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웨딩 컨설팅업체의 새벽 폐업통보… “8백 명 피해”
입력 2021.12.31 (16:50)
수정 2021.12.3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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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온라인 회원 수 10만 명이 넘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웨딩 컨설팅 업체가 고객들에게 갑작스럽게 폐업을 통보했습니다.
업체 대표는 사무실 내 컴퓨터 정보를 모두 지우고 잠적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 새벽 시간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도와줄 방법 없어"
30대 김 모 씨는 지난 10월 이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웨딩 컨설팅 업체는 예식장과 드레스 업체, 스튜디오를 예비 부부에게 소개해주는 곳입니다. 각각의 업체를 고르고 나면, 컨설팅 업체가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해당 업체들과 계약부터 결제를 대행해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6시쯤, 김 씨는 컨설팅 업체 직원에게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해당 직원은 '어제(30일) 업체가 파산 및 폐업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신랑 신부님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도움을 주기 힘들 것 같으니 배상과 책임은 대표에게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김 씨는 이미 이 업체에 계약금 30만 원과 잔금 162만 원 등 모두 192만 원을 냈습니다. 직원에게 잔금이 각 업체에 지급됐는지 문의했지만, 직원은 "회사 측에서 제휴사로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을 미뤘다"라며, 구체적인 계약 진행 상황은 고객이 직접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피해자 8백 명 추산...직원들 "나도 월급 못 받아"
김 씨처럼, 오늘 새벽 이 컨설팅 업체에서 폐업 통보를 받은 고객은 수백 명입니다.
고객들은 자체적으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기준, 참가자는 모두 5백여 명입니다. 대화방 운영자는 취재진에게 "실제 피해자는 8백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습니다.
피해 고객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대 계약금을 컨설팅 업체 측에 낸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고객은 당장 다음 주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체 측과 연락이 닿지 않다 보니 앞으로의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개별 업체에는 어떻게 문의해야 하는지 등을 서로 채팅방에서 묻고 답하는 실정입니다.
한 피해 고객은 취재진에게 "담당 웨딩플래너는 자신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대표에게 문의하라고만 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5일이 결혼식인데 스튜디오와 드레스 업체를 다시 찾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다른 협력업체들도 줄도산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의 웨딩 컨설팅 업체 사무실
■ 업체 대표 연락 두절…경찰, 고소 접수
취재진은 오늘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업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사무실은 불이 꺼져있고,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무실 내부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포맷한 상태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관리인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이 짐을 빼는 걸 봤고, 무슨 일이냐고 묻자 폐업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업체를 찾은 고객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권 모 씨는 "지난달 업체 측에 216만 원의 잔금을 완납했다"며 "이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선 어제까지만 해도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고 말했습니다. 권 씨는 결국 업체 측 직원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피해 고객 10여 명은 오늘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이 업체의 대표를 고소했습니다. 다른 고객들도 민사 소송 등 집단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은 업체 대표에게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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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웨딩 컨설팅업체의 새벽 폐업통보… “8백 명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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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12-31 16:50:08
- 수정2021-12-31 16:56:40
한 해의 마지막 날. 온라인 회원 수 10만 명이 넘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웨딩 컨설팅 업체가 고객들에게 갑작스럽게 폐업을 통보했습니다.
업체 대표는 사무실 내 컴퓨터 정보를 모두 지우고 잠적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장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결혼식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 새벽 시간 갑작스러운 폐업 통보…"도와줄 방법 없어"
30대 김 모 씨는 지난 10월 이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웨딩 컨설팅 업체는 예식장과 드레스 업체, 스튜디오를 예비 부부에게 소개해주는 곳입니다. 각각의 업체를 고르고 나면, 컨설팅 업체가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해당 업체들과 계약부터 결제를 대행해 주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 6시쯤, 김 씨는 컨설팅 업체 직원에게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해당 직원은 '어제(30일) 업체가 파산 및 폐업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신랑 신부님들을 도와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의 도움을 주기 힘들 것 같으니 배상과 책임은 대표에게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김 씨는 이미 이 업체에 계약금 30만 원과 잔금 162만 원 등 모두 192만 원을 냈습니다. 직원에게 잔금이 각 업체에 지급됐는지 문의했지만, 직원은 "회사 측에서 제휴사로 지불을 해야 하는 것을 미뤘다"라며, 구체적인 계약 진행 상황은 고객이 직접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피해자 8백 명 추산...직원들 "나도 월급 못 받아"
김 씨처럼, 오늘 새벽 이 컨설팅 업체에서 폐업 통보를 받은 고객은 수백 명입니다.
고객들은 자체적으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후 기준, 참가자는 모두 5백여 명입니다. 대화방 운영자는 취재진에게 "실제 피해자는 8백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했습니다.
피해 고객들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대 계약금을 컨설팅 업체 측에 낸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고객은 당장 다음 주에 결혼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업체 측과 연락이 닿지 않다 보니 앞으로의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개별 업체에는 어떻게 문의해야 하는지 등을 서로 채팅방에서 묻고 답하는 실정입니다.
한 피해 고객은 취재진에게 "담당 웨딩플래너는 자신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대표에게 문의하라고만 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5일이 결혼식인데 스튜디오와 드레스 업체를 다시 찾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다른 협력업체들도 줄도산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업체 대표 연락 두절…경찰, 고소 접수
취재진은 오늘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이 업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사무실은 불이 꺼져있고, 직원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사무실 내부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포맷한 상태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관리인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이 짐을 빼는 걸 봤고, 무슨 일이냐고 묻자 폐업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업체를 찾은 고객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권 모 씨는 "지난달 업체 측에 216만 원의 잔금을 완납했다"며 "이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선 어제까지만 해도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고 말했습니다. 권 씨는 결국 업체 측 직원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피해 고객 10여 명은 오늘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이 업체의 대표를 고소했습니다. 다른 고객들도 민사 소송 등 집단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취재진은 업체 대표에게 사실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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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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