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화석연료 LNG’에 왜 ‘녹색칠’을 했을까?
입력 2021.12.30 (17:48)
수정 2021.12.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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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한국형 택소노미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가 논란 끝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됐다.
어떤 에너지, 어떤 생산 활동이 탄소 감축이나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지를 분류해 놓은 것이 K-택소노미다.
K-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진다. 한 마디로 자금 확보 문제로 엄두도 못 냈던 신규 LNG 발전소 공사가 이번 K-택소노미 인증으로 삽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이유로 산업계는 그동안 LNG를 K-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LNG가 태양광 등 진짜 녹색 에너지에 투자될 돈을 다 흡수해버릴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일단 산업계 손을 들어줬다.
환경부는 오늘(30일) LNG를 포함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지침을 공개했다.
다만, 단서가 붙었다. LNG를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 경제활동인 ‘녹색부문’이 아니라, 과도기적 경제활동인 ‘전환부문’으로 구분한 것이다. 환경부는 “전환부분은 진정한 K-택소노미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2030년까지 LNG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방침을 내놨다.
■ 한국은 왜 ‘화석연료’를 포함시켰나?
이 같은 결정에는 전기 소비가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 전체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조달하는 국내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석탄은 2050년까지 폐기 수순을 밟는다. LNG는 경우에 따라 폐기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기후솔루션·환경운동연합 등 기후·환경 시민단체 기자회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LNG를 포함한 환경부를 비판했다
LNG를 확실히 퇴출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건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① 발전 비중이 40%인 석탄의 빈자리를 메꿀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②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는 당장 석탄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③ 화석연료만큼 안정적 전기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 때문에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결국, LNG만 남았다.
환경부는 설계 기준 탄소 배출량이 kWh 당 340g만 나오는 신규 LNG 발전소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그렇게 시작한 뒤 결국에는 kWh당 평균 250g만 발생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어떻게? “수소를 LNG와 함께 태우겠다”, “LNG 발전소에 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수소 혼소나 CCS는 무르익으려면 십수 년이 걸릴 기술이다. “LNG는 녹색 에너지가 아니”라는 환경단체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 논란 재점화…LNG와 원자력의 운명은?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LNG 발전소의 생애 주기상 탄소 배출량을 kWh당 490g으로 계산한다. 이를 2분의 1 수준인 250g로 낮추겠다는 건데, 환경단체는 이 전망에 비관적이다.
주요 발전원 중 LNG는 석탄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 IPCC 기준 kWh당 석탄의 탄소 배출량이 820g이니까 LNG 배출량이 석탄의 60% 수준인 건 맞다. 같은 화석연료여서 당장 석탄을 대체하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같은 기준 태양광 탄소 배출량은 48g, 육상풍력은 11g이다. 적어도 탄소 배출 측면만 보면 LNG는 장기적으로는 석탄처럼 퇴출 수순을 밟아야 하는 자원이다.
원자력계는 “‘반환경’ LNG보다 ‘친환경’ 원자력이 K-택소노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은 kWh당 탄소 배출량이 12g이다. LNG의 2.4%에 불과하다. 탄소 대신 우라늄과 방사능을 배출하는 게 문제이긴 한데, 어쨌든 탄소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만 놓고 보면 원자력이 LNG보다 나은 측면은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비단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일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EU-택소노미에 포함 시킬지를 내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5~6배씩 오르는 가스값, ‘반원전’ 독일과 ‘친원전’ 프랑스의 알력 다툼 등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EU 결정을 지켜본 뒤 국내에서도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LNG’와 ‘원자력’,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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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는 ‘화석연료 LNG’에 왜 ‘녹색칠’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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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30 17:48:50
- 수정2021-12-30 18:08:07
■ 탄생! 한국형 택소노미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가 논란 끝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됐다.
어떤 에너지, 어떤 생산 활동이 탄소 감축이나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지를 분류해 놓은 것이 K-택소노미다.
K-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와 산업은 친환경 투자나 대출을 원하는 자본으로부터 자금 확보가 쉬워진다. 한 마디로 자금 확보 문제로 엄두도 못 냈던 신규 LNG 발전소 공사가 이번 K-택소노미 인증으로 삽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이유로 산업계는 그동안 LNG를 K-택소노미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환경단체는 “LNG가 태양광 등 진짜 녹색 에너지에 투자될 돈을 다 흡수해버릴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부는 일단 산업계 손을 들어줬다.
다만, 단서가 붙었다. LNG를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 경제활동인 ‘녹색부문’이 아니라, 과도기적 경제활동인 ‘전환부문’으로 구분한 것이다. 환경부는 “전환부분은 진정한 K-택소노미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2030년까지 LNG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겠다는 다소 애매한 방침을 내놨다.
■ 한국은 왜 ‘화석연료’를 포함시켰나?
이 같은 결정에는 전기 소비가 많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 전체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석탄 등 화석연료에서 조달하는 국내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석탄은 2050년까지 폐기 수순을 밟는다. LNG는 경우에 따라 폐기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다.
LNG를 확실히 퇴출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건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① 발전 비중이 40%인 석탄의 빈자리를 메꿀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②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는 당장 석탄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③ 화석연료만큼 안정적 전기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 때문에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결국, LNG만 남았다.
환경부는 설계 기준 탄소 배출량이 kWh 당 340g만 나오는 신규 LNG 발전소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그렇게 시작한 뒤 결국에는 kWh당 평균 250g만 발생하도록 한다는 목표다. 어떻게? “수소를 LNG와 함께 태우겠다”, “LNG 발전소에 탄소 포집·저장기술(CCS)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수소 혼소나 CCS는 무르익으려면 십수 년이 걸릴 기술이다. “LNG는 녹색 에너지가 아니”라는 환경단체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 논란 재점화…LNG와 원자력의 운명은?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LNG 발전소의 생애 주기상 탄소 배출량을 kWh당 490g으로 계산한다. 이를 2분의 1 수준인 250g로 낮추겠다는 건데, 환경단체는 이 전망에 비관적이다.
주요 발전원 중 LNG는 석탄 다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 IPCC 기준 kWh당 석탄의 탄소 배출량이 820g이니까 LNG 배출량이 석탄의 60% 수준인 건 맞다. 같은 화석연료여서 당장 석탄을 대체하기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같은 기준 태양광 탄소 배출량은 48g, 육상풍력은 11g이다. 적어도 탄소 배출 측면만 보면 LNG는 장기적으로는 석탄처럼 퇴출 수순을 밟아야 하는 자원이다.
원자력계는 “‘반환경’ LNG보다 ‘친환경’ 원자력이 K-택소노미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은 kWh당 탄소 배출량이 12g이다. LNG의 2.4%에 불과하다. 탄소 대신 우라늄과 방사능을 배출하는 게 문제이긴 한데, 어쨌든 탄소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만 놓고 보면 원자력이 LNG보다 나은 측면은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비단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일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EU-택소노미에 포함 시킬지를 내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5~6배씩 오르는 가스값, ‘반원전’ 독일과 ‘친원전’ 프랑스의 알력 다툼 등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EU 결정을 지켜본 뒤 국내에서도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LNG’와 ‘원자력’,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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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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