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기초수급 부부가 기부한 20만 원

입력 2021.12.30 (21:39) 수정 2021.12.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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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입니다.

오늘(30일) 온도는 83.2도 모금액은 3천 79억 원입니다.

지난해 이맘 때보다는 온도가 높지만, 목표인 100도를 달성하려면 아직 621억 원이 부족합니다.

기부금 중 상당액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으로 내놓은 돈입니다.

개인 기부는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회에 등록된 개인 기부자는 2년 전보다 11만 명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이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나 폐지 줍는 노인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며 기부를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백발의 노인이 주민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83살 박화성 씨입니다.

창구로 걸어가 품에서 쑥스럽게 꺼낸 흰 봉투.

그 안에는 박 씨가 기초생활수급비를 1년 동안 아끼고 모아 마련한 20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화성/기부자 : "수급비에서 조금씩 모아가지고.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십 원짜리. 이런 거. 십 원짜리 누가 모읍니까 지금. 1년 동안 모아 갖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매일 가계부를 쓰고, 소고기는 생일에만 사 먹으며 모은 돈이라고 했습니다.

청각장애에 뇌 질환, 전립선암 등으로 박 씨 자신도 성치 않은 몸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화성/기부자 :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지. 옛날 속담에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 다고 했어요. 추운 겨울철에 따뜻한 장갑이라도 하나씩 사서 쓰게 해보자..."]

같은 날 경기도 구리시 한 주민센터에도 자신을 '김 씨'라고만 밝힌 남성이 현금 천만 원이 든 검정색 비닐봉지를 건넸습니다.

5만 원짜리 200장 돈다발에는 고물을 팔아 번 돈임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박현정/구리 수택2동 맞춤형 복지 담당 팀장 : "처음엔 까만 봉지를 주시길래 뭔가 하고...폐지 주우셨다고 하니까 천 원, 2천 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열어보니까 노란색으로 5만 원권만 가득 들어있어서 놀랐어요."]

이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면서 한 말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는 거였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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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기초수급 부부가 기부한 20만 원
    • 입력 2021-12-30 21:38:59
    • 수정2021-12-30 21:53:22
    뉴스 9
[앵커]

서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입니다.

오늘(30일) 온도는 83.2도 모금액은 3천 79억 원입니다.

지난해 이맘 때보다는 온도가 높지만, 목표인 100도를 달성하려면 아직 621억 원이 부족합니다.

기부금 중 상당액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으로 내놓은 돈입니다.

개인 기부는 해마다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회에 등록된 개인 기부자는 2년 전보다 11만 명이 줄었습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탓이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나 폐지 줍는 노인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며 기부를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월요일, 백발의 노인이 주민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83살 박화성 씨입니다.

창구로 걸어가 품에서 쑥스럽게 꺼낸 흰 봉투.

그 안에는 박 씨가 기초생활수급비를 1년 동안 아끼고 모아 마련한 20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화성/기부자 : "수급비에서 조금씩 모아가지고.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십 원짜리. 이런 거. 십 원짜리 누가 모읍니까 지금. 1년 동안 모아 갖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매일 가계부를 쓰고, 소고기는 생일에만 사 먹으며 모은 돈이라고 했습니다.

청각장애에 뇌 질환, 전립선암 등으로 박 씨 자신도 성치 않은 몸이지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화성/기부자 :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지. 옛날 속담에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 다고 했어요. 추운 겨울철에 따뜻한 장갑이라도 하나씩 사서 쓰게 해보자..."]

같은 날 경기도 구리시 한 주민센터에도 자신을 '김 씨'라고만 밝힌 남성이 현금 천만 원이 든 검정색 비닐봉지를 건넸습니다.

5만 원짜리 200장 돈다발에는 고물을 팔아 번 돈임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박현정/구리 수택2동 맞춤형 복지 담당 팀장 : "처음엔 까만 봉지를 주시길래 뭔가 하고...폐지 주우셨다고 하니까 천 원, 2천 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열어보니까 노란색으로 5만 원권만 가득 들어있어서 놀랐어요."]

이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면서 한 말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는 거였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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