금리를 마음대로 낮출 순 있지만, 시장 신뢰를 잃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당장 리라화 가치 폭락이 그걸 보여주는데, 이러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실제로 화폐 가치 폭락해서 노동자 임금 가치가 떨어지니, 에르도안은 최저임금을 한 번에 50%나 올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실질임금이 오를까요?

아닙니다.

환율이 더 추락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더 떨어질 겁니다.

세계 경제에 편입된 개방 경제이고, 경제 규모나 외환 보유고가 중국 수준도 아니라면 시장 원리를 거스를 방법은 없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여전히 이렇게 말합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지난 20일 : "금리가 내려가면서 몇 달 안에 물가도 떨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앵커]

오직 종교 때문만은 아닐 것 같고, 그래도 그렇게 장기집권하는 거면 큰 틀의 경제 정책 방향이 있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수출해서 경제 살리겠다, 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이 33% 넘게 증가했습니다.

성장률도 올해 상당히 높을 거로 보입니다.

6~7% 예상이 되는데, 터키는 실제로 수출이 꽤 탄탄한 나랍니다.

문제는 공급망 문제가 생긴 에너지, 원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리라화 가치는 계속 폭락한단 점입니다.

이 때문에 수출 자체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2013년을 정점으로 달러화로 표시된 GDP는 저렇게 구조적으로 축소, 위축, 역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권당과 에르도안 지지율이 추락합니다.

지금 같은 혼란이 지속한다면, 내후년 선거에서는 재집권 장담할 수 없단 얘기 나옵니다.

[앵커]

민심에 귀를 기울여서 경제 문제를 해결할 텐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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